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고 파란 하늘엔 흰 구름이 흩어져 눈이 부십니다. 날씬한 몸매에 미끈한 다리 긴 머리를 나풀나풀 가지런히 빗어 내리고 한들한들 도도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삼류 소설이나 어른들만 볼 수 있는 영화에나 나오는 주인공이 아닙니다.
상암동 하늘공원에 있는 억새 이야기입니다. 으악새 슬피우는 소리와 함께 가을도 깊어갑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과 함께 억새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가을의 대명사 억새 축제가 하늘공원에서 10일부터 19일까지 펼쳐집니다.
어두움이 내려앉으면 하늘공원은 달빛에 비치는 억새의 멋스러움을 돋보이기 위해 청사초롱 불을 밝힙니다. 사랑하는 연인들과 오붓한 가족들이 오시기를 간절히 기다립니다. 하늘공원 곳곳에 청사초롱 등을 달아 청명한 가을 하늘을 더욱더 아름답게 수놓아 매혹적입니다.
휴일을 맞은 12일 하늘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억새 구경을 하기위해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사람 반 억새반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하늘계단은 발 디딜 틈이 없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안전을 위해서 올라가는 분들에게 좌측 도로로 돌아가라는 안내 방송을 합니다. 내려오는 사람들만 하늘계단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억새가 피어 한창인 하늘공원을 오르자 어른 키의 거의 두 배의 키를 자랑하는 억새는 수많은 사람들을 감춰버립니다. 술래잡기에 알맞은 장소입니다. 나 찾아봐라! 하며 술래잡기하는 커플도 있습니다. 잠시 눈을 돌리면 어느새 사람들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억새밭 사이로 사라집니다. 또 다른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억새밭은 요술쟁이입니다.
휴일을 맞아 나들이 나온 가족들의 표정이 참 다양합니다. 하늘밑 공원에서 넓게 펼쳐져 있는 억새밭을 보며 모두들 한마디씩 합니다. 도시 속에서 이렇게 장관을 이루고 있는 억새는 처음 본 다구요. 이곳이 과연 쓰레기 산이었나? 라고요.
자연 속에 스스로 자생하는 야생화를 보면서 자연의 오묘함을 느낍니다. 억새밭 사이로 도란도란 이야기 하며 추억을 만들며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사각사각 스치는 억새의 부딪치는 소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가을바람에 실려 보냅니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잡다한 이야기들을 듣느라 귀를 쫑긋 세운 억새의 목이 한층 더 길어 보입니다.
건너편에 지나가는 사람들 모습조차 가까워져야 알 수 있습니다. 억새밭 사이를 돌다보면 큰 키의 억새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형상들이 마술처럼 나타납니다. 축제 기간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 놓아 산책하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합니다.
억새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이색적인 체험장도 있습니다. 억새로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멋진 작품도 있습니다. 가을편지쓰기 체험장에는 그동안 문명의 이기에 밀려 잊고 지냈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판이 아닌 손으로 직접 편지를 쓰는 추억을 만드는 이벤트도 있습니다.
정성스럽게 한자 한자 써 내려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합니다. 하늘공원 맨발 체험로에는 자연과 하나 되는 황토볼길을 걸어보는 아이들의 천진스러운 모습도 보입니다. 발바닥이 간지럽다며 깔깔 거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가을바람 소원 빌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적어 돌탑에 끼워 놓고 있습니다. 억새를 이용하여 엮은 잠자리 형상의 솟대도 맑은 가을 하늘에 높이 솟아 사람들의 소원을 담아 멀리 띄워 보냅니다.
하늘공원에서 자란 억새로 억새터널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억새밭을 걷던 어린 친구가 그곳에 앉아 휴식을 취합니다. 동심으로 돌아가고픈 어른들도 키를 낮춰 지나갑니다. 한편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와 억새가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를 더합니다.
두시간여가량 억새밭 사이를 돌다보니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좁은 억새밭 샛길을 서로 양보하며 눈인사를 합니다. 정겨운 모습입니다. 자연은 우리들에게 너그러운 마음과 여유를 줍니다. 나들이 나온 가족이 아기 사진을 찍느라 분주합니다. 아빠의 주문에 아기는 예쁜 표정을 지어 보입니다. 엄마는 빙긋이 아기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웁니다. 행복한 하늘공원의 한때입니다. 그 곁을 또 다른 가족이 추억을 만들며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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