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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든 브라운 총리가 금융 시스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사실을 보도한 BBC.
고든 브라운 총리가 금융 시스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사실을 보도한 BBC. ⓒ BBC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런던 금융시장에 영국 정부가 강력히 개입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청(FSA)은 18일 투기세력을 막기 위해서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주식을 팔 수 있도록 하는 공매도를 금지시켰다. 미국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식 거래를 일부 중지시키는 등 극단적인 방책을 썼다. 영국 경제의 동력인 금융시장의 추락을 어떻게 해서든 떠받치기 위해 고육지책을 들고 나온 것이다. 

금융시장의 규제 완화와 시장 불개입을 통해 경제성장을 추구해온 영국 정부가 이처럼 시장만능주의에 거스르는 듯한 정책을 펼치는 것은 이번 미국발 금융쇼크의 심각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리먼 브라더스에 이어서 세계적인 금융기관인 모건 스탠리도 조만간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이번 사안이 단시일 내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든 브라운 총리 직접 진두지휘... "금융 시스템 대청소해야"

고든 브라운 총리는 18일 밤 "금융 시스템의 대청소(clean-up)가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의 금융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이 발언이 끝나자마자 금융감독청은 곧바로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의 단기 차익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핵터 산츠 금융감독청장은 "우리는 단기 차익이 일반적인 시장에서 활용되는 합법적인 투자 기법이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현재의 극단적인 상황이 시장 혼란을 초래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에 앞서, 고든 브라운 총리는 영국 재무성과 금융감독청을 통해 금융기관 TSB 로이드로 하여금 영국 최대의 모기지업체인 HBOS(Halifax Bank of Scontland)를 인수하도록 직접 설득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지난 15일 리만 브라더스 매각설이 제기되면서, 계속된 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부실담보를 잔뜩 안고 있던 HBOS는 시장에서 신뢰를 완전히 잃으면서 주가가 폭락한 것. 영국 최대 담보금융기관의 도산을 막기 위해 영국 정부가 TSB 로이드로 하여금 총 120억 파운드(24조 원가량)의 금액으로 인수하도록 종용했다. 대신에 시장점유율상의 독점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하는 등의 혜택을 약속해줬다.

영국 정부로서는 그렇지 않아도 부담이 된 노던 락(Northern rock, 2007년 가을 모기지 부실로 파산)의 국유화에 이어 HBOS 마저 떠안기는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특히 경제 위기와 리더십 위기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고든 브라운 총리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HBOS를 살려내야만 했다.

다음은 모건 스탠리? 골드만삭스?

미국 투자은행 1, 2위인 골드만삭스나 모건 스탠리도 조만간 문을 닫고 다른 곳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럴 경우 후폭풍이 매우 심각해질 것으로 영국 정부는 보고 있다. 일간 <타임스>는 런던의 한 금융전문가의 말을 인용해서 "전통적인 투자은행의 미래는 더 이상 없다"며 "세계가 위기에 서 있다. 시장이 우리에게 모든 것을 토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 스탠리의 경우 구체적인 매각 협상을 벌이는 대상이 거론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8일 모건 스탠리의 자산을 중국의 투자회사에 매각하는 동시에 와코비아 주식회사와 합병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 투자회사는 이번 금융쇼크로 주식이 폭락을 거듭하고 있어서 시장에서 유동위기뿐 아니라 근본적인 신용위기까지 겪고 있다. 특히, 모건 스탠리는 지난 4일 동안 주가가 무려 57%나 빠졌다. 존 맥 모건 스탠리 최고 경영자는 "모건 스탠리의 주식이 시장의 공포, 루머와 단기 투기세력들에 의해서 빠지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기에서 실물경제 위기로?

이번 금융시장의 대혼란이 앞으로 '실물경제의 세계적인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이 10년간 장기침체를 경험했듯이, 미국이 금융기업의 자금 사정 악화와 이로 인한 기업들의 줄도산 및 실업률 증가가 내수를 악화시키는 등 악순환의 시발점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한계성을 제기하면서 시장만능주의 정책을 질타하고 있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는 투자은행과 시장의 위선을 비판했다.

문제는 일본과 달리 세계의 시장이라는 미국이 이런 악순환의 덫에 빠질 경우, 금융이 경제의 중추인 영국 뿐만 아니라 한국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데 있다.

 모건 스탠리의 주가 폭락으로 인한 자본 감소를 보도한 일간 <타임스>.
모건 스탠리의 주가 폭락으로 인한 자본 감소를 보도한 일간 <타임스>. ⓒ <타임스>


#금융위기#리만 브라더스#시장만능주의#고든 브라운#헤지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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