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날 지하철에서 졸다가 목적지인 광화문을 지나 여의나루 역에 내려 가까운 여의도공원을 돌아보았다. 작년에 우연히 여의도 공원에 들렀을 때 주렁주렁 매달린 조롱박들이 아치형 터널을 이루고 있는 곳에서 모처럼 그리운 고향에 간 듯 향수에 젖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순수한 우리나라 수종들만 다양하게 심었다는 여의도공원엔 온갖 고운 빛깔의 열매들이 자락자락 흐드러지게 열려 보는 이마다 환호성을 치게 하고, 잠시나마 복잡한 도심임을 잊고 풍요로운 계절을 만끽하게 한다.
하루 이용객이 5만~6만을 헤아린다는 여의도 공원은 1999년에 준공되었는데 229.539㎡(약 69.435평)시유지로 되어 있으며, 생태의 숲, 잔디마당, 문화마당, 3개의 생태연못과 연지, 팔각정, 사모정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고 24.735㎡의 광장은 만인의 휴식처로 너무도 유명하다.
또한 2.4km의 자전거도로와 3.9km의 산책로를 따라 정성껏 가꾼 울창한 숲은 인근 주민은 물론 여의도를 찾는 모든 내방객들에게 쾌적한 쉼터가 되고 있다.
공원에 자생하는 나무들은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 목련을 비롯하여 도토리나무, 감나무, 석류, 단풍나무, 어느새 붉게 물든 벚나무, 누가 더 새빨간지 내기하는 산사나무, 팥배나무, 덜꿩나무, 낙상홍, 꽃사과, 보리수, 마가목등 금방 터질 듯한 열매들이 반짝이고 있다.
정겨운 초가지붕에 매달린 조롱박을 헤아리다 아치형 터널로 들어서니 작년과는 달리 단호박, 박, 수세미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선들바람에 몸을 뒤척이고 있다.
능수버들 휘늘어진 연못엔 철모르는 어리연꽃이 배시시 웃어주고 ‘이제는 내가 계절의 왕’이라는 듯 서걱거리는 갈대의 숲엔 철새들이 보금자리를 트느라 분주한데, 이 아름다운 계절의 적토마는 어떻게 그 혼잡한 교통망을 뚫고 여의도에 먼저 찾아온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