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목요일, 노종면 위원장을 비롯한 YTN 노조는 여느 날보다 더 바빴다.
우선 오전 8시 집회를 마칠 무렵, 전날에 이어 구본홍씨가 회사차를 타고 나타났다. 노 위원장 지침 아래 조합원들은 "위선자는 물러가라" "학살자는 썩 꺼져라"는 구호를 외치며 또다시 구씨를 돌려보냈다. 이어 오전 10시 30분에는 서울중앙지법으로 옮겨 부당 징계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이를 알리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조합원들을 지지하는 움직임도 다른 날보다 활발했다. 경인방송(OBS)와 경향신문 기자들이 YTN 노조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총리실 출입 기자단 역시 구 사장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KBS·SBS·한겨레·연합뉴스·CBS 노동조합 등의 지지방문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포털 <다음> 청원 '돌발영상 살리기'에 서명한 누리꾼이 9일만에 1만 명을 돌파했다. 다음 청원 중에서서 한 달 사이에 두 번째로 많은 숫자라고 한다. 이 뿐 아니다. 징계당한 동료들을 위해 YTN 조합원들이 마련한 '희망펀드'에는 만 하루만에 모금액 2000만원이 모였다.
차와 물티슈 담긴 선물상자 전달
그 어느날보다 YTN을 둘러싼 사건이 많았던 날, 저녁 7시에는 '공정방송 사수 YTN 문화제'가 남대문로 사옥 앞에서 열렸다.
문화제 시작 전부터 YTN 지킴이들이 모이기 시작했으며 YTN 파란 조끼 조합원들도 하나둘 모습을 보였다. 출입처에서 헐떡거리며 뛰어오는 조합원들도 많았다. 대부분 아침 집회 때 보이는 얼굴들, 목요일에는 출퇴근 모두를 회사로 하는 것이다. 김영수 앵커, 정애숙 앵커 등 업무를 마친 조합원들도 빌딩에서 나와 속속 대열에 합류했다.
어느새 대열은 100여명에 육박했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 성유보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 범국민행동 운영위원장의 모습도 보였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외에 공공연맹 등 민주노총 소속 단위노조에서도 참가했다.
7시가 되자 노종면 위원장이 사회자 소개를 받고 앞으로 나갔다.
"오늘 법원에 부당 징계 무효확인 소송을 냈습니다. 이 땅에 법이 살아있다면 당연히 무효 판결을 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전에 징계 무효화시키고 낙하산 사장을 몰아내겠습니다.
구본홍씨는 낙하산 사장인데다가 불법 주총을 통해 선임됐고, 지난 90일동안 무능과 위선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리고는 아침마다 출근하면서 본인이 사장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YTN 조합원들은 노조가 깨지는 힘든 상황을 딛고 다시 굳건하게 뭉쳐있습니다. 뜨거운 동지애로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다음으로 특별한 '손님'이 등장했다. 지난 10월 6일 대량징계 당시 해고당한 모 기자의 24년지기 친구가 자유발언을 위해 나왔다.
"저는 고등학교 역사 선생입니다. 이 곳까지 오는 데 2시간 걸렸습니다. 경부고속도로가 많이 막히더군요. 고1 때 ○○와 처음 만났습니다. 저는 외향적이었고 ○○은 내성적이었습니다…. 요즘 잠에서 깰 때마다 컴퓨터를 켜고 YTN 관련 뉴스를 보는 게 버릇이 됐습니다. 24년 친구에서 이제 동지로 거듭나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이 친구는 말을 하다가 잠시 목이 메이기도 했다.
이어 숙명여대 학생 등 참가자들의 격려발언이 이어졌다. 한 시민이 언론노조로 보낸 선물이 YTN 노조로 전달되기도 했다. 상자에는 물티슈와 함께 미숫가루·설록차·자스민차 등이 들어있었다. 이 선물을 전달한 시민은 "YTN 조합원들이 밖에서 투쟁을 많이 하니 이 물티슈로 손을 잘 씻고 따끈한 차와 함께 가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쪽지를 함께 보냈다.
