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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여행 막바지, 촛불 꺼진 광장과 요란한 서울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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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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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천에서 물수제비를 뜨면서 놀다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송촌분교 샛길로 빠져 송촌3리를 지나 가곡초교를 지나 비좁은 길을 내달려 너구내고개를 힘겹게 넘으니 마석에 이르렀습니다. 다시 마석에서 남양주로 가기 위해 자동차들을 아슬아슬 피해가며 마치터널을 통과했습니다. 터널을 빠져나와 빽빽한 아파트 숲을 지나 남양주1청사에 이르러서는 잠시 쉬었습니다. 그 때부터 해는 천천히 저물기 시작했습니다.
숨을 다시 고르고 남양주IC육교를 너머 왕숙천을 건너다보니 구리시에 도착했습니다. 구리부터 서울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망우로를 따라 북적거리는 구리역과 시내를 빠져나와 망우리공원에 이르니 서울과 구리의 경계에 도착했습니다.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저물었고 땅거미가 밀려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리 서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망우로를 따라 중랑구만 지나면 바로 청량리역과 종로를 지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랑교를 건너 얼마가지 않아 회기역과 청량리역을 지나 신설동역에 도착했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성북구청 쪽으로 핸들을 돌렸습니다. 예전에 환경단체에서 활동할 때 봐둔 보리밥부페집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보리밥부페집은 문을 닫았고 다른 음식점이 자리하고 있어, 간혹 가던 명동칼국수집으로 향했습니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식당 안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칼국수를 주문했습니다. 해물칼국수보다 쇠고기를 다져넣은 칼국수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맛나게 먹고 나왔습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니 다시 힘이 붙어 동대문을 지나 복잡한 종로거리를 따라 나아갔습니다. 그 길에 보신각에서 다시 핸들을 안국동 방향으로 돌려, 촛불수배자들이 경찰을 피해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조계사를 둘러봤습니다. 불교계 환경단체에서 활동할 당시 매일같이 드나들던 곳이었고, 짧은 자전거여행을 무사히 끝마치게 해준 부처님께 인사라도 올릴 생각이었습니다. 환한 부처님의 미소와 조용한 사찰 경내를 둘러보고 다시 나와 신촌으로 향했습니다.
그 길에 세종로4거리를 지나쳤는데, 5~6월 뜨겁게 불타오르던 촛불이 꺼진 광장은 왠지 낯설게만 느껴졌습니다. 늦은 밤에도 거리 곳곳에서 경비를 서는 전경들의 모습 또한 입맛을 씁쓸하게 했습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자동차 행렬과 빌딩의 요란하고 화려한 불빛들이 촛불을 밀어내버린 것 같았습니다.
암튼 세종로를 빠져나와 충정로와 이대를 지나 신촌사거리에서 서강대로 향했습니다. 강원대에서 밤을 보낸 것처럼 짧은 자전거 여행의 막바지에 이른 이날 밤도 대학교에서 한뎃잠을 자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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