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17일 오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 참석해 정부의 대응 방향을 밝혔다.
전 위원장은 우선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G의 파산 위기설로 국내 보험 가입자들이 잇따라 해약 신청을 하는 등 불안감이 증폭되는 데 대해 "국내 영업중인 AIG의 경우 자회사들의 지급 여력 비율이 모두 100%를 크게 웃돈다"며 "미국 AIG 영업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국내 보험계약자 보호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미국 본사가 망해도 한국지사 자산이 미국 본사 자산과 관계없이 운용될 수 있나"라는 허태열 최고위원의 질문에 "현행 보험업법상 외국보험사의 국내 지점은 책임 준비금에 상응하는 자산을 국내에 보유토록 하고 있고, 해외 송금을 차단할 수 있어 계약자 보호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거듭 가입자들을 안심시켰다.
"산은의 리먼 인수, 이미 오래 전 적절치 않다고 판단"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에 대해서는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위기상황 분석)에 따르면, 리먼 사태로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더라도 유동성 관련 지표는 감독 당국의 지도비율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또한 전 위원장은 "리먼이 파산 절차에 돌입함에 따라 국내 투자자와 금융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리먼브러더스 은행 서울지점과 리먼브러더스 증권 서울지점에 대해 영업의 일부정지 등 긴급조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산업은행이 리먼브러더스의 인수를 검토한 것과 관련해 "대외 정보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냐"(공성진 최고위원)는 질책에 대해선 "리먼의 인수 검토는 국제 금융회사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진행됐지만, 산은이 감내해야할 리스크 수준이나 민영화를 앞뒀다는 시기 등을 검토한 결과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오래 전에 내린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전 위원장은 "부채가 크다는 실사 내용을 대외적으로 얘기하면 시장이나 그 회사에 주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발표를) 자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몽준 "금융위기, 큰 걱정 안해도 돼"
이날 회의 참석한 최고위원과 중진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미국에서 난 큰 불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옮겨붙을지 국민들이 걱정하지만 너무 큰 염려는 안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은 오랫동안 저금리 정책을 써 주택 담보 대출이 많이 일어났지만 우리나라는 고금리 정책으로 미국과 같은 과도한 주택 담보 대출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날 회의에서 최고위원·중진의원들의 질문과 전 위원장의 답변 내용.
-(안상수 의원) 이번 사태를 예견하고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회수 작업을 진행해온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럴 경우 줄도산 우려가 있다. 대책이 뭔가.
"은행권들과의 협의, 산하기관인 금융감독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이나 경기에 민감한 건설업 등의 경우 과도한 대출 회수가 이뤄지지 않도록 적극 지도중이다. 기업들이 꼭 필요한 여신은 회수하지 않도록 강력히 지도해 나가겠다."
-(공성진 최고위원) 금융위의 대외 정보력이 약하다는 얘기가 있다. 일례로 최근 산업은행이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하려고 했는데 만약 그랬다면 파급 효과가 일파만파였을 것이다.
"산은이 감내할 리스크의 수준, 민영화라는 중요한 과제를 앞뒀다는 시기 등을 고려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오래 전에 내린 상황이다. 다만 부채 수준이 크다는 실사 내용을 대외 적으로 얘기하면 시장이나 그 회사에 주는 영향이 커서 자제한 것이다."
-(공 최고위원) 보도된 것 이외에 추가로 위험에 직면한 기업들과 관련한 대응책도 밝혀달라.
"골드먼 삭스의 3/4분기 수익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렇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오늘 아침 월스트리트 분위기다. AIG의 해결 여부가 오늘 내일 중 시장 분위기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내용이 될 것이다. 미국 정부가 AIG에 850억달러 규모의 긴급 구제금융을 제공한다는 속보가 있는데 그렇다면 시장 안정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이경재 의원)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주식 폭락이 6.1%로 가장 컸고, 가장 큰 파급 영향을 받았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인가.
"어제 하루 시장반응 보면 세계 어느 주식시장보다 큰 폭으로 조정 받은 케이스다. 특히 외환시장 분위기는 특기할 만한 상황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는데 우리는 오히려 약세가 되는 특이한 상황을 보였다.
가장 큰 것은 미국 시장이 불안하게 되면 우리나라에 투자했던 대외 투자자들이 자금 수요에 맞추기 위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해외 자산을 팔게 되는데, 그럴 경우 대체로 시장 규모나 유동성 큰 나라부터 처분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 미국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매도세를 크게 한 대표적 나라가 우리나라다.
이를 원천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해외 자금 유치, 공기관 또는 금융기관에서 적절한 수준의 외화 유치하는 조치를 해 나가야 한다. 물론 거시적으로 보면 우리가 경상수지 적자 체제에서 빨리 흑자로 돌아갈 수 있는 노력도 해야 하나, 미시적 노력도 수반돼 외화 수급 전망을 빨리 개선해야 외환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몽준 최고위원) 100년에 한번 일어날까 하는 일을 가지고 상식 수준의 이야기를 하면 안된다. 잘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리 국민들 관심사항은 미국에서 이렇게 큰 난리가 났는데 이 불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옮겨 붙을까 하는 것이다. 저는 너무 큰 염려는 안하셔도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앨런 그린스펀이 오랫동안 재임하면서 저금리 정책을 폈기 때문에 주택 담보 대출 많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고금리 정책으로 미국과 같은 과도한 주택 담보 대출은 없었다. 미국에서 난 큰불이 우리나라에 옮겨 붙을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현재 담보대출은 은행권이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을 따져보면 미국보다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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