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연설이 13일 오전 7시 15분경 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를 통해 첫 전파를 탔으나 12일 밤부터 13일 새벽까지 KBS 내부에서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KBS에서는 대통령 연설방송을 단독 편성해 오전 7시 뉴스와 <안녕하십니까...> 2부 사이에 삽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SBS에 이어 MBC까지 대통령 연설 방송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은 KBS 라디오 PD들이 12일 저녁 7시 무렵 본사로 모여 들었다.
이들은 노동조합과 함께 "지상파 어느 곳도 받지 않은 일방적 대통령 연설을 KBS만 단독편성할 수 없다"면서 서기철 라디오제작 편성팀장에게 항의했다. 정례화를 암시하는 멘트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해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이에 따라 서 팀장은 12일 저녁 8시 무렵 정종현 라디오제작 본부장과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 중앙위원, PD협회 집행부 등과 마라톤 회의를 시작했고 이 회의는 13일 새벽 1시 무렵까지 이어졌다.
결국 이들은 ▲단독편성하지 않는다 ▲반론을 담은 방송을 이어 내보낸다 ▲정례화를 암시하는 대통령 멘트에 대해 앵커가 해명한다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따라서 13일 대통령 연설방송은 오전 7시 뉴스가 끝난 뒤 <안녕하십니까...> 2부 첫 머리에 삽입됐으며, 연설방송이 끝난 뒤 바로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의 반론 방송이 똑같은 시간으로 방송됐다.
또한 대통령의 연설 끝부분에 "다음에는 좀 작더라도 생활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하겠다"며 사실상 정례화를 암시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민 앵커가 "라디오 정례연설은 방송사와 사전 협의되거나 결정된 바가 없음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으로 처리했다.
KBS의 한 라디오 PD는 "우리로서는 방송을 내보낼 수도 있다는 전제, 즉 '다른 방송들도 함께 내보낸다, 단독편성하지 않는다, 정례화를 못박지 않는다는' 것들이 모두 무너져 반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이후 대통령 방송 편성이 강행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라디오 PD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낮 12시에는 KBS PD협회 총회가 예정되어 있다. 애초 조직개편과 프로그램 편성 등과 관련한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라디오 PD들의 반발로 불거진 '대통령 연설 방송' 관련 논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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