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구본홍 YTN 사장이 '낙하산'이며, 그와 그의 지휘를 받고 있는 YTN 주요 간부들은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어제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구사장이 낙하산이 아니며, 우리는 조금도 방송을 장악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이 청와대 관계자는 "유수 방송국에서 보도국장까지 지낼 만큼 전문성도 있고, 주주총회에서 뽑힌 사장이 왜 낙하산이냐"고 반문하기 까지 했다고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무책임한 발뺌일 뿐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금 YTN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구사장이 '낙하산'임을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YTN 사장 인선에 권력의 입김이 미칠 수 있는 것은 YTN 주요 주주가 한전을 비롯한 공기업들이기 때문이다. YTN 사람들도 YTN의 주요 주주인 공기업들도 부인하지 않는 사실이다. 최소한의 상식이라도 남아 있다면 청와대 그 어느 관계자들도 이런 구조적 역학관계를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사회 추천과 주총에서 뽑혔다는, 형식적 절차만을 들어 구사장이 '낙하산'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의 경력을 들어 방송사 사장의 자격도 충분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이야기다.
청와대의 이런 이야기는 두 가지 측면 모두 전혀 설득력이 없다. 모든 '낙하산'은 다 이사회와 주총, 혹은 공기업의 경우에는 사장추천위원회 등 그 절차를 통해 내려온다. 그래서 낙하산이다.
이 청와대 관계자는 '낙하산'은 절차도 규정도 없이 마음대로 내려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런 것이라면 그것은 '폭탄'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렇기에 '낙하산'이라도 최소한 결격 사유는 없는지를 사전에 검증받기 마련이다.
구 사장은 그런 점에서 YTN 낙하산으로서는 '결격'이었다. 구 사장의 방송사 경력은 YTN 사장으로서 필요조건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는 결정적으로 하자가 있었다. 바로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언론 특보를 지냈기 때문이다. 어떻게 대선 당시 후보 특보를 지낸 사람을 공영성이 강한 보도전문 채널의 사장으로 앉힐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지 의문이다.
이를 기획한 사람들은 이전 정권에서는 그렇지 않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YTN 내부에서도 과거 정권 때의 사장 인사와 비교해 '코드인사'는 되도, '캠프인사'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기는 했다.
그가 정확하게 짚었다. YTN은 그 지분 구조상 권력이 아주 마음을 비우지 않는 한 사장 인선에서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렇기에 '코드인사'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캠프인사'는 안되는 것이다. YTN 사태는 바로 이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굳이 이런 원초적인 문제를 짚지 않더라도 YTN 사태의 전개는 구 사장이 '낙하산'임을 분명히 해주고 있다. 그가 '낙하산'이 아니라면, 이처럼 무모하게 기자들을 대량 해고하고, 사태를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을까. 그가 권력의 낙점에 의한 '낙하산'이 아니라면, 사태가 이처럼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데도 어찌 주요 주주들이 단 한마디 없이 방관만 하고 있을 수 있겠는가.
구 사장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자들을 대거 해고하고 나선 것은 아마도 파국적 상황을 유발해 경찰력 등을 동원해 물리적으로 YTN을 진압하려 했던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의 이런 시나리오는 완전히 실패했다. YTN 노조와 기자들은 의연하면서도 단호하게, 또 지혜롭게 그것을 뛰어넘었다.
구 사장은 이 정권 최악의 '실패한 낙하산'이 되고 있다. 그것은 치명적 결격사유도 무시하고, 무리한 낙하산 인사를 감행한 권력의 오만함 때문이다. 그 오만함은 그들 스스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강력한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을 진압한다며 다시 87년 민주화 이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언론인 대학살’을 자행했다. 오만한 실책에 무모한 패착이다.
그들로서 최선의 방책은 처음부터 잘못된 실책을 바로잡는 것이다. 다른 방안이 있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또 다른 악수가 될 게 뻔하다. 이 정권을 위해서라도 실책과 악수는 이 정도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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