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사람의 말과 글을 알아듣는다."
사람의 말에 반응하는 물의 결정을 사진으로 담은 에모토 마사루(江本勝)의 책 <물은 답을 알고 있다>가 2002년 국내에서 첫 선을 보였을 때, 반응은 뜨거웠다. '사랑한다'는 말에는 아름다운 결정이, '죽여버리겠다' '바보'라는 말에는 아름답지 못한 결정이 나타난 사진에 사람들은 놀라워했다.
이 책은 지금까지 꾸준히 팔리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사진작가 조정화가 이 책을 접한 것은 올해. 그는 2005년 '화장실 스와핑' '몸, 그리고 욕망', 2006년 '여자의 남자', 2007년 기생문자 등 독특한 작업을 통해 눈길을 끈 바 있다. 2003년 서울시립미술관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물'전을 연 바 있으니, 물은 그의 오랜 관심사였다.
"올해 캠프에 다녀온 아들이 오염된 물에서 잡은 빙어를 먹고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났어요. 짧은 시간에 수포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공포를 느꼈는지…. 문득 일본에서 수질 오염 때문에 생긴 이타이이타이병과 미나마타병이 생각이 났습니다. 물 때문에 우리도 크게 혼이 나겠다고 생각했죠."조정화가 '물'과 '꽃'을 주제로 한 사진전을 열어야겠다고 결심한 데는 에모토 마사루의 물 결정 사진과 개인 체험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일 시작해 7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갈라에서 열리는 초대전을 찾았다.
1층은 '꽃', 2층은 '물'을 주제로 전시장을 꾸몄다. '꽃'과 '물'로 나눠졌지만, 두 가지를 통하는 것은 결국 '생명'이다. 꽃은 생명을 다한 뒤 땅으로 돌아가지만, 씨앗을 뿌려 결국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낸다. 꽃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강한 재생성'이다.
은은한 색깔과 옅은 분위기는 사진이라기보다는 수채화 같다. 작가는 물 위에 꽃을 뛰움으로서 그림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꽃은 하루에서 사흘 정도 말린 꽃을 썼다. 몇 달 동안 꽃 사진을 작업하면서 며칠 동안 말린 꽃이 가장 색깔이 뚜렷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신기하죠? 저도 놀랐어요. 생명의 신비란 것을 깨달았어요. 사람은 죽기 전에 정신이 가장 또렷해지고, 별은 사라지기 전에 가장 빛을 내는 것처럼 꽃도 그렇다는 것을 알았죠. 일상에서 볼 때보다 꽃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꽃 사진을 보면서 왠지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착시인가 싶었으나 여기에도 비밀이 숨어 있었다. 사진 노출을 15-30분 정도 하고, 물을 미세하게 계속 움직였던 것. 즉 물과 꽃이 계속 움직이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것이다. "노가다를 했다"면서 놀라워했더니, "직업인이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느냐"면서 자연스레 반문한다.
꽃을 물 위에 띄운 이유에 대해서 물었더니 '교감'이라고 말했다. 꽃이 강한 생명성을 지닌 물과 더해졌을 때 보다 큰 생명성을 지닐 것이라는 것. 사진으로 본 느낌으로 말하자면 그 시도는 옳았다.
2층 '물' 전은 에모토 마사루의 이론을 자기 나름대로 작업한 결과다. 바닷물은 기름 유출 사건이 벌어진 태안 앞바다에서 떠와서 찍었다. 잔뜩 흥분한 듯한 사진 속 물은 한편으론 분노한 듯하기도 하다.
빗물에선 생명력이 느껴진다. 작은 알갱이, 큰 알갱이들이 적당히 섞여 있다. 정수기물의 결정은 다소 지저분하다. 거품이 마구 엉겨 붙은 느낌이다. 작가는 정수기물 또한 가공된 물이라는 점에서 생명이 충만한 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말한다.
"우리 몸의 80%는 물로 이뤄져 있습니다. 물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물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에모토 마사루는 물이 인간과 교감한다고 봤고, 저는 그 말에 동의합니다."올해 7월 '물과 건강 국제 강연회' 참석차 내한한 에모토 마사루는 자신의 이론이 과학으로 검증하기가 힘들다는 점을 인정했다. 과학은 누가 실현하던지 똑같은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물은 관측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 하지만 물이 던지는 메시지에 그는 여전히 주목하고 있다. 조정화도 마찬가지. 사진전에서 과학 잣대를 들이대든지, 우리 삶을 돌아보든지는 오로지 관객의 몫이다. 작품수는 1, 2층 더해 약 10여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