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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르슈> 주인공인 를르슈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르슈> 주인공인 를르슈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 SUNRISE

 

필자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이 취미다. 최근 일본에서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르슈(コードギアス 反逆のルルーシュ)>라는 인기 애니메이션이 종영했다.

 
TV 애니메이션 방영이 끝난 것이 뭐 대단하다고 이런 지면에다가 쓰는지 의아해 할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배경설정이다. 일본을 주 무대로 내용이 펼쳐지는데, 일본은 '에어리어11'이라는 이름의 브리타니아 제국 식민지로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브리타니아 제국의 위치는 정확히 '미국'이다. 얘기가 전개되면서 일본은 중화연방(중국)과 연합을 해서 브리타니아 제국에 맞서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리고 결국에는 전 세계가 브리타니아 제국 대(對) 반(反) 브리타니아 연합의 구도로 발전한다.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르슈>에 나오는 배경설정. 오른편에 있는 아메리카 지도에 '브리타니아 제국'이 명확히 써 있다.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르슈>에 나오는 배경설정. 오른편에 있는 아메리카 지도에 '브리타니아 제국'이 명확히 써 있다. ⓒ SUNRISE

 

사실 이러한 설정은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르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일본에서 출판되는 만화나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에는 노골적으로 미국을 비판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문화라는 것이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했을 때, 분명 일본 내에서는 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큰 여론이 형성되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극우신문으로 유명한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2008년 1월 1일 신년 사설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다극화(多極化) 세계로의 변동에 대비하자'

 

사설에서는 유일 초대국, 즉 일극(一極)으로서의 미국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으며, 새로운 극(極)으로서의 중국의 부상에 대한 일본의 관계설정이 주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극우세력들조차 저물어 가는 미국의 패권과 부상하는 중국 등의 신흥세력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금 지구촌은 '다극화 세계'로 나가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 2008년 1월 1일자 사설
요미우리 신문 2008년 1월 1일자 사설 ⓒ 요미우리신문

최근 미국발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특히 미국과 끈끈한 정치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식 신자유주의 모델을 받아들이고 미제국주의의 하위파트너로서 역할을 하는 나라들은 줄을 잘못 선 후과를 톡톡히 맛보고 있다.

 

그런데 자기 말로 '실용적'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모델이 전 세계적 경제공황의 파국을 일으키고 있는 시기에 그 모델을 도입하려고 안달이 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최소한의 '실용'이라도 지니고 있다면 일본 극우파 <요미우리 신문> 정도의 식견이라도 가져야 할 것 아닌가.

 

이미 지구촌은 일극화 세계를 넘어 다극화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유럽의 EU는 자신들의 영역을 차근차근 구축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가 중요한 세력으로 대두하고 있고, 중남미에서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를 중심으로 중남미 국가공동체 추진이 탄력을 얻고 있다. 중동에서도 갈수록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고 있으며 이슬람 세력이 단결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세력들은 미국 중심의 일극화 세계 구도를 깨고 다극화 세계를 건설하려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목적의식적으로' 다극화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의 정세는 북한(조선)과 미국이 한(조선)반도의 평화를 지향하는 일련의 합의들을 실행해나가고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보면 이러한 국제 정세 변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알 수 있다. 북한(조선)과 미국 사이의 관계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다극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황과 맞물려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바야흐로 국제 정세는 요동치고 있다. 시대를 읽지 못하는 자는 어차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어 있다. 진보세력이 이후 집권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국제 정세 변화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대응을 준비하는 것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일극화 세계#다극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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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등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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