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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찍는 사진 사진기를 어깨에 메고 다니다가 제 눈에 확 박히는 모습이 있기에 사진기를 스스럼없이 손에 쥐고 찰칵 하고 한 장 남깁니다. 여러 장도 아닌 꼭 한 장만.
좋아서 찍는 사진사진기를 어깨에 메고 다니다가 제 눈에 확 박히는 모습이 있기에 사진기를 스스럼없이 손에 쥐고 찰칵 하고 한 장 남깁니다. 여러 장도 아닌 꼭 한 장만. ⓒ 최종규

 

[119] 내 디지털사진기 : 디지털사진기를 쓰면 필름값을 줄일 수 있어 좋다고 합니다. 참말로 디지털사진기로는 무엇이든 마음 내키는 대로 찍을 수 있는 대목이 반갑습니다. 그러나 저는 디지털사진기로 무엇이든 마음껏 찍지 않습니다. 아니, 마음껏 찍을 수 없습니다. 찍을 사진만 골라서 찍습니다. 찍을 사진이 있을 때에만 사진기를 듭니다. 필름으로 사진 찍을 때에도 ‘버리는 필름’이 없도록 아껴서 찍었듯이, 디지털로 찍을 때에도 ‘버리는 파일’이 없도록 아껴서 찍습니다.

 

없어질 풍경이 아니다 골목길을 사진으로 담는 적잖은 분들은 ‘곧 없어질 풍경’이기에 남겨 놓아서 자료로 쓴다는 생각으로 찍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찍는 분들 가운데 몇 분이나마, ‘그 골목길이 없어진 뒤에도 자료로 알뜰히 쓰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참 부질없는 사진만 쓸데없이 찍어대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골목길 사진은 ‘풍경’이 아니지만, ‘없어질 풍경’은 더더욱 아닙니다.
없어질 풍경이 아니다골목길을 사진으로 담는 적잖은 분들은 ‘곧 없어질 풍경’이기에 남겨 놓아서 자료로 쓴다는 생각으로 찍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찍는 분들 가운데 몇 분이나마, ‘그 골목길이 없어진 뒤에도 자료로 알뜰히 쓰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참 부질없는 사진만 쓸데없이 찍어대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골목길 사진은 ‘풍경’이 아니지만, ‘없어질 풍경’은 더더욱 아닙니다. ⓒ 최종규

 

[120] 사진책 이야기하기 : 사진책이나 사진과 얽힌 이야기는 누구나 거리낌없이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좀더 제대로 알고자 애쓰지 않고서 섣불리 이야기를 할 때는, 피땀흘린 사람들 땀방울과 수고가 모두 물거품, 또는 헛것이 되어 버리고 말아요.

 

고등학교 대동모임 알림쪽지 동네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에서 곧 대동모임을 한다면서 언덕골목 쇠울타리 한쪽에 줄줄이 알림쪽지를 붙여놓았습니다. 이 알림쪽지를 멀거니 바라보며 지나가는데, 옆지기가 이 모습 좀 찍으라고 하여 한 장 찍습니다. 옆지기가 다시, 그냥 찍지 말고 전철역 모습도 보이도록 찍으라고 하여 또 한 장 찍습니다. 내키지 않는 부탁이 되지만, 옆지기가 바라보는 세상을 옆지기 눈으로 사진을 담으면서 미처 제가 못 본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고등학교 대동모임 알림쪽지동네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에서 곧 대동모임을 한다면서 언덕골목 쇠울타리 한쪽에 줄줄이 알림쪽지를 붙여놓았습니다. 이 알림쪽지를 멀거니 바라보며 지나가는데, 옆지기가 이 모습 좀 찍으라고 하여 한 장 찍습니다. 옆지기가 다시, 그냥 찍지 말고 전철역 모습도 보이도록 찍으라고 하여 또 한 장 찍습니다. 내키지 않는 부탁이 되지만, 옆지기가 바라보는 세상을 옆지기 눈으로 사진을 담으면서 미처 제가 못 본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 최종규

