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학교(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소재) 김형태 총장의 논문과 저서가 '무더기 표절' 의혹을 사고 있다.
'한남대학을 바로 세우려는 동문들의 모임(이하 동문모임)'은 최근 김 총장의 논문을 분석한 뒤 "김 총장의 저서와 논문들은 표절의 차원을 넘어 남의 글을 무더기로 가위질과 풀칠로 짜깁기한 다음, 그것을 마치 자기의 글처럼 포장해 논문으로 발표하고 저서로 출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김 총장의 표절 내지 남의 글 도둑질 행각은 관련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도 곧바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대학교수가 한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며 "학문 도둑질 내지는 학문적 사기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김 총장은 교육학 관련 전문 학회지에는 논문을 거의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학술진흥재단의 '등재학술지'나 '등재후보 학술지'에서도 그의 논문을 찾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제기한 의혹 대상 논문과 저서는 모두 44건에 이른다. 세부적으로 주제와 동일한 저서를 출판사와 출판연도를 달리 출판하거나 무차별 중복게재한 것이 17건, 표절 10건(박사학위 논문 포함), 타인의 글을 재편성하여 본인의 글로 둔갑시킨 것이 5건 등이다.
'동문모임'이 제작한 이 자료는 2쪽 분량의 성명서와 13쪽 분량의 요약본, 500쪽 분량의 근거자료로 되어 있다. '동문모임'은 이러한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교내 교수와 외부 언론인 등에게 무더기로 배포한 상태다.
이 모임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대면인터뷰를 통해 "관련자료들은 학교 내 교수, 제자, 직원, 학계 관계자 등 수많은 사람들의 제보와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며 "결코 위조되거나 조작한 일이 없고, 지금 당장이라도 도서관에 가면 언제든지 열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학교측 "불순한 의도 가진 정체불명 세력의 음해"
이에 대해 한남대 관계자는 "이러한 의혹들은 이미 총장 선임 전에 이사회에 같은 형태의 문서로 제보됐고, 이사회에서 각 전문가 등에 의견을 구한 뒤, 최종적으로 김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했다"며 "이는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문제를 제기한 '동문모임'은 총동문회 명칭을 사칭하는 등 정체불명의 단체이고, 총장을 음해하여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총동문회에서도 자신들의 명칭을 사칭한 것과 관련 경찰수사를 의뢰할 계획에 있다, 음해성 제보로 인한 불필요한 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한남대는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앞두고 있다. '대학평의원회' 구성이 속히 이루어져야 개정된 사학법에 따른 '개방형 이사'를 추천할 수 있고, '개방형 이사'가 추천되어야 이사회를 구성, 올해 말로 임기가 끝나는 이사장 등에 대한 재임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동문모임'이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앞두고 자신의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러한 음해성 제보를 하고 있다는 게 학교 측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또 "김 총장의 표절 의혹 중 박사학위 논문은 학계에 널리 알려진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조금 유사한 부분은 있으나 표절이라 할 만 한 것은 아니고, 나머지는 대부분 교내에서 학생들의 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각주를 통한 출처를 밝히지 않은 점은 잘못이지만, 참고도서목록에 모두 밝히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남대는 이번 의혹에 대해 교내 '연구윤리진실성검증위원회' 등 공식 절차를 통해 검증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협 "표절의혹조사위원회 구성하겠다"
반면, 한남대 교수협의회는 학내 교수 및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표절의혹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진위를 가리겠다고 밝혀 파문이 커지고 있다. 한남대 교수협의회 신운환 회장은 1일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교협에서는 의문을 제기한 단체의 실체나 동기, 의도 등과는 상관없이 학문적인 입장에서만 이 문제에 접근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의 공식기구로서 '연구윤리진실성검증위원회'가 있지만 총장이 임명한 부총장이 당연직 위원장을 맡고 있고 주요 보직 교수들이 참여하는 학내 위원회가 인사권과 징계권을 가지고 있다"며 "총장의 표절 의혹을 공정하고, 객관성있게 조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독자적인 조사를 실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총장의 표절 논란은 그가 총장으로 취임하기 이전인 지난 1월부터 학교 내 일부 구성원과 동문들 사이에서 불거져 나왔었다. 하지만 김 총장은 한남대 이사회의 총장 선임에 따라 지난 1월 취임했다. 이 때문에 한남대 이사회가 논문 표절 의혹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아래는 동문모임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김 총장의 의혹대상 논문과 저서의 일부분이다.
