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4일) 오후 5시 출근해서 밤새 일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8시 퇴근했다. 금요일, 토요일 연이어 오후 5시 특근이 잡혀 밤샘 작업 하느라 심신이 피로했다. 오후 3시 30분에 일어난 시간까지 합치면 16시간 30분을 회사에 속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긴 시간 특근 작업을 연이틀 하다보니 일요일 아침 퇴근 땐 전날보다 더 피곤했다. 퇴근 후 씻고 밥 먹고 좀 쉬려고 했었는데 중학교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창기, 오늘 우리 같이 도배 봉사나 하루 하자."난 그 친구의 호의를 거절치 못했다. 그는 참 반듯하고 봉사 활동을 많이 하는 친구다. 난 생계비 벌기에 바빠 마음만 가지고 있는 그 자원봉사 활동을 그 친구는 행동으로 옮기고 있었기에 피곤해서 좀 쉬어야겠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밥 먹고 둘째 아들(8)이랑 같이 가르쳐준 곳으로 찾아 갔다.
벌써 너덧 분이 모여 도배 작업을 진행 중에 있었다. 방 안이 좁아 밖에서 큰 도배지에 풀 칠을 하고 가지런히 접어 방 안으로 가져다 주면 방 안에 있던 분들은 접은 도배지를 벽에죽 펴서 널적한 솔로 접착하였다.
도배하는 분들은 많이 해 본 바 있는지 능수능란하게 잘했다. 솔과 칼, 가위들을 넣을 수 있는 도구를 앞치마처럼 차고 있었고 그 속엔 도배지 위를 문지를 솔과 옆 모퉁이가 튀어나온 부분을 자를 칼과 가위가 들어 있었다.
낮은 슬레이트 집에 세들어 사는 나이 많으신 부부는 다정다감 했다. 오랜 동안 살아서 그런지 뜯어낸 벽지엔 때가 많이 끼어 있었다. 봉사자들은 방 안에 있는 살림 도구를 일일이 다 치우고 새 벽지를 바른 뒤 다시 제자리에 그대로 갖다 두었다. 봉사자들은 자원 봉사 하루 한다고 대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 집보다 더 꼼꼼히 잘 했다.
일요일이면 누군들 집에서 쉬고 싶지 않겠는가. 가족과 나들이 가고 싶지 않겠는가. 또 한 푼이라도 더 벌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그런 유혹을 다 뒤로하고 형편이 못 되는 분들을 찾아가 집안을 깨끗이 도배도 해드리고 말벗도 해드린다.
그동안 외롭던 두 어르신은 얼마나 반갑겠는가. 봉사자들이 입고 있는 검청색 조끼엔 '품앗이 봉사단'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나처럼 하청 노동자도 있고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도 있고 친구처럼 자영업자도 있다고 한다. 친구는 간판쟁이다.
핏줄도 아니고 안면이 있는 사람도 아닌 사람의 집을 스스로 찾아와 오래 묵은 벽지를 걷어내고 새 벽지로 교체해 주는 사람들. 직업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고 사는 방식도 다르지만 그들은 봉사활동이라는 하나의 취지로 모였다. 참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갑자기 찾아간 나도 그들은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자원봉사 하는 분들은 참 친절이 몸에 배인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잠도 오고 피곤해서 중간에 그 자리를 뜨고 말았지만 봉사자들은 남아서 도배를 모두 마무리 하고 귀가 했으리라 생각된다. 생활의 일부를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참으로 훌륭한 삶의 본보기가 아닌지.
나도 특근 없는 날 멋진 친구 따라 자원봉사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