가위질 당한 '미공개 온마이크' 30여편 공개
이날 문화제에는 특별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기자 온마이크' 미공개 영상 30여편을 공개한 것이다. '온마이크'란 현장에 나가있는 취재기자들이 카메라를 향해 리포팅하는 것을 말하는 것. YTN 기자들은 그동안 낙하산 배지와 공영방송 사수 리본을 달고 리포팅했지만 사측에 의해 '가위질 '당하곤 했다. 얼마 전 그 중 일부만이 공개됐지만 노조는 이날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온마이크 자료 30여편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YTN 조합원들의 의지가 잘 담겨있었다. 국회·금융감독원· 빌딩옥상·증권가·월드컵경기장, 화재사고 현장은 물론이고 아르빌·평양 등 멀리 떨어진 현장에도 기자들은 배지와 리본을 달고 카메라 앞에 섰다. 아르빌에서 리포팅하는 기자는 특수 군복 위에 배지와 리본을 달았고, 평양에서도 YTN 기자들의 리본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30여 기자의 영상묶음 방영이 끝나자 시민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한편 YTN 지킴이들은 33명 조합원들의 대량징계 이후 접기 시작한 종이학 1000개씩을 병에 넣어 해고당한 조합원 6명에게 전달했다. 노종면 위원장은 "너무나 귀한 선물을 받아 기쁘다"면서 "이겨서 떳떳하게, 개인별로 5000마리씩 접어달라고 요구할 자격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주 금요일에는 YTN 집중 집회가 준비되고 있다. 이날은 마침 제2차 언론인 시국 선언이 있는 날이다. 언론노조는 이날 거리행진 뒤 YTN 앞에서 문화제를 열 계획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문] 법의 정의가 구본홍의 징계 만행을 심판하리라 |
지난 10월 6일 대한민국 언론은 5공화국 시절로 회귀했다.
낙하산 사장 선임 반대와 공정방송 사수를 외쳐온 YTN 조합원 33명은 날치기 불법 주총을 거친 뒤 YTN 사장을 자처하고 있는 구본홍씨에 의해 집단 해고 등의 부당한 징계를 당했다.
YTN 노조는 7월 17일 날치기 불법 주총 이후 90여 일 간 구본홍 씨가 보여준 위선과 무능에 분노하고 있으며, 특히 자신의 위선과 무능을 감추기 위해 조합원 12명을 고소하고 33명을 징계하는 만행을 저지른데 대해 분노를 넘어 측은함을 느낀다.
구본홍, 그가 누구인가? 청와대 인사를 비롯한 정권 핵심 인사와 부적절한 회동을 했으며 이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까지 서슴지 않았던 사실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탄로난 인사가 아니던가? 피땀으로 일군 회사의 사장을 자처하면서, 비밀 집무실도 모자라 특급호텔 스위트룸까지 요구해 쓰고 호텔에서 회의하고 호텔에서 회식하는 등 수천만 원을 호텔에 펑펑 쏟아 부은 인사가 아니던가? MBC 보도본부장 시절 외부 인사로부터 ‘요정 접대’를 받아 경찰 조사까지 받았던 인사가 아니던가?
공정방송 약속을 수도 없이 해놓고도 자신이 참석하는 행사가 YTN 뉴스 시간대에 실황 생중계 되도록, 자신의 사장 직함이 YTN 뉴스에 방송되도록 PD를 바꾸고 편성까지 엉망으로 만든 인사가 아니던가? 정치권으로 가지 않는 것이 기자의 본령이라 해놓고도 지난 대선 때 특정 후보 캠프로 달려가더니 이제 다시 언론사 사장 자리를 탐내는 위선적인 인사가 아니던가?
그런 구본홍 씨가 6명을 집단 해고하고 6명을 정직시키는 등 YTN 조합원 33명을 향해 징계의 칼을 휘둘렀다.
YTN 노조는 구본홍 징계 만행의 부당함을 법을 통해 입증하려 한다.
