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학예발표회가 지난 주 토요일(1일) 화순제일초등학교(교장 최종렬) 강당에서 열렸다. 아이들의 학교에서는 매년 평일에 학예발표회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주말에 진행했다.
직장생활을 하느라 아이들을 위해 잠시의 짬을 내기도 버거운 학부모들을 배려한 때문이다.
최종렬 교장은 “학예발표회를 평일에 하다보니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들이 참석하기가 어렵고, 참석하더라도 아이들이 발표하는 모습을 다 보지 못하고 가는 모습이 마음에 걸려 올해는 토요일에 발표회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한다.
토요일에 발표회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라서 걱정도 했지만 예년보다 훨씬 많은 학부모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지켜보는 모습을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도 했다.
사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들의 학예발표회에 참석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화순제일초교의 경우 보통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1시경에 발표회가 끝나는데 그동안 50여가지의 공연이 진행된다. 전교생 1,300여명 모두가 1가지만큼은 꼭 발표할 수 있도록 하다보니 그렇다.
초등학교에 두명의 아이를 보내다보니 두 아이 모두의 발표를 보려면 오전내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한 아이의 발표를 본 후 다른 아이의 발표까지 길게는 2시간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의 학예발표회 때문에 어렵사리 시간을 뺐는데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가 나오기도 어려운 탓이다.
우리 아이들, 혜준이와 강혁이, 남혁이는 모두 3살터울이다. 혜준이 혼자 초등학교에 다닐때는 별반 문제가 없었는데 강혁이까지 같은 학교에 다니고 보니 거의 한아이의 발표는 놓치곤 한다.
발표순서가 연달아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데다 회사에 다른 업무가 있으면 마음놓고 아이들의 학예발표회를 지켜볼 수 없어 가야하는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학예발표회나 운동회 등 부모들이 자리를 함께해야 하는 행사가 있을때면 혜준이와 강혁이는 늘 내게 묻곤 한다.
“엄마, 우리 학예발표회하는데 나 하는거 볼 수 있어? 끝까지 있을거야, 아니면 보다가 그냥 갈거야? 누구 발표하는거 볼거야? ”
“어? 당연히 둘다 봐야지, 걱정하지마!”
하지만 곧이어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날 일은 바쁘지 않을까, 갈수는 있을까, 두 아이들이 발표하는 모습을 다 볼수 있을까 등등 머릿속이 어지러워진다.
지금 혜준이는 6학년, 강혁이는 3학년. 하지만 여지껏 둘이 같이 참여했던 2번의 발표회동안 혜준이와 강혁이 모두의 발표를 처음부터 끝까지 느긋하게 지켜보지는 못했다. 가능하면 다 보려고 노력했지만 그렇지 못했고 그래서 늘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근무 도중 특히나 오전에는 시간을 낼 수 없는 아빠는 아예 젖혀 두고 말이다.
그런데 올해 발표회는 주말인 토요일에 진행돼 처음으로 두 아이의 발표하는 모습 모두를 볼 수 있었다. 아니 처음부터 끝까지, 개회사 시작할때부터 폐회사 마칠때까지 모두 여유있게 볼 수 있었다.
이는 나뿐이 아니었다. 발표회에 참석한 일하는 엄마들 대부분이 느긋하게 아이들의 발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반응들도 좋았다.
강혁이와 같은 또래로 역시 일하는 엄마인 정현이 엄마도 두 아이의 발표모습을 모두 지켜보며 흐뭇해했다. 이럴때나 아이들 발표하는 모습을 보지 평일에 하면 참석하기도 힘들다면서.
나역시 그랬지만 정현이 엄마도 직장일 때문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발표모습을 모두 보지 못하고 한 아이의 모습만 지켜보고 일터로 돌아가거나 아예 참석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날 만큼은 자리를 지키며 내 아이들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발표모습도 지켜보면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갈수록 사회에서 일하는 엄마들을 배려하겠다고 또 배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하는 엄마들에게 배려는 배려일 뿐 그 배려를 맘껏 누리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1년에 1번있는 아이들의 발표회지만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들을 위해 그 하루를 쓰겠다고 말하기에는 눈치가 보인다.
물론 모든 이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주5일 근무가 정착된 회사에 다니는 학부모들은 휴일인 토요일에 학교행사가 열렸으면 바라지만 그 또한 바람일뿐 아닌가. 그런 차원에서 이번 학예발표회에 대한 학교측의 배려가 너무 고마웠다.
학예발표회장도 여느때와는 달랐다. 여느때 같으면 아이들의 공연 하나하나가 끝날때마다 속속 줄어드는 관람석의 빈자리가 눈에 띄게 많았지만 이날은 공연이 발표가 진행되는 4시간내내 시종일관 자리들이 꽉 차 있었다. 아빠들의 모습도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아이의 학예발표회가 무어 그리 중요하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1년에 1번 무대에 올라 엄마아빠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리다. 1번의 무대를 위해 아이는 짧게는 1달이 넘게 연습해 왔다.
그리고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른다. 눈여겨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무대에 오른 순간 아이들의 눈은 줄기차게 좌우로 돌아간다. 엄마아빠의 모습을 찾는게다.
엄마아빠와 눈이 마주친 아이는 순간 얼굴에 환한 웃음꽃을 피운다. 아이와 마주친 순간 내아이가 학교에서 1년을 잘 보내고 무대에 올라 나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려 하는구나 하는 뿌듯함에 지켜보는 엄마아빠의 가슴에도 감동이 밀려온다. 그리고 아이의 모습을 카메라로 동영상으로 담기 위해 정신없이 바빠진다.
1년에 1번이다. 1년에 1번이기에 학교측의 배려가 더욱 고마운게다. 발표회가 끝나고 혜준이와 강혁이는 말했다.
“엄마, 엄마가 우리 발표하는거 다 본거 이번이 처음이지? 다음에도 다 볼 수 있어? 엄마, 나 잘했지?"
"그럼, 다음에도 우리 아들이랑 딸이랑 발표하면 꼭 가서 봐아지!(하지만 내년에도 그럴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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