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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기행에서 먹는 점심은 자연을 마시는 듯했습니다. 제주토속 꿩메밀 국수는 제주만의맛이 물씬 풍기는 별미였지요. 올래꾼, 허기진 배를 두둑이 채웠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더군요.

 

올레꾼,잡초를 이고 있는 기생화산 걷다

 

9월 27일 오후 1시,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통오름 옆에 자리 잡은 독자봉 길트기가 시작됐지요. 독자봉은 통오름과 국도 16호선을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푸른 가을 하늘아래 서 있는 이정표는 올레꾼들에게 또 하나의 목적지를 예고하는 것 같더군요.

 

독자봉에는 대문이 있었습니다. 그 대문은 마소가 나가지 못하도록 ㄹ자 형태로 만들어 놓았더군요. 아마 독자봉은 마소의 둥지였나 봅니다. 때문에 독자봉 입구부터 스코리아(제주 사람들이 '송이'라고 부르는 붉은색 자갈)가 패인 흔적을 보니 안타까웠습니다.

 

그 화산의 터를 딛고 5분 정도 오르자, 산책로 같은 계단이 나타났습니다. 나무계단을 설치 해 놓아서 오르기에 부담이 없더군요. 통오름이 풀섶을 이고 있는 기생화산이었다면, 독자봉은 잡초를 등에 지고 있는 기생화산이라고나 할까요? 그 등산로 계단은 100m쯤 될까요? 마치 산책로 같았습니다.

 

 

다시 10분쯤 걸으니 오름 등성이가 보였습니다. 곰솔과 삼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등성이에 오르자 멀리 성산 일출봉이 밭담위에 걸쳐 있더군요. 둥성이를 벗어나니 가을바람이 독자봉 숲에 쉬어가더이다. 숲길이야 겨우 한사람 정도가 걸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숲길에서는 가을 야생화가 올레꾼들을 환영하더군요. 울창한 숲사이로 말굽형 화구가 드러났습니다.

 

"봄에 독자봉에 올랐더라면 찔레꽃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앞서가는 올래꾼은 등산로 사이에 있는 찔레나무를 보고 계절의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사라져 가는 봉수대'의 흔적 그대로 남아

 

독자봉 정상은 출입금지 구역이었습니다. 이유인 즉, 산 정상에는 봉수대 흔적이 돌담으로 둘러져 남아 있는데, 이곳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관리하고 있더군요. 그 봉수터는 조선시대 북동쪽 수산봉수와 서쪽남산봉수와 교신했었다고 하더군요. 제주는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왜구의 침입이 심했던지라, 그들의 침입을 알리기 위해 봉수대와 연대를 갖추기 시작했다 합니다.

 

지금에야 군사통신시설이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당시 불과 연기를 통해 통신을 알렸던 시절에 제주 오름의 정상은 통신시설 지점이기도 했지요.  

 

독자봉 정상, 제주방어유적 문화재 가치높아

 

독자봉 오름 정상에도 흙을 둥그렇게 쌓아올려 봉덕을 설치하였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문화재로써의 가치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중심 반경이 한 15m 정도 될까요. 그리고 그 내부 반경은 8m 정도. 두둑에 고랑은 만든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그 고랑에는 가을 야생화와 인동초가 꽃밭을 이뤘습니다. 그리고 그 둑에는 또 하나의 작은 봉우리 형태가 또 하나의 봉우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제주 기행을 하다보면 연대나 봉수대의 흔적을 볼 수 있지만, 봉수대는 대부분 표지석을 설치해 놓았을뿐 그 흔적을 찾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독자 봉수대는 원형 그대로의 형태를 볼 수 있어 의미가 있었습니다. 봉수대 너머로 영주산이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외로운 독자봉 인동초 향기 그윽

 

독자봉 봉수대에는 인동초 향기가 그윽하더군요. '홀로 떨어져 있어 외롭게 보인다'는 독자봉, 난산리 마을에 독자(獨子)가 많아 독자봉이라 했다니 아마 독자봉 인동초는 외로움과 인내를 의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길 건너에 통오름이 있으니 외롭지는 않을걸요.

 

표고159m, 비고 79m 독자봉에는 가을 숲 향기가 그윽하더군요. 등산로는 떨어진 나무이파리와 흙이 시루떡처럼 켜켜이 버무려져 푹신푹신 하더군요. 올레꾼들, 가을 숲의 풍경에 빠져 볼 수 있었지요.

 

오후 1시 40분, 드디어 독자봉 하산. 해발 159ml 독자봉을 한바퀴 돌아보는 데는 한 40분정도. 제주올레 9코스 길트기는 난산리 중산간 마을에 꼭꼭 숨어 있는 제주방어유적지의 봉우리까지 발길이 닿았습니다.

 

독자봉은 마지막 남아있는 제주방어유적지의 한곳이 아니었나 싶더군요. 그리고 제주의 전형적인 가을 숲이었다고나 할까요?

 

제주올래 9코스에서 만난 제주시 성산읍 난산리 마을, 통오름이 어머니처럼 포근했다면, 독자봉은 아버지처럼 위엄했습니다. 그리고 두개의 오름은 서로 마주보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9월 27일 제주올레 9코스 도보기행입니다. 이 기사는 <제주의 소리>에도 연재됩니다.


#독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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