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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미국 대선 부통령 후보 토론회를 보도하는 <뉴욕 타임스>
2008 미국 대선 부통령 후보 토론회를 보도하는 <뉴욕 타임스> ⓒ Newyork Times

"이봐요, 조라고 불러도 되죠?(Hey, can I call you Joe?)"

 

2008 미국 대통령선거 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공화당의 사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가 토론 시작과 함께 던진 말이다. 민주당의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후보는 마지못해 웃음으로 대답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대화로 시작된 이날 토론은 결과 역시 예상과 달랐다.

 

한국시간으로 3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열린 미국 대선 부통령 후보 토론회는 바이든의 승리로 끝났지만 정작 페일린이 더 많은 주목을 받는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당초 부통령 후보 토론에서는 35년 정치경력의 '베테랑' 바이든의 압승이 예상되었지만 '신참내기' 알래스카 주지사 페일린 역시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이날 토론이 끝난 뒤 <뉴욕타임스>는 "페일린이 사퇴압력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다(survive)"고 전하는 등 대부분의 미국언론들이 기대 밖의 '깜짝 선전'을 펼친 페일린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기운 넘치는 페일린, 예상 밖의 선전

 

토론이 끝난 직후 CBS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절반이 넘는 51%의 시청자들이 바이든이 이겼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이 36%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친 페일린을 '승자 아닌 승자'로 호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페일린에 대한 기대가 적었던 것이다.

 

페일린은 그동안 부시 독트린을 묻는 질문에 "그게 무엇이냐?"고 대답하며 망신을 당하고 "러시아와 가까이 있는 알래스카에 있기 때문에 외교에 대해 잘 안다"는 등의 당황스러운 발언을 하는 등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 지지자들에게도 '자격미달'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페일린은 <AFP통신>이 "기운 넘치는(feisty) 페일린이 그동안의 실수에서 벗어났다"고 평했듯이 토론 내내 특유의 당찬 어조로 노련한 바이든에게 주눅 들지 않고 맞서며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두었다.

 

바이든이 최근의 금융위기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경제문제를 들고 나오자 페일린은 "나는 당신이 원하는 대답을 해줄 수 없을 것"이라며 "나는 오히려 에너지 문제 같은 다른 사안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며 공격을 피해갔다.

 

외교문제가 거론되자 페일린은 대통령이 된다면 이란, 북한, 쿠바 등 적성국가 정상들과 직접 만나겠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의 발언을 비판하며 오히려 '외교전문가'로 불리는 바이든을 역공하기도 했다.

 

페일린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의 핵무기 보유는 전쟁억제를 위한 목적이므로 안전하다"며 "김정일 체제하에 있는 북한 같은 나라는 우리가 반드시 경제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험과 관록으로 '본전 찾은' 바이든

 

"이란에 대한 매케인의 정책이 조지 부시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이스라엘에 대한 매케인의 정책이 조지 부시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매케인의 정책이 조지 부시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파키스탄에 대한 매케인의 정책이 조지 부시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민주당의 바이든은 페일린에 대한 공격을 최대한 자제하는 대신에 공화당의 '몸통' 존 매케인 대통령 후보를 직접 공격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날 바이든은 35년간 상원의원 경력을 통해 쌓아온 해박한 지식과 노련한 토론 실력을 발휘하며 많은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워낙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됐던 탓에 바이든에게는 '이겨도 본전'인 토론이었다.

 

특히 바이든은 부시 행정부에 대한 잘못과 함께 공화당의 매케인이 집권하게 되면 '부시 3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현 부통령인 딕 체니에 대해서도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부통령(most dangerous)"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은 역시 외교전문가답게 공화당의 외교정책을 공략하며 "오바마는 이라크에서 16개월 이내에 모든 병력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으며 빨리 전쟁을 끝내려고 하고 있지만 매케인과 페일린은 이에 대한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공화당은 우리와 생각하는 것부터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페일린은 "아직도 오바마는 병력 추가투입의 효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병력철수 계획은 미국이 백기 투항(white flag of surrender)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와 함께 바이든은 36년 전 교통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고 두 아들이 중상을 입었던 사연을 이야기하며 시청자들의 감정을 자극하기도 했다.

 

'특별과외' 받은 페일린, 분위기 반전 성공?

 

벼랑 끝에 몰렸던 페일린이 이날 토론을 계기로 기사회생하며 '정책이 아닌 이미지를 위해 페일린을 선택했다'고 지적당해왔던 매케인 후보의 짐을 상당 부분 덜어줬지만 아직 위기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부통령 후보 토론은 피해갈 수 없는 문턱이었지만 공화당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페일린의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언론에 대한 노출을 되도록 피하는 전략을 유지해나갈 전망이다.

 

특히 <AP통신>은 '오늘처럼 페일린이 대본 없이 토론하는 것을 다시 볼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이날의 활약이 페일린의 능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공화당의 '특별과외' 덕분이라는 것을 꼬집었다.


#미국대선#조지프 바이든#새라 페일린#바이든#페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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