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민들을 좌절하게 하는 뉴스 타이틀은 '실물경제가 위협 받고 있다"라는 것이다. 실물경제? 그래 그러면 내 주변의 실물경제들을 찾아가 보자.
이 사진 위에 있는 것들이 아마도 실물경제가 아닐까? 실물 경제와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가 봤다.
수원 찜질방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박아무개(여, 48세)씨는 말한다. 작년대비 매출이 40% 도 더 떨어졌다고 한다. 더 고민거리는 여름동안 부진했던 장사가 겨울로 들어서면서 고개를 조금 들어야하는데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고. 작은 간식거리조차도 손님들은 싸가지고 오기 시작했고 그나마 손님들도 줄었다. 마사지,좌욕, 세신(때밀이)과 같은 프로그램이 많은 찜질방, 이제 손님들은 맘먹고 6000원을 내고 들어와서 직접 싸들고 온 음식을 먹고 스스로 때를 밀고 딱! 할 일만 하고 간단다. 올해만해도 국내 찜질방이 300여개가 문을 닫았다고 하는데 아마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본인도 오래 버티지 못할거라고 했다.
"수입이 깎인지 꽤 오래됐어.모아놓은 돈으로 꾸역꾸역 살아가는 거지 뭐."
얼마 전 전체 구조조정이 들어간 이 찜질방에서는 모두가 오늘의 손님이 얼마나 올까를 정확히 맞출 수 있는 신기가 생겼다고 한다. 그 방법은 바로 뉴스 '주가 폭락, 환율급등' 그 말의 뜻 보다 그 여덟글자가 바로 손님의 수를 기가 막히게 예측하게 한다고 했다.
경기도 양주에서 제조업을 하는 이아무개(남, 50세)씨는 스프링을 만드는 작은공장의 사장님이다. 직원도 사장님 혼자. 스프링은 쓰레기통의 발판에서부터 우리가 항시 사용하는 지퍼의 고정핀의 역할까지 우리생활에 뗄레야 뗄 수 없는 물건이다. 대형마트에 쓰레기통을 공급하는 쓰레기통회사 사장이 스프링발주를 취소했단다. 실물경제의 수요가 급냉각하면서 대형마트에서 조차도 주문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의류업과 같은 경우는 IMF 때와 유사하게 줄줄이 파산하고 있어, 지퍼스프링 수요도 이제는 별로없다. 그나마 그는 혼자 경영하고 혼자 생산하는 게 다행이라고 했다.
찜질방의 박씨와 양주의 이씨에게 물어본다. 마지막에 포기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고, 그들은 거침없이 "의료" 라고 한다. 그러면 한번 약국을 찾아가 보자. 충북제천 읍내에서 20년째 약국을 하는 정아무개(남, 46)씨도 마찬가지로 인정을 한다. 정형외과를 끼고 있는 약국이라서 처방전에 의존해서 수입이 있고 노인이 많은 도시라서 큰 타격은 아직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부가상품인 자양강장제나 영양제등에 관한 매출은 작년대비 3분지1은 더 넘게 떨어진 것이 아마도 경기침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도리어 묻는다. 그런데 또 한가지 눈여겨 볼것은 정형외과의 주요 단골인 노인들도 병원에 안 오고 있다는것이다. 그것은 겨울이 되어서도 있겠지만 그에 덩달아 경기침체도 심하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듣고 보니 약값 아끼겠다고 그냥 집에서 앓고 말아버리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한다.
택시를 타 본다. 택시업계에 입문한지 8개월된 삼십대 후반의 남성. 미터기가 일만원이 넘어가자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삼일만의 대박이라고 한다. 하루에 회사에 십만원상당의 돈을 내야 하고 나머지가 본인의 수입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근 석달간 적자인생이란다. 선배기사들은 시작은 월급 120여만원으로 시작했다가 잘되면 200만원도 훨씬 넘는 수입을 가질 수 있다고 해서 소규모 기업에서 퇴사하여 시작한 택시업도 만만치가 않단다. 하루 열두시간 일하고 한달에 80만원도 벌기가 힘든 실정 그때 무전이 쳐진다.
"강남에 사람많아요." "강남? 강남 간다. 아자아자" 무전기에서 여러사람들이 떠들어댄다.
"아저씨 저도 강남가요."
강남의 한 유명백화점 청바지 한 벌에 30만원을 호가하는 수입의류섹션에서는 아직도 사람이 넘쳐난다. 여유있는 모습과 평온함.
"정말 사는사람들은 여전히 사나봐요. 아니 어떻게 보면. 여기는 정말 사는 사람들과 정신 못차리고 허세부리려는 불쌍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공간이예요"라고 점원이 얘기한다.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슈퍼에 들른다. 기다렸다는 듯이 슈퍼아줌마 하소연을 한다.
"3분의 1이라고?! 우리는 멜라민 때문에 2분의 1이여!"
참. 마지막 건축업을 하는 삼촌에게 묻는다. 삼촌 요즘 건축 경기가 장난이 아니라면서요?
"묻지마 그런거는. 현장이 나와도 겁나서 일을 못 해. 왜냐구? 겁나서. 공사 해놓고서 돈 못 받을까봐. 수금이 안 될까봐. 현장의 절대량은 감소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일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줄다보니 상대적으로 여기는 공사하려는 사람이 부족해. 더 이상은 묻지마. 기사를 쓰려면 차라리 쓰레기 수거업자에게 인터뷰를 해. 쓰레기 수거율이 작년대비 50% 줄었다고 하면 말다한거 아니야?"
경찰청에서 전경으로 근무하는 최아무개(22, 남)씨는 군대에서도 "지금 군대오기를 잘했다"고 한단다. 있는 집 자식들은 제대 후 별 볼일 없을 것 같으면 도피유학,고시공부할 계획을 벌써부터 짜고 있거나 없는 집 자식들은 안정적이라는 공무원시험이나 편입시험볼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짝패>라는 영화를 보면 이범수가 "강한 놈이 오래 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 가는 놈이 강한것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얼마나 버텨야 할까? 30대 싱글족이 결혼 때 빚이 없으면 인생의 반은 성공 한 것이라고, 가게에서 현금 내는사람의 90%는 사채업자라는 우스개가 난무하는 요즘. 하루 아니 한시간이 다르게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가는 사람들. 하지만. 확연한 것은 모두가 얼어붙은 경제를 체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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