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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께서는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그 자체라고 늘 가르쳐 주셨다. 교수님은 거대한 권력 시나리오 속에서 희생되신 듯하다."

 

다큐멘터리 <우리 교수님 이야기>에서 나오는 마지막 내레이션 부분이다. 여기서 지칭하는 '교수님'은 어떤 교수를 말하는 것일까. 언론 자유? 권력 시나리오? 여기에 'KBS'라는 힌트를 던지면 어떨까. 이제는 기억 속에서 잊혀졌을지도 모르는 그 교수는 전 동의대학교 교수이자 전 KBS 이사였던 신태섭 교수다.

 

학교가 신 교수를 해임한 것이 부당하다고 말하고 있는 다큐 <우리 교수님 이야기>는 신 교수의 제자이자 미디어 활동가로 활동중인 박배일 감독이 기획·제작했다. 이 작품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열렸던 제8회 퍼블릭액세스 시민영상제에 출품되기도 했다.

 

3가지 징계 사유 "이해할 수 없다"

 

 다큐 <우리 교수님 이야기>의 한 장면
다큐 <우리 교수님 이야기>의 한 장면 ⓒ 민주언론시민연합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 감독은 "현 정부가 어떻게 언론 장악을 하고 있고, 그 속에서 신 교수가 희생양이 된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며 "신태섭 교수님 해임은 부당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징계 사유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3가지 징계 사유 중 먼저 '총장의 허가 없이 KBS 이사직은 겸직할 수 없다'를 따졌다. 학교의 교원 인사규정에 따르면 '교원은 학생의 교육·지도와 학문의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총장의 허가를 받아 상업·공업·금융업 그 밖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의 사외이사를 겸직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는데, KBS는 방송법에 근거해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사기업체의 사외이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두 번째 징계 사유인 'KBS 이사회 참석차 국내 출장 시 총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사후 보고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세 번째 징계 사유인 'KBS 이사회 참석차 학부 및 대학원 수업에 지장을 초래한 점'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교수님이 이사직 활동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모든 수업에 참여했다"고 반박했다.

 

신태섭 교수 해임 관련 "학교가 외압 받았을 수도 있다"

 

해임 과정과 관련해 박 감독은 "신태섭 교수님이 KBS 이사로 활동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2008년 6월이 돼서야, KBS 이사 겸직을 이유로 해임하는 것은 학교 쪽에 외압이 가해진 듯하다"며 "신태섭 교수 말에 의하면 학교 측이 '결국은 이사직을 버리지 않으면 우리도 해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 동의대학교 교수이자 전 KBS 이사이었던 신태섭 교수
전 동의대학교 교수이자 전 KBS 이사이었던 신태섭 교수 ⓒ 오마이뉴스 윤성효

그러나 당시에도 지금도 학교 측은 "외압을 받은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외압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박 감독은 "외압이 아닌 정당한 사유로 인한 징계라면 신태섭 교수를 징계하기로 한 회의 내용을 왜 공개하지 못하느냐"며 "학생들은 물론 신 교수님의 해임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은 의심을 떨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큐 제작 시 다른 학과 학생들과 교수들을 인터뷰할 때는 힘들 게 없었다는 박 감독. 그러나 정작 신 교수가 담당한 광고홍보과 학생들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신 교수 해임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언론 장악 막으려는 투쟁에 함께 연대하자"

 

KBS·YTN 언론 장악 사태에 대해 박 감독은 "법적 권한이 없는 대통령이 방송사 사장을 해임시킨 것은 법을 무시한 처사다"며 "언제나 자기 입으로 '법을 지켜야 된다' '절차를 지켜야 된다'고 말하던 정부가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서 누구에게 법을 지키라는 건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박 감독은 언론이 정부에게 장악되는 건 "독립 언론을 지키지 못한 처사이기 때문에 언론인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없다"라며 "언론 장악에 반하여 투쟁하고 있는 YTN 노조를 비롯한 언론인들이, 자신들의 투쟁이 언론이 행해야 할 역할임을 인지하고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감독은 그들의 투쟁이 결국에는 "언론을 장악하려는 권력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이들이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게끔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큐 <우리 교수님 이야기>는 "우리는 곧 사회에 진출한다"며 "그 곳이 눈과 귀를 막지 않고 법과 정의가 살아 있는 희망 가득한 곳이었음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히며 끝을 맺는다.

 

박 감독은 다큐 결말을 이야기하며 지금 현실에 대해 "교권을 지켜야 하는 학교가 외압을 받아서 교권을 무시하고, 진보해야 하는 사회가 뒤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에 '정의'라는 단어가 없어지는 것 같고, '희망' 자체도 없어지는 것 같다"며 "우리가 좀 더 각성하고 '희망'을 만들어가자는 의미로 다큐를 끝맺었다"고 설명했다.

 

 다큐 <우리 교수님 이야기>의 한 장면
다큐 <우리 교수님 이야기>의 한 장면 ⓒ 박배일
 

덧붙이는 글 | 정미소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신태섭#KBS 언론 장악#민언련#동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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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 활동을 통해 '기자'라는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문제를 비롯해 인권, 대학교(행정 및 교육) 등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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