 

[121] 좋은 그림 : 헌책방을 찍겠다(사진기든 촬영기든)는 사람(신문ㆍ잡지ㆍ방송사)들은 좋은 그림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헌책방 흐름과 느낌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헌책방을 왜 찍을까요? 좋은 그림이 나오도록? 헌책방 흐름과 느낌을 살리도록? 헌책방이 어떤 곳이며, 이곳에 어떤 책이 있고, 헌책방에서 무엇을 만나고 즐기고 어울릴 수 있는 한편, 헌책방에 깃든 책은 무엇을 말해 주고, 헌책방을 찾아오는 사람은 누구인지를 보여주지 않고 ‘좋은 그림’만 찍으면 무엇을 할는지.

 

자전거 문화를 찍겠다는 사람들은 자전거로 시원하게 달리거나 신나게 달리거나 찻길에서 자동차 사이에서 달리는 모습을 찍어 ‘어떤 그림이 나오도록’ 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이런 ‘어떤 그림’은 왜 찍을까요? 무엇을 말하려고 ‘어떤 그림’을 찍나요?

 

 헌책방을 찍겠다면 먼저 헌책방을 알아볼 일이요, 찾아갈 일이고, 자기 스스로 즐기고 부대낄 일입니다. 자전거를 찍겠다면 먼저 자전거를 탈 일이요, 자전거로 찻길이든 거님길이든 손수 달려 볼 일입니다. 자기가 겪거나 몸으로 헤아리고 살피려 하지 않고 찍는 모든 ‘그림’은 구경꾼 그림입니다.

 

골목 안쪽 집 동네사람 아니고는 들어가 볼 일이 없을 골목길 안쪽을 거닐면서, 고요함과 아늑함을 느끼는 한편, 아름다움을 느껴서 사진을 안 찍을 수 없게 됩니다.
골목 안쪽 집동네사람 아니고는 들어가 볼 일이 없을 골목길 안쪽을 거닐면서, 고요함과 아늑함을 느끼는 한편, 아름다움을 느껴서 사진을 안 찍을 수 없게 됩니다. ⓒ 최종규

 

[122] 사진기를 들고 : 나는 헌책방에 사진 찍으러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진기 없이는 헌책방에 찾아가지 않는다.

 

헌책방 사진 헌책방 나들이를 하면서 헌책방 사진을 찍습니다. 허구헌날 찍고 또 찍는 사진이지만, 찍을 때마다 새롭고 찍힌 모습을 돌아보면서 혼자 흐뭇하여 벙긋벙긋 웃습니다. 아마, 이렇게 혼자 흐뭇해 하지 않고서는 여태까지 수만 장에 이르는 사진을 헌책방에서 꿋꿋하게 찍어 올 수 없었을 테지요.
헌책방 사진헌책방 나들이를 하면서 헌책방 사진을 찍습니다. 허구헌날 찍고 또 찍는 사진이지만, 찍을 때마다 새롭고 찍힌 모습을 돌아보면서 혼자 흐뭇하여 벙긋벙긋 웃습니다. 아마, 이렇게 혼자 흐뭇해 하지 않고서는 여태까지 수만 장에 이르는 사진을 헌책방에서 꿋꿋하게 찍어 올 수 없었을 테지요. ⓒ 최종규

 

[123] 디지털사진기 기계값 건지기 : 디지털사진기로 찍는 사진은 퍽 즐겁습니다. 뭐랄까, 필름값 걱정을 않고, 인화-현상 걱정도 없기 때문이지만, 몇 분만 풀그림을 돌리면 그동안 찍은 사진이 금세 보기 좋게 처리가 되거든요. 한편, 디지털사진기를 장만한 뒤 몇 차례 알뜰하게 쓰고 난 뒤에는 ‘그만큼이면 벌써 기계값 건지고 남았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 홀가분하게 사진찍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기계값 건지기’를 했다는 생각이 들 때부터 디지털사진기는 더 빛을 내네요.