구본홍 씨가 꼭두각시로 내세운 인사위원 중에는 중징계 전력이 있거나 공정방송 위배로 직무 정지를 당했던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고 지난 90여 일 간의 투쟁 과정에서 조합원들과 실질적으로 마찰을 빚어 해당 사안을 심의해서는 안 되는 기피 인물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심의 대상자들에게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징계 사유를 심의 절차 진행 중에 조작하고, 심의 절차를 폭압적이고 파행적으로 진행했다. 결국 인사위는 수십년 만에 처음이라는 집단 해고를, 그것도 십수년 고락을 함께 해온 후배들에 대한 집단 징계를 특급 호텔에 모여 논의하고 의결했다.
구본홍 씨가 지시하고 인사위가 충실히 수행한 이번 징계는 법적으로 무효이며, 도덕적으로 바닥이다. YTN 노조가 제기하는 징계 무효 확인 소송은 이를 확인하는 장이 될 것이며 법의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구본홍 징계 만행이 배후 세력의 지시로 사전에 기획돼 치밀한 각본에 따라 이뤄졌다는 사실 또한 명백히 밝혀줄 것이다.
구본홍 씨와 그의 하수인들은 법의 심판을 받기 전에 잘못을 자백하고 사과하라. 시간은 그대들을 기다려 주지 않으며 역사는 그대들의 죄를 사하지 않을 것이다.
2008년 10월 16일
구본홍 출근저지 91일, 인사횡포 불복종 투쟁 51일째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
[경향신문 기자협회] "이명박은 낙하산을 거둬가라 |
이명박 대통령은 즉각 YTN에 내려보낸 방송장악용 낙하산 구본홍을 거둬가라.
낙하산 사장 구본홍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의 YTN 장악 기도에 맞선 YTN 기자 등 사원들의 공정방송 사수 투쟁이 3개월을 넘어섰다.
날치기 주총을 통해 사장으로 선임된 구본홍씨는 YTN 기자들의 ‘양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반성하기는커녕 막가파식 행태로 보도 전문방송 YTN을 유린하고 있다. ‘돌발영상’ 제작 등으로 오늘의 YTN을 있게 한 노종면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6명을 해고하고 27명에게 정직·감봉 등 무더기 중징계를 내린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처사다.
이번 사태는 1980년대 전두환 군사 독재정권에 의해 자행된 대규모 언론인 해고사태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이다. 역사의 시계를 20여년 전으로 되돌리는 구씨와 구씨를 비호하고 있는 간부들은 사태를 해결할 의지도, 이성도 없음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방송특보를 지낸 구본홍씨의 YTN 사장 선임은 정권의 방송장악용 낙하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경향신문 기자들의 일치된 판단이다. 구씨가 사장에 선임되기도 전에 청와대 박선규 언론2비서관과 비밀회동하고, 여러차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만나는 등 일련의 사태는 청와대와 긴밀한 조율 끝에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YTN 사장으로서의 정당성, 도덕성, 능력 등 그 아무 것도 없는 부적격자임이 드러난 구씨는 지금이라도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 즉각 징계와 인사 등 그간 YTN에 와서 했던 짓들을 백지화하고 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것만이 유일한 방안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유린해서라도 언론을 입맛대로 요리하고 말겠다는 시대착오적, 독재적 망상에서 빨리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듯 국민들은 YTN 사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있다. 외환위기때 몇 개월간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도 오로지 공정하고 올바른 방송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버티며 오늘의 YTN을 만든 주역들의 양심과 행동이 정의임을 확신하고 있는 징표다.
언론노조 YTN 지부는 구본홍씨와 YTN 안팎의 구씨 구사대가 자행한 온갖 회유와 협박에도 의연하고 침착하게 대응해왔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방송 파행을 막으려고 노력했고, 폭력 없는 평화적 대응으로 모든 언론인들의 경탄을 자아내게 했다.
우리는 언론의 정도를 걷고자 노력했다는 이유로 거리로 내몰리게 된 YTN 기자들을 보며 참담함을 느낀다. 경향신문 기자들은 2008년 YTN에서 일어난 모든 일, YTN 사원들에게 행한 모든 짓을 있는 그대로 역사에 기록할 것이다. 정권과 낙하산 사장의 탄압에 맞서 공정방송 수호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YTN 기자들을 지지하며 이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결의한다.
2008년 10월15일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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