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9일 오후 2시]
뉴라이트와 정부 여당, 보수언론에게 이념 논쟁의 십자포화를 맞던, 금성출판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대표저자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가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진행 중이던 금성출판사 검인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에서 중도하차했다.
김한종 교수는 8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좀더 좋은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집필에 참여하려 했으나 이념논쟁에 휘말리게 됐다"며 "이 상황에서 집필진으로 참여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어 빠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보수진영이 의도적으로 부추겼던 '좌편향 교과서' 논쟁이 결국 검인정 교과서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김 교수는 '개인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념 논쟁 중심에 선 상황에서 학자적 양심을 침해받지 않고 소신껏 교과서 집필에 나서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중도하차한 것으로 보인다.
교과서 이념 논쟁의 타깃이 되었던 금성출판사는 그 후폭풍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에 직면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출판사 관계자는 "교과서 논란 이후 경영상 어려움과 회사 이미지 손상 등의 피해를 입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김 교수의 중도하차는, 민간 출판사와 집필진이 정해진 교과과정 주제 안에서 자율권을 갖고 교과서 작업을 벌이던 검인정 교과서조차 출판사와 저자들이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도록 내몰리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검인정 교과서의 필진들과 출판사를 코너로 밀어붙인 데에는 보수언론들의 악의적인 보도도 한 몫 단단히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7일 금성출판사 근·현대사 교과서와 관련해, 한 교과서 출판사 관계자의 발을 빌어 "필자들이 적어도 1억원 이상을 벌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한종 교수를 비롯 해당 출판사측에서는 "터무니 없는 얘기를 <조선일보>가 소설처럼 썼다"며 어이없어 하는 반응이다.
교과서 저자들에게 인세 배분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검정교과서 관계자는 "검정교과서는 교과서 정가의 일부분을 같은 과목 교과서 회사끼리 균등배분하고 필자들에게 가는 통상 인세도 일부분으로 제한해 공동저자 간 배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장 잘 팔린 출판사의 교과서라 하더라도 과목당 인세가 한해 3000만~4000만 원 수준"이라며 "이를 여러 명의 공동저자끼리 분배했을 경우 개인당 인세는 약 50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8일 오전 역사 관련 학술단체 기자회견에 참가했던 주진오 상명대 교수(사학)도 "지금까지 교육부나 국사편찬위원회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 교과서를 정권이 바뀌자마자 좌편향이라고 결론내렸다"며 "이는 교과서 필자의 권한을 무시하는 것으로 국정교과서 체제로 회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역사교과서의 경우 지난 역사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 정책의 공과 등 균형잡힌 서술을 통해 학생들에게 역사를 보는 객관적 시각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며 "결국 교과서 이념 논란의 최종 피해자는 자라는 학생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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