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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중 찬반 강북 주민들 충돌 영훈국제중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기자회견이 22일 오전 영훈중학교 앞에서 열리자, 국제중 설립을 찬성하는 쪽 주민들이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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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 뭐야! 강북 주민들 맞아? 가난한 동네에 국제중 들어오면 좋은 거지, 왜 반대해!"
"그럼 가난한 이 동네 아이들은 어디로 갑니까!"
"중학교 하나 만들면 되지! 부잣집 아이들이 와서 돈 쓰면 지역 경제에도 좋잖아!"

22일 오전, 서울 강북구 영훈중학교 앞에서는 강북구 주민들끼리 손가락질 하며 고성을 주고받는 소란이 벌어졌다. 국제중 설립에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이 충돌한 것이다.

발단은 영훈국제중 설립에 반대하는 강북 주민들로 구성된 '국제중 강북주민 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이었다.

국제중 반대 주민 "지역 학생들은 쫓겨나는 '평민'인가"

이들은 이날 오전 영훈중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훈중학교가 국제중으로 바뀌면 서민들의 자녀인 이 지역 아이들은 먼 거리의 중학교로 내쫓길 수밖에 없다"며 "같은 공간 안에서 누구는 귀족 학생이고 누구는 평민 학생인가"라며 국제중 설립에 반대했다.

이들이 국제중 설립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훈중학교가 국제중으로 바뀌면 강북구 송천동 일대에 사는 아이들이 입학할 중학교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애초 영훈중학교는 내년에 신입생 200명 중 80%인 160명을 인근 송천초등학교 졸업생으로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영훈중학교가 국제중으로 바뀌게 됨으로써 이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송촌초교 졸업생들은 새 중학교가 주변에 만들어지기 전까지 거리가 멀리 떨어진 학교로 통학할 수밖에 없다.

강북주민대책위는 "국제중 설립으로 인한 사교육비 폭증은 또 한번 강북구 주민들에게 교육을 통한 정신적 박탈감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며 "이러한 박탈감을 자녀들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지역에서 하나의 학교가 없어지는데 교육청은 단 한 번의 질문은 물론이고, 의견 청취도 없었다"며 "우리 지역 아이들은 갈 수도 없는, 그저 구경만 해야 하는 국제중이라면 더더욱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이 영훈국제중 설립을 포기할 때까지 영훈중 앞에서 농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강북주민 대책위원회'는 영훈중학교의 국제중 전환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22일 오전 강북구 영훈중학교 앞에서 열었다.
'강북주민 대책위원회'는 영훈중학교의 국제중 전환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22일 오전 강북구 영훈중학교 앞에서 열었다. ⓒ 박상규

국제중 찬성 주민 "가난한 동네에 좋은 시설 들어온다는데"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약 십여 명의 사람들은 무뚝뚝한 얼굴로 이들을 지켜봤다.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이들은 대책위 관계자들에게 다가가 "진짜 강북 주민들 맞느냐, 정확한 주소를 말해봐라, 왜 노원주민(박범이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이 와서 설치느냐"고 따졌다.

이들은 "강북구처럼 가난한 동네에 오랜만에 좋은 시설(국제중)이 들어오면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지 왜 시끄럽게 반대하느냐"며 "국제중이 만들어지면 외국으로 유학 갈 아이들이 이쪽으로 오게 되고, 결국에는 지역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찬경 미아5동 주민자치센터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연 사람들은 왜 자기들 마음대로 강북 주민을 대표한다는 이야기를 하느냐"며 "내가 아는 모든 강북 주민들은 국제중이 들어서는 걸 찬성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주민자치센터 한 관계자는 "국제중 반대를 주장하는 배후에는 전교조가 있다"며 "실력도 없으면서 만날 데모만 하고 다니더니, 이젠 강북 지역을 다 망하게 만들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양쪽 주민의 충돌은 국제중 설립을 반대하는 강북주민 대책위가 자리를 뜨면서 정리됐다. 소란이 벌어지는 동안 교문 안쪽에서는 영훈중 관계자들이 나와 주민들이 실랑이가 벌이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봤다.

 22일 오전 서울 강북구 영훈중학교 앞에서 '강북주민 대책위원회'가 영훈국제중을 반대하는 기자호견을 열자 국제중 설립에 찬성하는 주민 십여 명이 몰려와 거칠게 항의했다.
22일 오전 서울 강북구 영훈중학교 앞에서 '강북주민 대책위원회'가 영훈국제중을 반대하는 기자호견을 열자 국제중 설립에 찬성하는 주민 십여 명이 몰려와 거칠게 항의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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