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이 '내부식민지' 이론을 말한다. 이 이론은 1970년대 남미 종속 이론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국가들 사이에서만 식민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 사이에서도 극심한 지역간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강준만이 이 이론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사정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지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지방이 식민지란다. 강준만의 말이다. 앞의 이론에 따른 것이다. 이 말에 많은 사람들이 발끈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게 흥분할 일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철저하게 중앙집권적이다.
서울이 중심이고 그 다음이 수도권이다. 그 외 지역은 어떤가. 수도권에 비할 수가 없다. 모두가 떠난다. 지방 사이에서도 차별이 있다고 하지만 그건 서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심각한 일이다.
'식민지'란 말이 과장? 반박할 말이 없을걸!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은 누구나 안다. '식민지'라는 표현이 과장된 것처럼 느껴져도, 혹은 모욕적으로 느껴져도 반박할 수 없는 것도 그런 이유다. 문제의 심각성은 누구나 아는데 왜 아무도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인가?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이 있듯이 서울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꾸며진 우리나라에서 지방을 돌볼 여력이 없다는 생각 때문일까.
강준만은 서울 중심인 것을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정부나 정치인들만 하더라도 지방에 관해서는 뭔가를 발전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베풀어주려고 한다. 서울을 대하는 것과 확실히 다르다. '거지'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하는 것은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 <지방은 식민지다>에서는 그러한 것들을 세세하게 지적하는데 그 날카로움에 부끄러워질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강준만이 <지방은 식민지다>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지방의 내부식민지 근성을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준만이 지방이 먼저 변해야 하는 것을 지적하는데 그 방법들이 경청할 만한 것이 많다. 첫 번째로 '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홍보 효과다. 현재 주요 언론들은 서울 중심으로 보도한다. 지방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것 또한 서울공화국의 폐해일 텐데 강준만은 그것을 깨기 위해 지방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강준만은 축제를 하더라도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 충실한 기획이 있는 것으로, 지방의 문화를 대중문화와 접목시키는 것 등을 언급한다. 강준만은 책에서 다양한 예를 들면서 중앙정부의 당근뿐만 아니라 지자체들 스스로 고민하고 변신한 끝에 얻은 성과를 언급하는데 주목할 만하다. 분명히 한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방이 먼저 변해야
그 방법으로 지역 언론도 있다. 아니, 빼놓을 수 없다. 강준만은 지역 언론의 역할에 상당한 힘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지역 언론은 중앙지에 비하면 그 힘이 약하기 그지없다. 강준만이 있는 전북만 하더라도 심각하다. 구독율은 한 자리 수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강준만은 지역 언론이야말로 희망의 한 가지임을 역설한다. 무슨 뜻인가?
지역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민원 처리 등의 특수한 기능을 해서 지역민들과 소통한다면, 또한 지역의 종교단체나 봉사단체 등과 연대해 자원봉사에 놀이의 개념을 더한 '볼런테인먼트' 활동 등을 추진한다면 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연고주의 등에서 벗어나 비판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점이 필수적이다. 상황으로 보면 어려운 일이지만 강준만이 제시하는 가능성을 보면 충분히 희망이 있어 보인다.
이외에도 강준만이 제시하는 방법들이 많은데 그것들은 결국 '서울 탓'보다는 '내 탓'을 하자는 말이다. 지방의 문제를 지방이 먼저 지적하고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자는 말이다. 그동안 지방의 문제하면 '서울 탓'을 했던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만큼 <지방은 식민지다>는 확실히 파격적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하나의 파격에 그치지 않는다. 날카로운 비판에 이어 등장하는 대안들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한국사회가 경청해야 할 말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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