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동장은 성장하고 배우고 체험하는 아이들과 학생들의 공간이다. 아무리 관리가 쉽고 경제성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교육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면 시작도 말아야 한다. 운동장 조성을 인조잔디 대 천연잔디로 몰고가는 교과부의 의도가 불순하다. 그 의심을 벗고 진정한 교과부 사업이 되려면 획일적으로 인조잔디운동장과 우레탄트랙으로 조성하는 조성사업을 중단하고 학교운동장은 어떠해야 하는가 깊이 고민하기 바란다... 기자주
2007년 9월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지금의 교육과학기술부)는 인조잔디 고무분말 안전 대책을 발표하여 온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안전하고 쾌적한 체육시설이라고 주장하던 인조잔디운동장이 중금속과 각종 유해화학물질의 온상이었던 것이다. 고무분말이 유해물질 기준치를 초과한 학교 운동장이 재시공되어 2차, 3차까지 안전성검사를 받는 등 처음부터 여러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밀어붙여 벌어진 해프닝이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 없는 교과부는 인조잔디 고무분말 안전기준 수립, 그 기준에 맞는 조달청 등록제품을 의무 사용으로 하는 안전대책을 내놓았고 학교 잔디운동장 사업추진 매뉴얼을 제작보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통합적인 잔디운동장 사업 안전대책과 그 지침 내용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인조잔디운동장의 고무분말, 과연 안전할까
안전기준을 마련하여 운동장을 조성하므로 고무분말의 유해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하지만 또다른 위험이 내포되어 있을지 모른다. 인조잔디 그 자체가 문제다. 인조잔디는 폴리에틸렌 재질로 인체에 무해한 제품이라고 하지만 인조잔디의 푸른색을 내는 안료에는 납 등의 중금속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USA TODAY> 2008년 5월7일자, 토트 플리트(Todd Plitt)는 이렇게 전하고 있다. "뉴저지 보건 담당자는 잔디섬유에 색상을 내는 안료(pigment)에서 납이 검출되었다고 말한다. 아이들과 운동선수들은 납이 있는 잔디섬유를 흡입하고 삼킬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라고. 더욱이 미심쩍은 안료에 대해 의문을 키우는 기사가 발표되었다. 2008년 9월4일자 <한국경제>는 모회사가 개발한 필드그라스에 대해 "잔디의 초록색을 내는 데 국내 처음으로 중금속이 들어 있지 않는 안료를 사용했다"라고 전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중금속이 없는 안료를 사용했다면 그전까지는 중금속이 있는 안료를 사용했다는 말로 해석된다.
이쯤되면 인조잔디에 사용된 안료도 안심할 대상은 못 된다. 고무분말에 한정한 제품 범위를 확대하여 검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교과부는 안전기준에 맞는 인조잔디를 사용하고, 시공후 시료 채취를 통해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는 등의 사전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했으나 정작 사후 잔디 관리나 안전관리는 사업추진계획에도, 안전대책 발표 자료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조성 뒤 인조잔디운동장의 관리와 안전대책은 학교장의 몫으로 떠넘겨 버렸다.
인조잔디 관리하는 학교 몇이나 될까
인조잔디도 정기적인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수명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1년에 2회 이상 잔디파일 세우기, 청소, 고무분말 충전, 교체 등의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보통 인조잔디 수명은 8년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관리가 지속되었을 경우 이야기다. 그런데 인조잔디 관리를 해주는 학교는 얼마나 될까?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학교관계자는 얼마나 될까?
이미 06년, 07년 인조잔디운동장이 조성되어 만 1년, 2년이 지난 경기도 수원의 몇 학교를 찾아 실제 인조잔디 관리와 안전관리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만 2년이 되어가는 초등학교 2곳은 벌써부터 인조잔디의 섬유화가 많이 진행되어 있었고, 고무분말도 부서진 숯처럼 드러나 있었다.
실밥처럼 풀어진 잔디파일과 고무분말은 학교 여기저기로 움직여 운동장 스탠드 계단 구석에 몰려 있기도 했다. 인조잔디가 깔린 수원의 한 초등학교 어린아이에게 인조잔디운동장이 생기니까 어떠냐고 묻자, "입에도 들어오고 신발에도 잔뜩 들어와요. 인조잔디가 옷에 잔뜩 묻어요"라고 말한다.
이렇듯 관리 부재에 따른 인조잔디 손상은 실처럼 풀리는 잔디파일과 고무분말이 학교 이곳저곳으로 이동하고 먼지처럼 피어올라 뛰어노는 아이들의 호흡기로 흡입되고, 피부 접촉도 증가한다. 유해물질 기준치 이하의 고무분말이지만 자주 접촉하게 되면 그 유해성은 증가할 수밖에 없고 성인이 아닌 아동들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고무분말이 잔디운동장 범위 안에서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곳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인근 배수를 타고 하천으로까지 유입된다. 그럼 무엇이 예상될까? 상식적으로 수질오염, 생태계 교란과 파괴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교과부, 인조잔디 관리에 적극 나서라
교과부가 운동장 조성을 위해 예산 배부에만 자신의 역할을 제한하다 보니,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 인조잔디 운동장 관리나 안전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작년 고무분말 안전성 검사 결과로 논란이 되었을 때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까지 했으나 여전히 인조잔디 관리와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아무것도 잘 모를 수밖에 없는 어린 아이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인조잔디는 생활유해시설이며 공해시설이다.
인조잔디운동장 조성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하던 교과부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천연잔디보다 관리가 수월하다고 관리비용도 저렴하다고. 관리가 수월하다고? 그런데 수원의 몇몇 학교처럼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은 매우 특별한 현상인가? 관리비용이 저렴하다고? 우리가 언제 천연잔디로 운동장을 도배해달라고 했던가!
자라는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환경은 흙과 풀과 숲이 있는 곳이다. 운동장을 단순히 인조냐, 천연잔디냐는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교과부가 흙바닥이 있고, 모래 둔덕이 있고, 한켠에 연못이 있으며, 뒷켠에는 나무들이 자라는 운동장을 그려나 봤을까.
또 이렇게도 변명한다. 흙운동장은 비온 뒤 진창이 되고, 바람 불면 흙먼지가 날린다고. 진창이라고? 허술한 배수로공사와 경사도 맞춤이 문제는 아니고? 흙먼지가 날린다고? 제때 관리하지 않아 무책임함을 변명하는 것은 아니고?
그러므로 교과부는 하루빨리 통합적인 관리대책을 내놓고 조성 뒤 사후 관리와 안전대책도 포함시켜야 한다. 시공된지 1, 2년밖에 되지 않은 운동장이 벌써부터 엉망이다.
학교운동장은 성장하고 배우고 체험하는 아이들과 학생들의 공간이다. 그 아무리 관리가 쉽고 경제성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교육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면 시작도 말아야 한다. 운동장 조성을 인조잔디 대 천연잔디로 몰고가는 교과부의 의도가 불순하다. 그 의심을 벗고 진정한 교과부 사업이 되려면 획일적으로 인조잔운동장과 우레탄트랙으로 조성하는 조성사업을 중단하고 학교운동장은 어떠해야 하는가 깊이 고민하기 바란다.
학교운동장은 노는 공간이다. 놀면서 배우고 습득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정서를 충만하게 만드는 샘터이다. 그런 곳은 어떻게 조성되어야 하는지 깊은 연구가 선행되어야 진정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이 성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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