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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TN <돌발영상> 고정 화면. <돌발영상>은 지난 10월 7일 이후 방송되지 못하고 있다.
YTN <돌발영상> 고정 화면. <돌발영상>은 지난 10월 7일 이후 방송되지 못하고 있다. ⓒ YTN

돌발(突發). '뜻밖의 일이 갑자기 일어남'이란 의미다.

YTN은 지난 2003년 기존 뉴스 형식에서 탈피, 다양한 현장 상황을 비틀고 꼬집어낸 히트상품을 만들 때 바로 이 단어를 붙였다.

'돌·발'·영·상

그러나 2008년 10월 7일부터 YTN 편성표에 더이상 <돌발영상>은 없다. 바로 전날인 6일 사측이 단행한 대량징계사태의 가장 큰 피해 대상은 바로 <돌발영상>이었다.  담당 기자 3명 중 2명에게 해고 및 정직의 처분이 내려졌고 결국 이튿날부터 제작이 불가능해졌다. 일정한 인수인계 기간 없는 땜질 처방으로는 유지할 수 없음을 사측도 알았는지, 다음날부터 <돌발영상>은 방송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YTN은 <돌발영상>을 두려워 한다"

▲ "권력이 YTN과 <돌발영상>을 두려워 하는 이유는?" 'YTN <돌발영상>의 비상한 돌발사태' 토론회 1부
ⓒ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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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는 이같은 최근의 상황 역시 '돌발사태'라 규정했다.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소장 전규찬)가 20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YTN <돌발영상>의 비상한 돌발사태' 포럼을 열었다.

그렇다면 '낙하산 사장'이라고 비판받는 구본홍 사장은 어쩌자고 YTN 히트상품 <돌발영상>을 없애는 무리수를 둔 것일까? 의도적인 것이었을까? 이기형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견해는 "그렇다, 정부가 YTN과 <돌발영상>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낙하산을 거부하는 질긴 언론인들을, 비판정신을 체화하는 <돌발영상>을 만드는 이들을 껄끄러워 하고, <돌발영상>이 제공하는 전염력 강한 블랙코미디가 불편하며, 이런 매체생산자들의 존재감을 지우려는 오만함에 대한 성찰이나, 뼈를 깎는 반성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권력은 또한 케이블의 한 뉴스전문채널의 종사자 상당수가 이렇게 진지하고 질긴 투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두렵기에 애써 그들의 몸짓과 목소리를 망각하려 한다."

이 교수는 '권력은 왜 <돌발영상>을 혐오하고 두려워하는가'란 주제의 발제에서 "지난 봄 학기 '미디어 교육'이란 과목을 가르치면서, 수업의 유용한 자료로 사용했던 영상물이 YTN <돌발영상>이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봄에서 여름에 이르기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촉발된 촛불들의 행렬속에서, 나는 수업을 '교과서대로' 진행할 수가 없었다… 이 와중에 현실을, 특히 정치인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미디어 자료이자 매우 흥미로운 텍스트로 가치와 더불어 유용성을 제공해준 작품이 YTN <돌발영상>이었다. 무엇보다도 참신했고 재기발랄했으며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효과적으로 던져주는 미디어 텍스트였다."

<돌발영상> 살리기 청원, 1주일만에 1만명 넘어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가 주최한 'YTN <돌발영상>의 비상한 돌발사태' 포럼에 참석한 이기형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이 교수 왼쪽으로 임장혁 <돌발영상> 선임 제작자가 앉아있다.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가 주최한 'YTN <돌발영상>의 비상한 돌발사태' 포럼에 참석한 이기형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이 교수 왼쪽으로 임장혁 <돌발영상> 선임 제작자가 앉아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이 교수는 <돌발영상>이 YTN의 간판 프로그램이 된 이유에 대해 "반전, 정치인들이 뱉어내는 말의 허상, 이들이 종종 범하는 논리의 해체나 말 뒤집기, 잡아떼기 혹은 의외의 '순진함'을 보여주는 순간을 날렵하게 포착하고 기민하게 보여주는 능력과 진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이것은 "정치인들에겐 조심하고 요주의할 대상 혹은 반대로 때로는 이용해봄직한 수단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최소한 금기와 성역에 도전하면서, 웃음을 주는 동시에 정치적인 감성의 발휘와 대안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해주는 <돌발영상>과 같은 프로그램을 두려워하는 권력은, 무엇인가 켕기는 부분이 많은 게 아닐까. 청와대에는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미디어의 역할에 대해서 용기를 갖고 직언할 만한 사회과학자가 한 명도 없는 걸까? 당장은 쓴맛에 괘씸하다 해도 결국에 가서는 몸에 좋은 약이 될 비판과 패러디 그리고 풍자의 가치를 나직하게라도 깨우쳐줄 인문정신의 소유자도 그곳에선 찾아보기 힘든 걸까?"

임장혁 YTN 돌발영상 선임 제작자(10월 6일 정직 처분)는 '<돌발영상>의 어제와 오늘 : 그 내부자적 보고'를 통해 '유시민 빽바지 등원 소동', '전여옥 불륜논평', 탄핵 이후 민주당의 KBS 항의방문 현장을 풍자한 '물은 셀프' 등 그동안 인기를 끌었던 <돌발영상>을 소개하면서 "잔상과 여운을 남기는 편집 기법", "웃음을 강요하지 않는 '은근한 유머'가 담긴 자막" 등 제작 노하우를 공개했다.

임 PD는 "그러나 제작자 중 한 명에게 해고, 한 명에게 정직 6개월 조치한 뒤 돌발영상은 방송 중단 상황"이라면서 "한 포털사이트의 '돌발영상 살리기 청원운동'이 일주일 만에 1만명을 넘고 본사에도 돌발영상 방송 중단에 대한 시청자 항의가 쇄도하고 있으나 사측은 뚜렷한 대책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PD는 "사태가 해결돼 제작진이 복귀할 경우에도 '홍역'을 치른 제작진의 심리여건상 예전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고민"이라면서도 "제작진이 사측의 의도에 따라 YTN 내부의 공감대 없이 전면 교체된 채 재개될 경우 그간의 논조와 편집방향이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재용 MBC 노조 민실위 간사가 발언하고 있다. 김 간사 왼쪽이 김진혁 EBS PD(지식채널 e 전 연출자)
토론자로 참석한 김재용 MBC 노조 민실위 간사가 발언하고 있다. 김 간사 왼쪽이 김진혁 EBS PD(지식채널 e 전 연출자) ⓒ 오마이뉴스 전관석

한편 오늘 포럼에는 두 사람 외에도 이영주 동북미디어문화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웃음이 사라지는 2008년 한국 TV의 전경'이란 주제로 발제했다.

토론자로는 김영찬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김재용 MBC 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 김진혁 EBS PD(지식채널e 전 연출자), 양만희 SBS 노조 공정방송위원회 간사, 이동후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상길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가 토론자로 나서 YTN <돌발영상>의 가치를 되짚었다.


#YTN#돌발영상#임장혁#구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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