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 원동면 소재 화제초등학교 학부모와 지역민·동창회가 '오래 근무할 수 있는 교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5일 오전 창원 소재 경남도교육청 현관에서 종이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1936년 간이학교로 문을 연 화제초등학교는 한때 통폐합 위기에 몰렸지만 지역민들이 '학교 살리기'에 나서 성과를 거두었다. 한때 교육인적자원부는 농어촌지역 과소규모 학교의 적정규모화를 유도하기 위해 학생수 60명 이하 초등학교는 인근 학교와 통·폐합하기로 했던 것.
이 초등학교는 2005년 52명, 2006년 47명으로 인근 상북면 좌삼초등과 상북초등과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었다. 2006년 동창회가 중심이 되어 통폐합에 반대하면서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동창회와 지역민들은 성금을 모아 원어민강사 초빙과 텃밭가꾸기, 환경체험학습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런 탓에 학생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7년 97명, 2008년 89명, 2009년 98명으로 전교생이 늘어났으며, 내년에는 1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당수 학생들은 통학하고 있다.
학부모와 지역민들은 개별 구좌를 개설해 매달 성금을 내고 있다. 성금은 통학차량 비용과 영어·중국어·판소리·축구·미술 강사비로 충당하고 있다. 양산시교육청에서 나오는 돈으로는 모자라 성금을 보태 운영하고 있는 것. 학부모와 지역민, 동창회가 한 마음이 되어 학교를 살려낸 것이다.
4년간 4명의 교장이 바뀌어
그런데 교장이 자주 교체되면서 학교 발전을 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학교는 지난 4년간 4명의 교장이 바뀌었다. 농·어촌지역 소규모 학교에 부임하는 교장들은 대개 1년 내지 1년 6개월만 근무한다.
화제초교 학부모와 지역민들은 "1, 2년마다 바뀌는 교장이 아닌 4년 이상 근무하면서 학교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교장을 원한다"며 "그런 교장이 오신다면 내부형 공모제든, 초빙형 공모제든 어떤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장기 근무할 교장이 오신다면 몸과 마음으로 교장을 보필하여 지역과 화합하는 정말 멋진 학교로 만들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공모제를 통한 장기근무하실 교장이 오실 수 있도록 교장공모제 시범학교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교장공모제 시범학교는 관련 규정에 따라 경남도교육청이 결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이날 경남도교육청에서 시위를 벌이다가 담당 장학사와 논의하기도 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은 "자주 교장이 바뀌다보니 해당 학교는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는데, 그런 차원에서 학부모 등의 요구사항이 옳다"면서 "교장들이 최소 임기만 채우고 큰 학교로 나오고 하는 속에서 축적된 학부모의 민원이 발생한 것으로, 논의하면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 담당자는 "4차 교장공모제 시범학교 대상은 경남에서 총 9개 학교인데, 화제초등학교가 지정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자료를 더 검토해 봐야 한다"면서 "현재로서는 교장공모제 시범학교가 된다 안 된다 말할 수 없고,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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