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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문화재단이 관리할 시설(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안양문예회관, 유유복합시설, 알바로시자홀, 평촌아트홀)
향후 문화재단이 관리할 시설(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안양문예회관, 유유복합시설, 알바로시자홀, 평촌아트홀) ⓒ 최병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안양문화예술재단이 마침내 내년 1월 출범할 전망이다.

안양문화예술재단 설립 조례안이 안양시의회 제156회 임시회에 상정된 가운데 지난 17일 해당상임위인 보사환경위원회(위원장 이동기)에서 장시간에 걸쳐 심도 있는 질의와 토의를 거듭한 끝에 원안을 수정하여 의결함에 따라 22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안양시는 문예회관, 평촌아트홀, 알바로시자홀, 시민축제사무국, 유유부지 전시관을 위탁 대상으로 하여 지역문화예술 창작과 보급 및 예술활동을 지원할 목적으로 올 12월까지 문화예술재단 설립 절차를 마치고 내년 1월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날 상임위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안양문화예술재단 설립 조례안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특히 수차례 정회와 의원 간담회를 통해 의견 절충을 벌이는 과정에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등의 진통끝에 조례안을 일부 수정하는 선에서 가까스로 통과됐다.

상임위는 재단 조직과 관련 시장을 당연직 이사장으로 하고 상임이사를 비롯 15명 이내의 이사(비상근)와 2명의 감사 (비상근)를 두도록 하는 원안에 3명의 이사는 시의원으로 할 것과 기존 시설관리공단의 평촌아트홀과 문예회관 조직과 인력 33명을 고용승계하고 결산서 제출과 사업계획서를 시장과 의회에 제출토록 조례 원안을 수정 의결했다.

이에 상임위 통과 안건을 존중하는 관례로 볼 때 이변이 없는 한 본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예상되어 그동안 재단 설립을 둘러싸고 이해 당사자들 간의 이견이 맞서 우여곡절을 겪었던 논란도 조례 제정과 함께 물밑으로 가라앉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재단 설립을 둘러싸고 일부 문화예술계와 안양시시설관리공단 노조의 비판과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 설립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사환경위원회는 이번 조례 심의에 앞서 지난 9월 24일 하루 성남·고양 문화재단과 의정부 예술의 전당을 방문해 재단별로 상임이사와 기획경영·공연사업·문화사업부서장 등과의 간담회를 통해 문화재단의 운영실태와 관련시설 등을 벤치마킹한 바 있다.

 조례안을 통과시킨 안양시의회 보사환경위원회
조례안을 통과시킨 안양시의회 보사환경위원회 ⓒ 최병렬

한편 안양시는 2005년 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한 바 있지만 당연직 이사장인 시장의 권한이 지나치게 많은데다, 재단 설립과 운영 부분에 대한 논의 과정이 부족하다는 지역 시민단체와 문화단체의 반발과 시설관리공단 노조의 반대로 한차례 무산된 바 있다.

더욱이 문화재단을 둘러싼 갈등에는 관변단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에 길들여져 있는 문화예술계와 사회단체 내부에서의 의견 충돌과 헤게모니를 쥐려는 지역문화예술인의 불신이 발단이 됐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3년 전의 상황과 달라진 점은 시장이 바뀌면서 시장이 이사장으로서 권한을 갖는 부분에 대해 문화단체들이 유연하게 대응하고 신임 이필운 시장도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는 원칙을 표명하면서 다시 논의가 시작돼 재단 설립 조례 제정에 이르게 됐다.

문화재단의 설립 필요성에 대한 지역사회의 총론적 합의는 이미 오래전 형성돼왔다. 안양시의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안양문화예술재단 설립조례안은 문화재단의 큰 틀을 규정하고 있을뿐 더 큰 문제는 향후 어떠한 문화재단을 만들 것인가 하는 데 있다.

하지만 한 차례 조례안이 무산되는 진통과 수차례에 걸친 공청회와 간담회 등에서 불거졌던 우려의 목소리 중 문제의 핵심은 문화재단의 독립성을 유지하는데 부족함이 없냐는 것이며 지역사회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냐는 것이다.

성결대 김광남 겸임교수는 "문화재단이 자칫 문화권력 쟁취를 위한 이전투구의 장으로 변질될 경우 오히려 만병의 근원이 될 소지가 있다"며 "문화예술은 시민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새겨 자아비판과 겸허한 반성에서 비움의 자세로 출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는 '어떻게 집을 짓느냐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라는 점에서 시민의 문화욕구를 충족하고, 지역사회 문화적 인프라를 풍요롭게 육성할 수 있는 인적·물적 토대를 충분하게 확보될 수 있는가를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다.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양#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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