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상산으로 단풍 구경 갈까?”
“날이 이렇게 뜨거운데 단풍이 들었을까요?”
집사람의 반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년 같으면 가을이 한창이어야 한다. 그런데 올해 날씨는 이상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보도를 피부로 감지하고 있다. 여름이 예년보다 훨씬 더 길었다. 어디 그뿐인가? 가을이 되었어도 가을 정취를 느끼기가 좀처럼 쉽지가 않다.
전주를 출발하여 무주로 향하였다. 달리는 차창으로 다가오는 들녘의 모습을 황금물결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풍년의 넉넉함을 느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쌀 직불제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고 과잉 생산으로 인해 가격 폭락이 걱정되는 시점이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풍년을 만들었어도 근심 걱정이 더 커지는 현실이 무겁기만 하다.
진안을 지나 무주로 향하였다. 용담댐 위를 달리면서 걱정부터 앞서게 된다. 댐의 물이 현저하게 줄어 있었다. 가뭄이었다. 그 것도 보통 가뭄이 아니라 아주 심각한 가뭄이었다. 일기 예보에 건조주의보는 있어도 가뭄에 대한 주의보나 경보는 없다는 것은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되지 않으니, 그 심각성을 잘 모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홍수 주의보나 태풍 경보처럼 가뭄에 대한 주의보나 경보도 신설되어야 맞다. 우리나라는 국제연합에서 지정한 물 부족국가 중의 하나이다. 삼천리금수강산이란 옛말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물 확보를 위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닌가? 가뭄에 대한 주의보와 경보를 신설하는 것이 시급하다.
“야! 곱다.”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다. 계속된 가을 가뭄으로 인해 단풍이 들었어도 곱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적상산에 들어서니,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상 살아가는 일이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서 마련해 놓은 잔치상이란 생각이 저절로 든다.
단풍을 붉은 기운으로 넘쳐나고 있고 은행잎은 노랗게 물들여져 있다. 거기에다 초록의 이파리까지 어우러지니, 금상첨화다. 오묘한 가을 산의 조화가 신비하고 경이로운 정경을 창조하고 있었다. 사람의 힘으로는 감히 흉내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자연의 위대성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전라북도 무주군 적상산의 가을은 산 이름 그대로 붉은 치마로 장식되어 있었다. 어디를 보아도 붉은 기운이 넘쳐나고 있었다. 적상 양수발전소의 댐에 비추인 단풍의 모습은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영롱하였다. 자연의 위대한 마법이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고운 색깔이 배어들고 있어 온 몸에 물들여지고 있었다.
나라를 편안하게 해주는 안구사가 있는 적상산은 가을이 한창이다. 살기가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편안함을 주고 있었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불어넣어주기 위하여 마련해놓은 잔치 상이었다. 적상산의 단풍을 바라보면서 세상의 온갖 시름은 잠시 밀쳐놓고서 단풍의 고혹적인 아름다움에 푹 젖어들 수 있었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무주군 적상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