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카, 혼란, 투매와 폭락, 다시 폭락, 공황, 경제위기….16일 금융시장을 수놓은 단어들이다.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공포감이 시장을 지배했다. 투자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갖고 있던 주식을 내다 팔았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 세계 주식시장의 폭락이 이어졌고, 국내 금융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126.50포인트(-9.44%)나 대폭락했다. 그동안 최대 하락폭은 작년 8월 16일 125.91포인트였다. 이 기록을 갈아치웠다. 결국 코스피 지수는 1213.78로 장을 끝냈다.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외환시장도 대혼란은 마찬가지.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무려 160원이나 폭등하기도 했다. 이날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달러에 133.5원이나 폭등했고, 1373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승폭만 따지면 지난 1997년 12월 145.00원 이후 10년 10개월만에 가장 크게 오른 것이다.
시장 투자자들과 누리꾼들은 "주식시장은 이미 잃어버린 10년을 향해 가고 있다"면서 외환위기 직후 한동안 500선 아래의 침체를 보였던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지수 등을 거론하며, 난상 토론을 벌였다.
일부에선 한국경제도 사실상 금융위기에 접어들었지만,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전문가들도 세계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의 침체로 이어지고, 상당기간 경기불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정부의 특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코스피 대폭락, 환율은 10년 10개월 만에 최대 폭등이날 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대혼란, 그 자체였다. 전날(15일) 밤 미국 뉴욕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는 소식에 국내 주식시장 하락도 예상됐지만, 하락폭은 더 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이 열리자마자 81.90포인트(-6.11%) 하락한 채 시작됐다. 급격한 주가 하락으로 한때 사이드카가 발동되면서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오후 들어서도 투자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주식을 내다 팔았고, 오후 1시께 이미 하락폭이 100포인트를 넘어섰다. 한때 135.14포인트까지 떨어지면서 1200선이 무너질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오후 3시, 장이 끝났을 때 코스피 지수는 가까스로 1200선을 유지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결국 9.44%나 하락했고, 하락률은 역대 3위에 해당한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무려 35.85포인트(-9.19%) 떨어져 354.43을 기록했다.
외환시장도 하루종일 대혼란을 겪었다. 이날 환율은 이미 시작부터 100.50원이 오른 채 거래가 시작됐다. 시간이 갈수록 주식시장의 폭락과 함께, 원-달러 환율도 극심한 혼란 상황을 보였다.
결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무려 133.5원이나 폭등한 채 거래를 끝냈다. 1달러에 1373원. 지난 이틀동안 원-달러 환율은 무려 165원이나 올라 1300원대로 올라섰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주식시장의 폭락에 따른 불안심리가 외환시장에도 반영된 것"이라며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져 나가면서 달러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예전처럼 대기업이 달러를 크게 내놓은 것도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후폭풍이 몰려온다... 소비위축- 경기침체 공포 확산이같은 금융시장의 불안은 이미 하루이틀이 아니다. 무엇보다 세계 각국에서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경기침체와 불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의 극심한 침체는 해외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는 치명타가 된다. 국내 경제가 이미 양극화에 따른 극심한 내수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까지 어려워질 경우 심각한 경기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인터넷 증권거래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누리꾼들이 "이미 한국경제는 위기상황"이라며 "지난 외환위기보다 더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대통령이 나서서 현 경제상황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겠다고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나 시장에선 여전히 믿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이디 '하늘사랑'은 "외환위기 때도 외신에서 한국경제 상황을 지적했을 때 정부는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었지만 결국 틀리지 않았다"면서 "얼마 전 FT(파이낸셜 타임즈) 보도 내용에 재정부가 반박했지만,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정부의 말을 믿는 투자자는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위기는 곧 한국 경제 위기... 정부, 경제 운용 수정해야전문가들도 세계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점을 들면서,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민들은 정부가 현재의 위기를 맞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를 정도다"면서 "무엇보다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한국의 위기가 같다는 인식 아래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센터장은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는 필연적"이라며 "다른 나라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우리는 금리인하 이외에 눈에 띄는 대응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도 "미국발 금융위기 속에 사실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것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고용 감소, 소비 위축 등의 경기 침체는 이미 예상됐던 것들이지만, 정부가 내놓은 각종 정책 대응 방식은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감세와 각종 규제 완화 등의 정부 경제 운용계획으로는 현재의 위기국면을 극복하기 어렵다"면서 "적극적인 재정 지출 확대와 안정 위주로 경제 운용 방향을 다시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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