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와 JTV전주방송 고위간부들 간의 법적공방이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행정기관의 감사과정에 방송사 고위간부의 개입 여부를 놓고 벌이는 다툼이어서 양 방송사는 물론 전북도와 전주시 등 관련 행정기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양 방송사가 벌이는 법적다툼이 4개월 동안 지속되고 있는데도 지역신문과 방송들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지역일간지만 12개사로, 인구대비 전국에서 가장 많은 난립분포를 보이고 있는 전주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론의 '침묵 카르텔'이라는 점에서 가뜩이나 불신의 골이 깊어만 가는 지역언론에 대한 수용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언론의 긴 침묵으로 인해 세간의 의혹과 궁금증이 더욱 커져만 가고 있는 이번 사건은 4개월 전인 지난 7월 14일 JTV가 저녁뉴스를 통해 '전주시 상수도유수율 제고사업 감사와 관련해 한 방송사 간부가 개입했다'는 내용을 단독보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JTV는 저녁뉴스와 다음날 아침 뉴스를 통해 "전주시 상수도유수율 제고사업 입찰과 관련해 전북도가 전주시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한 방송국 간부가 전북도의 한 고위 공직자에게 전주시 감사에서 상수도유수율 제고사업 입찰과정은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전화를 했다"며 "전주시의 사업자 변경으로 사업권을 갖게 된 건설회사의 지역책임자가 바로 해당 방송사(전주MBC) 간부의 친족"이라고 밝히면서 갈등의 불씨가 지펴진 것.
이 같은 보도가 나가자 당사자인 전주MBC 보도국장은 곧바로 JTV 사장과 보도국장, 해당기자 3명 등 모두 5명을 대상으로 전주지방법원에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전주MBC 보도국장은 "피고들은 사실규명 절차를 거치지 않고 허위의 보도를 함으로써 '한 방송국 간부'로 특정되는 원고에게 극심한 명예훼손을 한 것이므로, 원상회복 조치의 하나로 JTV 저녁 8시뉴스에 정정보도와 함께 8천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전주지방법원 제 4민사부는 지난 10월 20일 '화해권고결정'을 내렸지만, 화해는커녕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법원은 "사건 기록과 당사자의 변론내용에 의하면, 원고(전주MBC 유기하 보도국장)가 전북도 간부들에게 전주시 상수도유수율 제고사업 관련 전북도의 전주시에 대한 감사와 관련하여 전화통화를 한 사실 자체는 인정된다"고 결정이유를 밝히면서도 당사자 사이의 화해를 통한 원만한 분쟁해결을 권고했다.
특히 법원의 화해권고결정 이유 중에는 "사건 보도를 놓고 원고와 피고들이 구체적인 기사내용에 관하여 서로 잘잘못을 따지며 소모적인 법적공방을 계속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책임 있는 언론인들의 자세라고 보기 어렵고,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눈에도 결코 아름답게 비춰지지 않을 것임이 명백하다"는 대목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전주시 상수도유수율 제고사업 논란은 무엇? |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전주시 상수도유수율 제고사업은 전주시가 2007년 12월 1천300억원 규모의 상수도 유수율 제고사업을 발주하는 과정에서 사업자를 번복해 생긴 사건이다.
전주시는 당초 A사를 사업자로 선정했으나 서류상의 문제를 이유로 감점, B사를 사업자로 번복했다. A사는 번복이 부당하다며 시에 소송을 걸어 일부 승소했고, 관련 공무원은 전북도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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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JTV측은 11월 5일 전주지방법원에 "법원의 화해결정 이유가 왜곡되고 있다"며 이의를 신청했고, 이로인해 파문은 쉽게 가라않지 않을 전망이다.
JTV 고병악 보도국장은 이날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이 내려진 지 2주가 지나도록 원고는 재판부의 화해권고결정에 따른 화해나 반성의 노력도 없이 오히려 피고 측에 사과를 요구하는 등의 적반하장 격으로 일관하면서 증인의 위증 등을 주장하고 재판결과에 대해 자의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고 이의를 신청했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서 화해나 화합을 명분으로 하는 침묵의 카르텔은 무너져야 한다"는 그는 "이번 소송의 명확한 판결이 있어야 앞으로 예상되는 다툼의 여지가 적어지고 소멸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양 방송사 간부들 간 법적공방은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에도 불구하고 다시 2라운드 국면에 들어섰다. 재판부의 화해결정의 과정이나 의미가 곡해되고 아전인수 격으로 와전될 수 있는 상황에서 법원이 이번 이의신청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울러 많은 지역 언론사들이 언제까지 이번 두 지역방송의 법적공방과 관련해 '나 몰라라' 할지 세간의 관심은 증폭되고 있다. 침묵의 시간이 길면 길수록 의혹은 눈덩이처럼 부풀고 언론에 대한 불신은 더해만 가고 있다.
지난해 지역언론계의 관행처럼 굳어져 온 침묵의 카르텔에 대해 "대다수 언론인들이 사회적 함의에 대해 십분 이해하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그것이 지역내 동종업계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전북민언련의 뼈아픈 지적을 떠오르게 하는 이번 사건이다.
지난해 1월 31일 전북민언련은 '시청자 권익 외면하는 비정규직 양산, 공영방송의 자세 아니다'란 성명에서 "2006년 12월 31일자로 계약 해지된 전주MBC 이진영 아나운서가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거리투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사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고 지역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이는 언론이라는 사회적 공기의 책무와 전혀 무관하다"고 비판했다.
당시 "지역언론이 보다 적극적인 의제설정을 통한 공론의 장 기능을 충분히 다해줄 것"을 촉구한 전북민언련은 "지역언론은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혁신의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했다. 지역언론 종사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