[의혹①] 타인의 논문이나 저서 내용을 무단 발췌
① 김총장이 지난 2002년 '21세기 자녀교육(한남대 출판부)' 제목의 저서를 발간했다. 하지만 이는 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유안진 교수가 저술한 '한국의 전통육아방식(서울대 출판부, 1986)'의 제2장 '한국의 전통사회'의 상당부분을 원문 그대로 옮기거나 내용 중의 일부 단어만을 바꾸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사진)
② 김 총장이 1998년 저술한 '청소년 세대교육론(한남대 출판부)'은 한국청소년개발원에서 발행한 '청소년지도총서' 1·2권의 '청소년심리학'과 '청소년문화론'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을 원문 그대로 사용했다.(아래 사진)
③ 또 같은 책의 '제1편 청소년의 이해' 16-22쪽의 경우 충남대 심리학과 정휘숙 교수가 저술한 '청년 심리학(장승, 1993)'의 48-71쪽을 통채로 옮겨 사용했다.(아래 사진)
[의혹②]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충남대, 1989)의 표절 및 타인의 글 재편성
김 총장은 자신의 박사학위논문인 '청소년기 자아정체감의 발달 및 측정에 대한 연구(충남대 교육학과, 1989)'에서도 다른 학자의 논문이나 저서의 문단이나 문장을 무단으로 표절한 의혹을 받고 있다.
① 김 총장은 논문 6쪽에서 자아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서봉연 교수의 '자아정체감 형성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경북대 교육학과 박사학위 논문, 1975)'의 7쪽 두 문단과 8쪽 한 문단을 표절한 의혹을 받고 있다. (아래 사진) 또 같은 논문 11-22쪽에서는 자아정체감의 발달을 설명하면서 계명대 교육학과 박아청 교수의 저서인 '아이덴티티의 탐색(정민사, 1984)'의 75-85쪽과 거의 같아 표절의혹이 짙다.
② 김 총장의 논문 참고문헌목록은 한상철 교수의 논문 '청년기에 있어서 자아 아이덴티티의 발달과정-EPSI를 통한 발달과제의 형성기간에 대한 규명(계명대 석사학위논문, 1986)'의 참고문헌목록 일부를 그대로 인용한 의혹이 있다. 두 논문을 비교해 보면, 한 교수가 참고한 책의 페이지와 김 총장이 참고한 책의 페이지가 계속해서 일치하고, 심지어 한 교수가 페이지를 생략한 책은 김 총장도 생략하고 있다.
③김 총장은 1997년 발표한 자신의 논문 '청소년 문화'(교육연구 제5권 1호, 한남대 교육연구소) 68쪽에서 원저자 '정원근'이 쓴 '영상세대와 문자세대의 차이'를 원문 그대로 인용했으나, 2년 후 발표한 '2000년대 신지식 청소년을 위한 상담모형(교육연구 제7권 1호, 한남대 교육연구소, 1999)'에서는 '영상세대와 문자세대의 차이'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원저자를 밝히지 않고, 자신의 글처럼 표현했다.
[의혹③] 주제와 내용이 동일한 저서를 중복 출판
김 총장이 저술한 '교육의 심리학적 이해(동문사, 1999)'와 '21세기를 위한 교육심리학(태영출판사, 2007)'은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양자의 내용이 거의 일치한다. 또 김 총장의 '교육실습의 요론(명문사, 1993)', '가르치는 기쁨 배우는 보람(한남대 출판부, 1997)', '교육실습이론(한남대 출판부, 2003)' 등은 '교육실습의 요론'의 1-162쪽의 내용이 나머지 두 책에도 동일하게 수록돼 있어 중복 출판 의혹을 사고 있다.
동문모임은 이 밖에도 김 총장이 자신의 글에서 대부분 각주를 통한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참고문헌목록에만 기록해 인용 및 창작 여부를 구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외국인의 저서를 타인에게 번역시킨 다음, 이 것을 마치 자신의 저서인양 출판하기도 하고, 하나의 논문을 부분적으로 나누어 여러 곳에 수록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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