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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3일자 기사, '아빠 나라' 떠나는 아이들
<한국일보> 3일자 기사, '아빠 나라' 떠나는 아이들 ⓒ

오늘(3일) 아침 인터넷에서 기사를 읽다가, 눈에 확 띄는 기사를 발견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시리즈로 싣고 있는 기사였다.

<한국일보> "'아빠나라' 떠나는 아이들"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자녀들과 함께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혹은 자녀만 외가로 보내는 것을 보아왔던 나로서는 기사의 내용이 충분히 이해가 갔고,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함을 공감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류의 기사를 볼 때마다, 기자들이 좀더 정확한 사실 관계에 근거해서 기사를 작성한다면 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기사의 취지만 놓고 보면 나무랄 데 없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기사란 모름지기 사실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일부 단체 혹은 정부 부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일반화하며 문제를 확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관심은 바람직 ... 사실은 정확히 알려야

기사에 의하면, 복지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엄마 혹은 아빠의 나라로 돌아간 한국 국적인 이들은 비자가 만료되면 불법체류자 신분이 돼 현지 정규교육과 의료 등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고 적고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베트남, 필리핀, 태국 외에 인도네시아 등 우리나라에 결혼으로 많이 와 있는 국가들 대부분은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가령, 필리핀은 출생할 당시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필리핀 국적자였을 경우 필리핀 국적자로 인정이 된다. 베트남은 해외에 있는 300만 명 이상의 해외동포(비엣뀨)를 베트남 국민으로 수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5월말 1998년 만든 국적법에 규정돼 있는 '단일국적'이라는 조항을 삭제하여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베트남전쟁 후 수많은 난민들이 미국을 필두로 호주, 프랑스 등에서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 그뿐 아니라 최근에는 많은 국제결혼과 취업이민 등을 통해 한국과 일본, 대만, 중동 등으로 해외 이주를 한 국민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트남 정부는 이들을 자국 국민으로 유지시켜, 국가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적법에서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일하는 단체는 가정이 파탄나거나 남편의 사망과 함께 본국으로 돌아간 여러 명의 결혼이주민들에게 해당 국가 국적법 관련 안내를 한 바 있다.

한편 태국에선 아이가 성인이 되기까지 이중국적이 가능하고, 인도네시아 역시 국제결혼을 한 부부 사이에 태어난 자녀에게 21세가 될 때까지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결혼이주민 출신 국가들 중, 베트남의 경우는 엄마가 자신의 본적지 사무소에 한국 내 출생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를 영문 번역하여 신청하면 만 18세까지 이중국적을 유지하며, 학교, 병원 기타 여러 행정 기관 등에서 내국인과 동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실 위와 같은 오보는 또 다른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수차례 있었지만,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넘어갔었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가 시정되기보다는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보며, 지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해 이렇게 시간을 내어 정리해 봤다.

그런 면에서 오늘자 기사 내용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다음과 같이 지적해야 한다.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한국 국적인 자녀들이 비자 만료로 불법체류자 신분이 돼 현지 정규교육과 의료 등 해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동남아 국가는 이중국적을 허용하기 때문에 국적법에 따라 자녀들이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사실을 정부와 관련단체들이 적극 홍보하는 것이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의 인권보장을 위해 필요하다."

우리사회가 다문화, 다문화하면서 떠드는 것을 썩 내켜 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결혼이주민과 이주노동자지원운동을 하는 기자 역시 전폭적인 지지보다는 비판적 지지를 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지금 우리사회의 다문화논의는 지나치게 온정주의적으로 흐르고 있고, 당사자들의 의견이나 정확한 현장의 소리는 묵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사회가 다문화라는 단어가 생경하지 않고,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이 되려면, 온정적인 시각에 앞서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따라서 보도에 앞서 기자들이 사실을 좀더 확인하고 바람직한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고기복 기자는 용인이주노동자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기사#베트남#결혼이주여성#다문화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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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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