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통~’ 통통배의 엔진음이 새벽을 깨우며 간다. 어둠의 숲을 헤치며 간다. 선잠에서 깨어난 수문포 바다는 쿨럭쿨럭 헛기침을 해댄다. 통통배(목선)는 대늑도 섬으로 향하고 수문포의 새벽하늘에는 하얀 보름달이 떠있다. 보름달은 야윈 얼굴로 멀뚱하니 사라져가는 통통배를 마냥 바라만보고 있다.
바람이 차갑다. 수문포 마을에서는 이따금씩 새벽닭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선잠에서 깨어난 바다는 서서히 기지개를 켠다. 어둠이 걷히자 덤장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새벽하늘을 나는 괭이갈매기의 날갯짓에 갯가에는 너울이 밀려든다.
동녘하늘에는 붉은빛이 감돈다. 선홍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이 아름답다. 해가 떠오른다. 수문포 하늘의 야윈 달은 어느새 모습을 감췄다.
바다에 흐르는 썰물과 함께 흘러간 하루
시간이 흐른다. 바다에 흐르는 썰물과 함께 흘러간 하루는 어느새 오후가 되었다. 노부부가 통통배를 타고 바다로 향한다. 바다의 물길 한 지점에서 배를 멈춘 노부부는 통발을 걷어 올려 게를 잡아낸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노부부의 통통배 따라 세월이 흐르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멈출 수 없는 흐르는 세월과 같은 게 삶이 아닐까. 하루를 천년같이 소중하게 살아야겠다. 흐르면 되돌려 놓을 수 없는 소중한 하루하루를."
저녁 무렵 바다에는 다시 어둠이 내린다. 먼 하늘에 붉은 불빛 하나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구름을 헤치고 비행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렁찬 굉음을 남기고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져간다. 덧없는 세월처럼 그렇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여수미디어코리아,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