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11월 14일, 당시 노무현 정부는 경부고속철도의 당초 구간을 변경해 경부고속철도 울산역 설치를 공식 발표했다.
울산으로서는 국립대 설립과 함께 양대 숙원사업으로 수년간 서명운동, 청원 등으로 심혈을 기울여 온 범시민적 요구를 관철시키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도 있었다. 고속철도 울산 통과를 위해서는 인근 경남 양산시 천성산에 터널을 뚫어야 했고, 이후 지율 스님은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 공사 중단과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하며 오랜 시간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천성산에 사는 도룡농을 대신해 도룡농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곳 양산 시민들이 울산고속철도 역이름에 양산에 있는 '통도사'를 함께 넣자며 수년간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이를 호소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경부고속철도 '울산역(통도사)'를 역이름으로 하면 울산과 양산이 함께 발전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여러가지 손실비용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통도사 브랜드 홍보로 인한 양 지역의 발전을 불러 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2010년 준공 울산역 이름에 통도사 들어갈까?
지난 9월 9일 울산 울주군 삼남면에서는 경부고속철도 울산역 기공식이 있었다. 삼남면 신화리 471번지 일원의 부지 6만7014㎡에 사업비 1100억원을 투입해 면적 8579㎡,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역을 오는 2010년 준공한다는 것.
울산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해 시, 구·군의회 의원, 경부고속철도울산역범시민추진위원회, 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기공식에서는 지난 1997년 이후 울산역 유치를 위해 6년간 활동해 온 사연들이 소개됐다.
하지만 이를 묵묵히 지켜보는 양산시민들이 있었다. 울산역이 들어설 이곳은 양산 상북면 통도사와는 불과 5~6km 떨어진 거리로, 지도에는 행정구역이 갈라져 있지만 예로부터 한 지역 사람들이나 다름없다.
양산주민들의 생각은 이랬다. 당시 울산역을 허용한 노무현 대통령이 "양산 통도사 지역 수요를 감안했다"고 언급한 바 있듯 이 역을 좁은 의미의 지역주의로 보면 안된다는 것.
현실적으로는 통도사를 찾아오는 외지인이 부산역에 내려 1시간 이상 걸려 다시 통도사로 오는 데, 울산역(통도사)이 개통되면 10분 거리로 찾아올 수 있어 통도사란 명칭이 꼭 들어가야 한다는 것. 때문에 역이름 울산역에다 괄호를 넣어 '통도사'를 추가하자는 것이 양산주민들의 요구다.
양산 주민들은 경부고속철도역 중 이미 확정된 천안아산역(온양온천)을 예로 들고 있다. 두 지역이 서로 화합해 이같이 역 이름을 정함으로써 동반 발전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는 것.
"통도사 브랜드 세계로, 동반발전"
'경부고속철도 울산역이름 울산역(통도사) 추진위원회' 김진동 위원장은 "역 이름을 '울산역(통도사)'로 하는 것은 울산-양산은 물론 대한민국이 함께 잘 사는 길이 될 것"이라며 "결코 지역 이기주의로 추진하는 것이 아닌, 국가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울산역(통도사) 지정은 통도사 관광객으로 인한 울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넓게 보면 앞으로 전개될 북한-중국-시베리아-유럽을 잇는 횡단 철도에서 '통도사'라는 엄청난 브랜드가 전 세계에 소개될 수 있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재 양산시청을 중심으로 각계각층 주민들이 울산역(통도사) 성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고, 양산시는 최근 울산시에 행정적인 차원에서 협조 공문을 보내는 등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역 이름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울산시의 생각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울산시 관계자는 "수년전부터 이런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울산역 명칭 문제는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울산시민의 여론을 물어봐야 하는 등 쉽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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