 

한 번뿐인 때 언제 어디에서 어떤 모습을 사진으로 담든, 제 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바로 그 한때일 뿐입니다. 그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낼 수 없습니다. 놓치지 않도록 언제나 어깨에 사진기가 걸쳐 있어야 하고, 제 손은 사진 찍을 준비가 다 되어 있어야 합니다.
한 번뿐인 때언제 어디에서 어떤 모습을 사진으로 담든, 제 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바로 그 한때일 뿐입니다. 그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낼 수 없습니다. 놓치지 않도록 언제나 어깨에 사진기가 걸쳐 있어야 하고, 제 손은 사진 찍을 준비가 다 되어 있어야 합니다. ⓒ 최종규

 

[124] 디지털사진기로 찍기 : 디지털사진기로 사진을 찍을 때는 ‘작품이나 기록으로 남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즐기려고 찍습니다. 즐겁게 찍습니다. 그동안 길을 오가며 지나친 모습을 앞으로는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도 찍습니다. 한편, 필름사진으로 찍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드는데, 찍어 두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찍어야 할 일이 있는 사진도 너끈히 담아내곤 합니다. 이를테면 제가 일하는 방이라든지, 제 발바닥이라든지, 새 고무신이라든지, 고무신에 앉은 매미라든지, 자전거모임 사람을 만났을 때라든지, 술안주로 멋들어지게 차려진 술상이라든지… 이런 사진은 굳이 필름으로까지 찍고 싶지 않아요. 필름도 즐기는 마음으로 얼마든지 찍을 수 있지만, ‘즐김 = 돈’이 되어 버리는 필름사진인 만큼, 둘을 뚜렷하게 나누게 됩니다. 제 나름대로 잡은 사진감은 빈틈없이 찍으면서 기록도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필름사진을, 내가 살아가는 가운데 부대끼는 여러 모습은 있는 그대로 즐겁게 받아들이고 살피자는 마음으로 디지털사진을 찍습니다.

 

아기를 사진으로 담기 하루마다 달라지는 아기를 사진기로 들여다볼 때면, 두 눈으로 들여다볼 때만큼 찍히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아기하고 제 눈과 마음이 하나가 되지 못한 탓이 아닐까 하고 뉘우치고 있습니다.
아기를 사진으로 담기하루마다 달라지는 아기를 사진기로 들여다볼 때면, 두 눈으로 들여다볼 때만큼 찍히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아기하고 제 눈과 마음이 하나가 되지 못한 탓이 아닐까 하고 뉘우치고 있습니다. ⓒ 최종규

 

[125] 사진으로 보기와 눈으로 보기 1 : 백 번 듣느니 한 번 보는 편이 낫다고, 요즘처럼 사진이 넘치고 가득한 때도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훨씬 더 많은 사진이 넘칠 테지요. 그래, 금강산이든 백두산이든 말로 한참 듣는 일보다는 사진으로 한 번 보는 일이 훨씬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으로 볼 때와 두 눈으로 볼 때는 크게 달라요. 따지고 보면, 글로 읽으나 말로 들으나 사진으로 보나 한 사람 거쳐서 알게 되거나 겪기로는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으로 보면 더욱 잘 알아챌 수 있다고 하는데, 눈 느낌에 너무 매이면, 자기가 몸소 바라보고 겪어서 느껴야 하는 대상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채 잘못 알 걱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86, 29, 1 여든여섯 할머니, 스물아홉 옆지기, 한 살 갓난아기. 발과 손이 만났습니다.
86, 29, 1여든여섯 할머니, 스물아홉 옆지기, 한 살 갓난아기. 발과 손이 만났습니다. ⓒ 최종규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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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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