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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많은 시람들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 위기라고 이야기 하고 실제로 한달 넘어 한달의 시장 상황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주식 시장의 폭락과 환율의 폭등으로 이어지면서 이제 서민들의 삶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경제 상황속에서 더욱 힘들어하는 시장이 있으니 바로 출판시장이다. 물론 출판시장의 어려움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의 상황은 정말 암담하기까지 하다는 것이 일선 출판사 영업부장들의 일관된 의견이다.

 

연 매출이 50~60억 원대의 중견 출판사들 중 일부는 부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대형 출판사들은 직원들을 정리해고 하거나 아예 직원들을 내보내고 외주로 책을 만들어 내고 있는  실이다. 한 대형 출판사는 180여 명 되던 되던 직원을 120명으로 줄였는데 구조조정이 아니라 인력의 자연 감소라며 애써 자위하지만 결국은 1년도 안돼 직원의 30%를 줄인 구조조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물론 지금 출판시장의 어려움은 올해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영향도 있어서 올 해 초부터 계속된 기름값 상승으로 인한 종이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나 제작 비용의 상승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한편으로는 출판계 스스로 지금의 위기를 자초한 면도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동안 자금력이 있는 출판사들을 중심으로 한 할인판매와 경품 제공이 문제가 되자 출판계를 대표하는 일부 단체들의 강력한 건의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었다. 도서정가제는 신간의 할인 판매를 1년 6개월 동안 10% 이내로 제한하며 이에 상응하는 경품 제공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이 제도를 시행하고 보니 출판사의 50%를 넘는 소규모 출판사들이 더욱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 대형 출판사를 중심으로 도서 정가가 지난 2년 동안 9,000원에서 10,000원으로 다시 12,000원으로 상승했고 도서 가격의 상승은 소비자들의 도서 구입을 위축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광고와 프로모션 여력이 없는 작은 규모 출판사들의 책들은 철저하게 시장에서 외면받는 것이 현실이다. 출판계가 만든 도서정가제라는 제도가 본래의 도입 취지를 살리기보다는 오히려 출판시장 자체를 위축시키는 족쇄가 된 결과다.

 

이 와중에 일부 출판사는 광고비의 일부를 자사 출간 도서를 다시 구매하는 방식, 일명 사재기로 순위를 조작하는 판촉 전략을 비밀리에 쓴다는 사실을 출판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신문 광고로 대표되는 매체 광고는 사실 피부에 와닿는 효과 측정이 어렵지만 일명 사재기는 자사의 도서를 매입한 숫자 만큼 곧 바로 순위가 오르기 때문에 일부 대형 출판사들도 최근에는 이러한 판촉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출판계의 정설이다.

 

여기에 일부 번역 도서를 중심으로 한 대형 출판사들의 경쟁으로 천정부지로 치솟은 도서 판권 시장도 출판계의 어두운 면을 더욱 부채질했다. 한 때 출판시장에서 미화 2만 달러 정도면 좋은 컨덴츠의 해외 서적들의 국내 판권을 구입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일부 에이전시들의 자기 수익을 위한 영업 전략으로 현재 시장에서 온라인 서점 아마존의 상위 차트를 기록한 책들은 10만 달러 정도의 거래가를 형성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일부 출판사들의 경쟁으로 60만불이 넘는 국내 판권 비용을 지불한 책이 나왔는데 시장에서는 100만부를 팔아야 본전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영향은 일본 소설로도 옮겨져서 한 때 2만불~3만불 정도 하던 일본소설 판권이 최근에는 최하 5만불을 넘게 주어야 구입이 가능한 현실이다.

 

여기에 최근의 환율을 생각하고 워낙에 양장본으로 책을 비싸게 만드는 우리 시장의 현실을 감안하면  심하게 표현하면 시장이 어려운 것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출판계가 이런 불황과 과당경쟁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거다. 좋은 책은 언젠가 독자들이 사랑해줄거라는 믿음으로 보다 저렴한 가격과 좋은 컨텐츠로 무장된 책들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일부 협회나 단체들이 만들어 낸 제도와 목소리로 이런 시장의 위기를 해결 하기에는 우리 출판시장의 현실이 그리 녹녹해 보이지 않는다. 출판계 스스로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책을 만들어야 한다.


#문화#출판#도서#위기#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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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쵸코파이와 부라보콘과 함께 태어나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남중,남고를 나와 90년대 학번으로 IMF를 온몸으로 느끼며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20년 동안 광고기획자로 살다가 최근 글쓰기를 다시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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