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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이후 최대'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완화 국방부는 지난 21일 국민의 재산권 행사 보장과 불편해소를 위해 작년 12월 제정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른 후속조치로 군사시설보호구역의 해제 및 완화지역을 세부적으로 확정하고 22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해제되는 서울 서초구 우면산 118번지 일대.
'건국이후 최대'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완화국방부는 지난 21일 국민의 재산권 행사 보장과 불편해소를 위해 작년 12월 제정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른 후속조치로 군사시설보호구역의 해제 및 완화지역을 세부적으로 확정하고 22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해제되는 서울 서초구 우면산 118번지 일대. ⓒ 연합뉴스 서명곤

대규모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는 발표가 채 귓가에서 떠나기도 전에 무려 여의도의 72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면적의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전광석화같이 뇌리를 때리고 지나간 전파 때문인지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10여 년 전을 떠올려 본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 후보는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그린벨트 해제'라는 금기를 건드렸다. 당연히 사회적 논란이 크게 일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린벨트에 사는 유권자 숫자만큼의 표차로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다 그린벨트 주민 덕택이다"라는 말이 한 동안 회자되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 집권기간 동안 그린벨트 해제 작업은 그리 쉽지 않았다. 우선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사회여론이 만만치 않았던 탓이다. 수많은 전문가들과 시민환경단체들의 반발에 고난의 행군일 수밖에 없었다.

"환경평가를 통해서 풀 곳은 풀고, 묶을 곳은 묶는다"는 대원칙은 세웠으나, 환경평가는 어떻게 할 것이며, 해제 이후의 난개발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그리고 해제되지 않은 곳에 대해서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등 어려운 점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특히 수도권의 그린벨트는 수도권의 과밀과 집중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뇌관인지라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해서 그린벨트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영국에 전문가들을 보내 조사를 하고, 전문기관의 연구사업, 수십 차례의 토론회와 공청회를 거쳤고, 사회적 합의를 위해 민∙관협의기구까지 설치했다. 결국 김대중 정부 하에서 그린벨트 해제 정책의 결론이 맺어진 것은 거의 임기 말에 다다라서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지난주에 발표한 그린벨트 해제와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발표는 아무런 사회적 논의가 없었다. 대통령이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과의 대화' 자리에 나와 그린벨트 해제 운운한 후 1주일 남짓 만에 발표되었고, 그린벨트 해제 발표 후 3일 만에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발표가 나왔으니 역대 정부를 막론하고 이런 깜짝 쇼가 없을 것이다.

레토릭과 불도저가 정체성?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막무가내 식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첫째, 민초들간의 의사소통을 통한 사회적 합의, 여론 따위보다는 건설사 사장형 상명하달에 익숙한 통치스타일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둘째, 전문성이 취약함에도 사려 깊지 못한 이명박 정부의 근본한계가 고스란히 노출된 것일 수도 있다. 전문성이 취약하니 이러저러한 복잡한 함수관계를 풀지 않고 아예 덮어버린 것은 아닐까? 당장 해제되는 토지소유주에게는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일테지만 파생되어 나타날 문제, 혹 사회적인 약자들에게 가중될 피해에 대해 조금이라도 배려하는 정신은 담았는지 의문이다.

셋째, 토목∙건축이 현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국가를 살찌울 수 있다는 신념이 너무 확실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로 일어난 거대한 금융대란을 지켜보면서도, 그 여파가 국내 경제를 크게 흔들고 있는 현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탓인가?

넷째, 정권의 본성 탓일 게다.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는 "비즈니스 프랜들리"(기업친화)는 이명박 정부의 본성이 대한민국 1%의 부자들을 위한 정부임을 상징하는 레토릭(수사)이다. 종부세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9억쯤 부동산 자산을 가진 사람 정도가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인식 수준이 말해주듯 여지없이 드러나는 정체성, 그것이 토지 공공성의 위기를 부르고 있다.

토지 공공성 포기, 1% 배불리기

아무리 그렇다손치더라도 2억1200만㎡라는 어마어마한 땅(군사보호구역)을 자유시장 질서에 내던진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그 크기를 가늠해 보자. 판교신도시가 약 240만㎡이니 판교신도시 를 88개를 건설할 수 있는 크기다. 판교신도시에는 총 2만9300호의 주택이 건설되니, 이런 주택 약 260만호를 지을 수 있는 면적이다. 그렇게 되면, 약 775만명의 인구가 살 수 있는 새로운 신도시가 건설되는 셈이다.

