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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는 공주가 아니다>(글숲산책)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동화' 번역의 문제점과 새로운 교육방식에 대한 예고를 담고 있다. 아이 엄마를 중심으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 '예스24 독서도우미클럽'과 도서포털 리더스가이드는 지난 9월 26일 영풍문고 지하갤러리에서 '제8회 작가와의 만남'을 공동으로 주최했고, 사전에 리뷰어 20명이 참여해 리뷰를 제출했다. 기자는 리뷰를 한데 모아 분석하였다. - 기자 주

 

들어가기 전에

 

 <백설공주는 공주가 아니다>의 가장 큰 특징은 '축자적 해석'이었다. '축자(逐字)'란 글자를 하나하나 따라가며 번역하고 분석하는 방식을 말한다. 사실 문장 하나를 이처럼 상징의 씨줄과 날줄로 해부하는 일은 보는 사람에게 낯설고 지루하기까지 한 작업일 수 있지만, 그것이 학문과 공부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백설공주는 공주가 아니다>의 가장 큰 특징은 '축자적 해석'이었다. '축자(逐字)'란 글자를 하나하나 따라가며 번역하고 분석하는 방식을 말한다. 사실 문장 하나를 이처럼 상징의 씨줄과 날줄로 해부하는 일은 보는 사람에게 낯설고 지루하기까지 한 작업일 수 있지만, 그것이 학문과 공부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 글숲산책

과연 <백설공주는 공주가 아니다?!>(이하 <백설공주는...>)는 문제작이라 부를 만하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경악'이었다. 일부는 저자의 관점에 대해서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기도 했다. 기존의 담론들이 과연 가치가 없느냐 하는 이유에서였다. 리뷰어들의 평가를 들어보기 전에 그림 형제는 어떤 사람이고, 저자(이양호)가 보여주었던 축자적 해석 방식과 연관해 독일의 '엄밀학'에 대해서 언급해야 할 것 같다.

 

그림 형제는 독일이 자랑하는 언어학자이자 사전편찬자였다. 형제는 독일의 정체성을 오롯이 모아내기 위해서 흘러다니는 옛 이야기를 집대성해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 모음>을 편찬하였고, 아울러 독일어 사전을 편찬했다. 그 양이 방대해서(A4 3만장 넘어) 알파벳 A~F까지밖에 정리하지 못하고 죽었다. (129~130쪽)

 

이 내용을 보면 이른바 <백설공주>는 '구비문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천 년 전부터 '구비문학'은 국가가 매우 소중히 여겨 정책적으로 채록을 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데, 동양만 하더라도 왕이 학자들을 전국으로 보내 그 지역의 노래나 이야기를 채록하도록 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이를 통해 민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특히 '독일'은 '구비문학'과 깊은 인연이 있는데, 세계대전 이후 독일 국민의 광범위한 패배감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구비문학 정리'이다. 이때 그림형제의 앞선 작업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독일 학문의 엄밀성은 내가 읽은 책과 주워들은 이야기를 보태야 할 것 같다. 독일에서 유학한 지인에 따르면, 독일 학생들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나 이에 버금가는 고전들을 줄줄 외우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예전에 천자문, 사서삼경을 외웠던 것과 같다. 원전 텍스트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나오는 대목이지만, 학문을 위해서는 그 길다는 칸트의 저작을 줄줄 외야 한다는 '상식'이 독일의 대학에는 자리잡아 있다는 의미로 읽혔다.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수학하고 돌아와 <입시공화국의 종말>(인물과사상사)이라는 책을 쓴 김덕영씨도 책에서 독일 학문의 엄밀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한 학기의 과제는 칸트 철학서의 한 단원, 한 꼭지의 증명과정을 분석하라는 것이었는데, 독일 원서로는 단 세 줄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말 번역을 포함해도 A4 한 장밖에 되지 않는데 15장으로 제출하라고 하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갈피를 못 잡아 헤매고 있을 때 교수가 이렇게 조언했다.

 

"칸트 윤리학의 기본적인 의도와 논리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고 난 후에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면 된다. 대학의 기초적인 지적 훈련 과정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220~221쪽)

 

<백설공주는...>은 독일동화만 번역해놓은 책이 아니다. 독일동화는 사례에 불과하며,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동화 뒤에 배치된 해설에 있다. 해설서를 읽어나가는 데 피로감과 짜증이 나는 까닭은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엄밀'이라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독일 동화집을 읽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들지 않겠지만,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들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아이와 나를 위해 백설공주를 다시 읽겠다

 

