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에를 정말 싫어한다. 누에뿐만 아니라 벌레 종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거미도 싫어하고 바퀴벌레도 싫어한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에 누에를 질릴 만큼 보았다. 전남 나주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농업박람회에서다.
농업박람회에는 볼 것이 정말 많았다. 평소 보지 못한 새로운 농기계들도 볼 수 있었다. 내 몸무게만큼 나가는 호박 같은 희귀한 농산물도 많았다. 악어거북, 뱀거북 같은 희귀한 동물도 보았다. 도리깨로 콩을 타작하는 체험도 처음 해보았다.
여러 가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누에 생태관이었다. 나는 평소에 누에를 싫어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누에는 벌레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흐느적거리는 누에를 보면 소름이 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누에가 실을 뽑아낸다는 것은 신기하다. 몇 년 전에 아빠와 중국에 갔을 때 실크공장에 간 적이 있다. 나는 거기서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는 것을 보았다. 그때 하얀 누에고치가 하얀 실을 뽑아냈다. 그것도 나는 신기하게 쳐다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신기한 장면을 보았다. 하얀 줄만 알았던 누에가 노란색, 파란색, 자주색도 있었다. 그 누에의 고치에서 나오는 실도 누에의 색깔과 같이 노란색, 파란색, 자주색으로 나왔다. 너무너무 신기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정말 궁금했다.
전시관에서 안내를 하고 있는 분한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답변을 듣고 보니 누에가 그렇게 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간단했다. 바로 누에가 태어날 때부터 색소가 들어간 인공 사료를 만들어 먹여서 색깔이 그렇게 변한다는 것이었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신기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는 체험도 해보았다. 실 뽑기는 가스렌지 위에 물과 누에고치를 담은 그릇을 올려놓고 열을 가하면 단단하던 누에고치가 허물어졌다. 그렇게 허물어진 누에고치에서 실 한 줄을 잡아내면 줄줄이 실이 이어져 나왔다. 나는 누에고치에서 실을 찾아내 물레에 감아 돌려보았다.
하얀 고치에서는 하얀 실이, 빨간 고치에서는 빨간색 실을 뽑았다. 고치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실이 나오는 것을 내 눈으로 보면서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만약에 인공사료의 색깔을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깔로 만들면 누에가 어떻게 될까? 무지개 색깔의 누에로 자랄까 아니면 여러 가지 색깔이 다 섞여서 검은색에 가깝게 변해버릴까? 정말 궁금하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물어보고 싶다.
누에 생태관을 나오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누에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누에의 희생정신이 대단하다. 꼭 촛불이나 연탄불과 닮은 것 같았다. 촛불은 자신을 녹여가며 세상을 밝혀주고, 연탄은 자신을 태워 방을 따뜻하게 해주고 음식도 익혀주기 때문이다.
누에도 그에 버금간다. 고치로 집을 지어 실을 제공하고 또 나중에 번데기는 간식으로 변해 사람들의 배를 채워준다. 얼마나 희생적인지 누에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다른 것은 몰라도 나도 누에처럼 희생정신을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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