물론 이것은 가상의 시나리오다. 그 넓은 땅을 다 헐어서 신도시를 건설할리도 없고, 그럴 수도 없을 것이다. 또, 군사시설보호구역이 해제된다고 해서 곧바로 주거지역으로 용도가 전환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제된 곳에 땅투기가 횡행하고, 투기 목적으로 땅을 산 사람들은 다양한 방편으로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하려 군불을 지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개발이익이 발생하게 될 터, 그 돈의 주인은 누구이겠는가? 지금 당장 대규모 땅투기 여력이 있는 대한민국 1% 사람들이 분명할 것이다.

우리나라 토지제도는 투기에 가장 취약한 '용도지역∙지구제'와 '건축자유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온갖 영향력을 동원하여 녹지를 택지로 용도변경을 시키면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 그 뿌리 깊은 관행이 이어져 온갖 부동산 비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건축자유 원칙을 채택하고 있으니 "내 땅 내 맘대로 개발한다"고 버티면 공공의 명분으로도 당해낼 재주가 없다. 이것이 바로 자유시장 질서에 땅을 무방비 상태로 내놓는 일이다.

어디 땅이 신발 만들듯 할 수 있는 상품이나 되는가? 더군다나 한번 개발로 훼손된 땅은 복원이 쉽지 않고, 복원한다 하더라도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 한다. 따라서 무분별한 토지규제 완화와 그에 따른 난개발은 오롯이 후대에 그 부담을 떠넘기는 셈이 된다.

수도권은 살리고 지방은 죽이는 정책

이미 우리 수도권은 세계 제일의 과밀상태를 보이고 있다. 사람과 돈, 그리고 기업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이기에 개발압력이 엄청나게 높다. 그래서 지금까지 수도권정비계획법이라는 제도를 가지고 수도권의 과밀과 집중을 억제해 왔고, 그것이 국익에 부합된다는 사회적 합의를 지켜온 것이다.

그런데, 그린벨트 해제에 이어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규제완화 포함) 현황을 보면, 경기도와 인천이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고, 서울 도심도 상당한 면적이 해제 되었다. 지난해에 이미 미군부대가 떠나는 공여지에 대한 개발특별법이 마련되어 수도권 인근에는 많은 개발사업들을 벌일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었던 터였다. 이번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마저 수도권에 추가되면 수도권 과밀은 엄청난 속도로 심화될 것이다.

수도권 과밀∙집중은 지방의 공동화, 황폐화와 동전의 양면처럼 연결되어 있는 문제다. 수도권의 기득권 세력들을 위한 정책의 그림자는 지방의 피해로 고스란히 남게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언급한 후,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들고 나왔다. 그 뉴스를 접한 때만해도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한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을 것이라 짐작했던지라 새삼스러울 일이 아니었다.

저탄소 녹색성장? 말이나 말지

그런데 그린벨트 해제에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까지 연거푸 들고 나오는 통에 이젠 맥락이 잡히지 않는다. 잘 알다시피 "재개발∙재건축"과 그린벨트,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해서 추진될 신규개발은 정반대의 정책이다.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주택과 공장 건설의 수요가 크게 남아있다면이야 모르겠지만 지방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중견 건설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새만금 그 광활한 땅 70%를 산업용지로 쓴다면서 여전히 새로운 개발부지가 필요하다고 말 할 수 있는가?

GDP를 100으로 놓고 보면, 18쯤(선진국 대부분 5~6 수준)을 건설∙토목 투자에 의존하고 있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경제구조를 극복하는 것이야 말로 저탄소 녹색성장의 출발점이어야 한다는 것쯤은 이젠 상식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아직도 땅파기에 몰두하고 있음을 너무나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으니 저탄소 녹색성장과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음이 분명하다.

국민들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지금 이 순간, 아직도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위대한 전환에 최소한의 진정성을 보이고 있다고 믿을 국민이 있을까? 날은 저물어 간다.

덧붙이는 글 | 오성규 기자는 환경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입니다.



#그린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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