 그림 형제는 독일이 자랑하는 언어학자이자 사전편찬자였다. 형제는 독일의 정체성을 오롯이 모아내기 위해서 흘러다니는 옛 이야기를 집대성해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 모음>을 편찬하였고, 아울러 독일어 사전을 편찬했다. 작품집에는 200여 개의 동화가 소개되었는데, 제목과 같이 어린이만을 위한 작품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읽는 것이 '동화'의 진면모다. 때문에 독일에서는 '동화읽기 방법론'이 크게 발달돼 있다.
그림 형제는 독일이 자랑하는 언어학자이자 사전편찬자였다. 형제는 독일의 정체성을 오롯이 모아내기 위해서 흘러다니는 옛 이야기를 집대성해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 모음>을 편찬하였고, 아울러 독일어 사전을 편찬했다. 작품집에는 200여 개의 동화가 소개되었는데, 제목과 같이 어린이만을 위한 작품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읽는 것이 '동화'의 진면모다. 때문에 독일에서는 '동화읽기 방법론'이 크게 발달돼 있다. ⓒ 오승주

이제까지 백설공주의 화려한 드레스에 현혹돼 있는 독자라면, 백설공주의 하얀 속살을 보고 놀랐을지도 모른다. 리더스가이드(이하 '알지')와 예스24 독서도우미클럽(이하 '독도') 리뷰어들의 반응만 보면 그렇다.

 

독도의 '독서 짱'은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단순히 왕비의 딸이겠거니 하고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는데, '공주'라는 표현부터 잘못돼 있었다니(새하얀 눈 아이를 왕비의 의붓딸로 설정한 것은 주인공을 가장 높은 위치에서 떨어뜨림으로써 극적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그림 형제의 고도의 장치로 보인다.)

 

알지의 '보물섬'은 "이 짧은 동화 한 편에 이리도 많은 상징이 있는지 몰랐다"고 썼다. 알지 '하양물감'은 "우리집 아이 한솔이가 디즈니에서 나온 백설공주를 너무 좋아하는데, 디즈니 애니에 대한 비판이 너무 많아 대체 작품을 고민하고 있다가 <백설공주는...>을 만나게 되었다"고 썼다.

 

독도 '세상가득'은 "독일의 정서와 그림형제가 살았던 시대의 독일의 정서까지 세세하게 설명하며 원문의 단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그 단어를 쓰고 문장을 썼던 이유를 설명해 나가는 작가의 말에 귀기울이면서 내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함부로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고민이 생긴다. 아이에게 이 책을 읽혀주는 게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백설공주...>에는 왕비가 멧돼지의 간과 허파를 '새하얀 눈 아이'의 것인 줄 알고 먹는 장면이 나오고 머리끈으로 졸라 죽이는 장면도 나오는데 당장 보여주기는 망설여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어린이용'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청소년'에게 맞다는 주장도 나왔다.(독서 짱)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마디로 "이제까지의 백설공주가 어때서"인데, 알지 수양버들은 "오역으로 인해 콤플렉스가 생기기도 하지만 대리만족도 느낄 수 있으며 각 나라마다 특성에 따라서 변형될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의 '백설공주'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비판이다.

 

저자가 <백설공주>라는 작품을 첫 번째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알지 공주엄마는 "안 읽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가장 먼저 접해주게 되는 것이 바로 백설공주, 신데렐라, 성냥팔이 소녀 등 그림형제와 안데르센의 작품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장 유명한 만큼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작품이 바로 <백설공주>라는 것이다.

 

그 밖에 아쉽고 또 궁금한 이야기

 

가장 쟁점이 됐던 부분은 역시 '축자적 해석'이었다. '축자(逐字)'란 글자를 하나하나 따라가며 번역하고 분석하는 방식을 말한다. 알지 파란흙은 "사실 문장 하나를 이처럼 상징의 씨줄과 날줄로 해부하는 일은 보는 사람에게 낯설고 지루하기까지 한 작업일 수 있다"고 써서 격론을 예고했다.

 

독도 재윤맘도 "다소 논술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내용이 거슬리기도 한 것이 사실"이었다며 불편함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 방식은 할머니가 들려주듯 구어체로 구수하게 풀어내고 있어서 어느 정도 상쇄됐다는 평가도 있다. 알지 보물섬은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를 들려 주듯 구어체로 되어 있다"고 썼고, 수양버들 역시 "할머니가 이야기해주듯 자분자분 들려줘서 우리 전래동화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썼다.

 

이 밖에 백설공주 외에 다른 오류가 있는 동화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독도 커피부키) 우리 나라 외에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오류가 있는지 궁금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일곱이라는 상징이나 동화에서 쓰는 표현들이 정말 그런 의미를 나타내는지 궁금해하며 "이 이야기를 처음 모아 썼던 그림 형제가 저자가 주장하는 단어 하나하나에 정말 그런 의미를 부여하고 상징이란 장치를 썼을까?"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독도 '희망으로')

 

이처럼 전혀 새로운 백설공주에 대해서 상반된 평가도 있었고, 새로 생기는 궁금증도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리뷰어들은 <백설공주...>라는 새로운 텍스트와 새로운 상징들을 어느덧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덧붙이는 글 | 리더스가이드에도 올렸습니다


백설 공주는 공주가 아니다?! - 발도르프 선생님이 들려주는 진짜 독일 동화 이야기

이양호 지음, 박현태 그림, 글숲산책(2008)


#백성공주는 공주가 아니다#동화#대안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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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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