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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서울 일원동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최진실씨의 빈소앞에 촬영기자들을 위해 포토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2일 오후 서울 일원동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최진실씨의 빈소앞에 촬영기자들을 위해 포토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 권우성

일주일이 지났건만 故 최진실의 자살을 둘러싼 여론은 아직도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곳곳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그녀가 묻힌 양수리묘에는 하루에도 100여명의 추모인파로 북적인다. 아직도 TV를 켜면 그녀의 생전모습과 연기모습을 담은 추모영상이 멈추질 않는다.

하지만 정작 아무 말이 없을 그녀는 이 광경을 자신을 기억해주는 많은 이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멀리서나마 행복하게 지켜보고 있을까?

최진실에게 압박붕대를 권한 언론, 죽여놓고 또 장사질

지난 9월 안재환의 자살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겨줬다. 뜻밖의 자살로 많은 연예매체들이 연일 그의 자살과 관련한 기사를 싣기 시작했고, 그때 기사를 많이 실은 스포츠신문 사이트, 연예사이트의 조회수와 덧글수는 금세 수십배가 늘어나더니, 어느 사이트는 서버 다운수준까지 갔다.

이에 매체간에 취재과열 경쟁이 붙으면서 故 안재환과 관련한 사소한 소문과 루머도 제대로 된 확인절차도 거치질 않은 채 자극적인 기사제목을 씌워 앞다투어 보도하기 시작했고, 故 안재환의 자살은 어느새 클릭수가 돈줄인 언론사에 섹시한 아이템으로 전락했다. 반면 안재환 사건을 크게 다루지 않았던 매체들의 방문자수는 폭락해버렸다.

그리고 한 달뒤 국민배우 최진실이 자살했다. 안재환 사건으로 폭증한 방문자수에 전율을  느껴본 매체와 반대로 쓴맛을 제대로 본 매체 이번엔 모두 비상이 걸렸다. 비슷비슷한 기사 내용에 제목만 자극적으로 바꿔 실시간으로 1면에 실어대기 시작했고, 클릭수와 덧글 또한 이에 비례했다.

“솔직히 지난번 안재환을 (제대로)다루지 않았던게 커서…”

한 기자의 고백만큼, 최진실의 죽음을 다루는 언론은 진지함과 자성의 모습보단 자극적인 기사로 물량공세 벌이는 데 여념이 없다는 지적이 강하다.

증권가의 루머가 인터넷을 통해 알려졌지만, 그것을 더 확대재생산해 내며 최진실을 괴롭혔던 언론이 정작 자신의 혐의를 루머와 자극적인 기사에 세트로 따라온 악플에만 초점을 둔채, 자성의 모습은 전혀 보이질 않고 있다.

정작 악플을 선동한 언론과 포털은 나몰라라?

화가가 죽으면 그림값이 뛴다고 했던가? 정작 인터넷 상에 암암리에 돌던 최진실 관련 루머를 기정사실인양 확대생산하며 죽음으로 몰고간 언론이 지난 안재환 사건 때의 교훈을 잊지 않기라도 작정한 듯 융단폭격하듯이 가십성 기사를 써대고 있다.

불과 자살 며칠 전까지만 해도 “최진실 사채업자설…더욱 구체화되는 루머”, “최진실 루머 용의자, 잡고 보니 ‘25세 증권사 여직원’” 등의 자극적인 기사로 최전방에서 최진실을 자살로 몰고 가는데 큰 공헌을 한 언론이 정작 “기존 언론에는 있지만 인터넷 댓글에는 없는 것… 인터넷에 최소한도의 필터링 기능을 마련하고, 네티즌들이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올릴 때 한번 더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식의 기사로 마치 최진실 사건이 전적으로 인터넷 악플러들의 소행인양 일방적으로 몰고가는 모습이다.

그리고 얼마전 “故 최진실 괴담 유포 '증권녀' 찾았다!”와 같은 기사로 다시 한번 특정인에 대한 마녀사냥을 대대적으로 홍보 및 조장하는 언론과 이를 1면으로 실으며 사이트 클릭수를 높이고자 안간힘을 쓰는 포털사이트의 이면성엔 다시 한번 부가적으로 따라온 악플러를 타깃으로 하면서 면죄부가 주어졌다. 모든 책임은 악플러에게만 있다는 것이다. 칼은 쥐어줬지만 살인은 하질 않았다는 진술과 다를바 없다.

이것도 모자란지 정치권에서는 그간 촛불집회, 탄핵운동으로 눈에가시처럼 여겨지던 인터넷 전체에 최진실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 모욕죄’ 추진을 검토중이다.

국민배우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던 그녀는, 고인이 되어서도 추모를 가장한 아이템으로 이렇게 왜곡된 채 적재적소에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이버 모욕죄’ 도대체 왜 만드나?

한나라당에서 최진실 자살을 계기로 추진중인 ‘사이버 모욕죄’ 입법을 두고 여야간에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특히 지난 9일 국정감사에서는 “형법상 모욕죄가 규정되어 있으므로 신설할 필요가 없다”는 야당과 “인터넷 업계의 자율규제가 한계에 이른만큼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해야한다”는 여당간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사이버모욕죄 신설은 인터넷 계엄령이요, 유신헌법과 같은 긴급조치법이다”며 야당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이 사이버모욕죄의 핵심은 고소가 들어와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에서 고소없이도 처벌이 가능한 비친고죄로 바꾸는 데에 있다.

그러나 정작 입법의 계기가 된 최진실과 관련한 악플에 대해서는 군입대전 발언파문으로 악플러들의 공격대상 1순위였던 문희준도 “악플 단 실체를 알아보니 초등학생, 중학생이 대부분이었고 가장 많은 연령대가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다”고 악플러들을 고소할 당시 상황을 설명하듯, 비친고죄 운운이 무색할만큼 연예인을 향한 악플 절대다수가 10대에 집중되있는 실정이다.

또한 악플을 두고 악플러들을 고소했다가 취하한 적 있던 김태희를 비롯, 김혜수, 김선아등 여러 연예인들도 사이버수사대에 악플러들을 고소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다.

반면 “사이버 모욕죄가 신설되면 정치적 풍자도 불가능하게 만들수 있다”며 “이 제도의 신설은 독재와 파시즘의 좋은 토양이 될수 있다”고 주장하는 김정진 변호사는 권력집단에 대한 모욕에 대해 비친고죄 신설을 통해 고소, 고발을 남발한다는 비난과 그로인한 위험부담을 지지않아도 쉽게 처벌할 수 있다며, 10대층의 연예인을 향한 악플을 가지고 그간 촛불집회나 탄핵운동으로 눈엣가시처럼 여겨지던 인터넷 전체를 잡으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최진실의 악플 문제를 두고, “(결국) 언론이 자극적인 제목으로 네티즌들의 클릭수를 올리고자, 루머를 확대재생산하며 악플을 유도한 책임은 왜 묻질않는가”등의 비판적인 네티즌 의견들도 많았다.


#최진실#사이버모욕죄#악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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