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외압 굴복하는 KBS 부끄럽다!!"
"청와대만 시청자냐, 시청자가 보고 있다!!"
"밀실개편 편향개편 경영진은 각성하라!!"
"이유없는 창씨개명 <미포> 폐지 결사반대!!, <시투> 폐지 결사반대"
11일 낮 12시,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이 또 한 번 사원들의 구호와 함성으로 울렸다. <시사투나잇> 폐지, <미디어포커스> 개명을 뼈대로 하는 KBS 가을개편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100여 명의 사원이 모였다. "표적개편", "밀실개편"에 반대하는 대형집회는 지난 6일 이어 오늘이 두 번째다.
"후배들에게 모욕감 준 선배들 꼭 기억하겠다"
지난 6일 집회가 <시사투나잇> PD들과 <미디어포커스> 제작진들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오늘 집회에는 KBS 기자협회(기협)가 집단적으로 참여했다. 집회명도 '밀실개편 반대를 위한 KBS 기자협회 PD협회 공동집회'라고 정했다. KBS 기자협회는 어제 운영위원회를 열어 "기협 차원의 공동행동"을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기협 소속 기자들은 오늘 아침 피켓시위부터 함께했다.
민필규 기자협회장은 "기자들이 다소 (결합이) 늦었다"면서 "PD들과 입장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개편 과정상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지금 진행되는 개편은 밀실개편이며 공익성 담보와도 거리가 멀다"면서 "함께 힘을 모아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자"고 말했다.
우현경 PD와 함께 사회를 맡은 김태욱 기자는 "개편에 대한 저항은 비단 제작진의 것만이 아니라 KBS 기자, PD 모두의 문제"라면서 "오늘 집회는 우리가 공통적으로 문제인식을 시작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시사투나잇> 대체 프로그램으로 추진중인 <시사터치 오늘>로 발령난 진정회 PD는 그동안의 개편 진행경과를 참석자들에게 전했다.
"지난주에 11명의 PD들이 <시사터치 오늘> 프로그램으로 발령났다. 우리 PD들은 처음부터 배치에 반대했다. <시사터치 오늘>은 부끄러운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코드개편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되어 버렸다. PD들은 줄곧 <시사투나잇>의 존치를 요구했으나 사측에서는 '제목 바뀌는 것에 연연하지 마라' '이것이 KBS가 처한 현실이다' '시사 데일리 프로그램을 유지한 것만으로도 큰 걸 얻어낸 것이다'라는 말로 일관했다. 우리는 다시 '타이틀을 바꾸면 취재원과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말했고 이 과정에서 일단 데스크에서는 '시사 2.0'이라는 안을 회사측에 올렸다고 한다. 사측의 <미포> <시투> 폐지 의지는 강력한 것 같다. 권력을 불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개편 과정에서 'KBS가 처한 현실이다' 등으로 후배들에게 모욕감을 준 선배들을 꼭 기억하겠다."
'대통령 주례연설 방송'으로 사측과 마찰을 빚고 있는 KBS 라디오 PD를 대표해서는 정일서 PD(노조 중앙위원)가 나섰다.
"KBS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그들(사측)의 시계는 참 잘도 가는 것 같다. 라디오쪽은 <시투> <미포>처럼 특정 이슈는 없는 대신 전방위적으로 문제가 터져나온다. 그래서 더 어렵다. 새 사장이 들어온 뒤 빅브라더의 통제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라디오 위원회를 열려고 하면 금방 연락이 와서 '누가 참석하느냐' '안건은 뭐냐'고 묻곤 한다. 선배 간부들은 이런 상황에서 '미안하다 할 수 없다'라는 얘기만 하고 있다."
"제작진은 소외되고 몇 명 간부만 정보 독점"
<미디어포커스> 첫 방송 멤버인 김태형 기자는 "<미디어포커스>를 만들 때는 지금처럼 이름을 정해놓고 아래로 통보하는 식이 전혀 아니었다"면서 "<미디어포커스>라는 이름 역시 팀원들이 모여 숙고끝에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타이틀을 바꾼다면 지난 5년동안 <미디어포커스>의 모든 이미지가 사라질 것"이라며 "우리가 지금 싸우는 것은 지금 양심과 상식에 맞는 부끄럽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기자는 최근 KBS 보도본부 상황도 전했다.
"기자협회 차원에서 회사측에 얘기한 내용들이 있다. 지난달 대통령 관련 뉴스가 타사에 비해 30%나 더 나갔다. 이게 많는 편집이냐는 것이다. 지난달 22일은 세계 주가가 폭락한 날이어서 국내에도 여파가 미쳤는데 9시 뉴스에서는 연봉 수억 원 받은 은행장이 연봉 깎는단다는 내용이 톱으로 보도됐다. 아침 <뉴스광장>에선 동아투위 리포트, 직불금 관련 리포트도 보도 누락됐다. 에버랜드 공사현장 인부 사망 사건은, 우리 기자가 현장에 있었음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시투>와 <미포>가 개편의 '상징'이 되어 있다"면서 "철저한 밀실개편으로 제작진은 소외되고 몇 명 간부만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개편은 시작일 뿐이며, 이미 KBS는 급격히 20년 전의 상황으로 돌아갔다"면서 "20년 전의 권위주의와 일방적인 문화가 KBS에 만연하다"고 주장했다.
민필규 기자협회장과 김덕재 PD협회장은 함께 결의문을 낭독했으며, 이후 사원들은 도로를 따라 본관 앞에서부터 신관 앞까지 이동한 뒤 신관 계단에서 구호를 외치며 오늘 집회를 마무리했다.
우리 KBS 채널과 프로그램의 주인은 청와대와 정권이 아닌 수신료를 내는 국민과 시청자다. 국민을 위한 비판과 감시기능이 생명인 공영방송 제작진으로서 우리는 현재 KBS 편성과 개편이 정권의 방송, 관영방송으로 가는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대통령의 정례연설은 애초 시대착오적인 청와대 기획 작품이다. 공영방송의 채널과 편성을 통째로 정권에 갖다 바친 정례연설을 즉각 중단하고 편성책임자를 징계하라.
하나, <미디어 포커스>는 보수, 상업언론이 과점한 한국의 미디어환경에서 미디어 감시기능을 독보적으로 수행해 온 KBS 만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매체비평의 새로운 역사를 쓴 <미디어포커스> 폐지결정을 철회하고 타이틀을 원위치시켜라.
하나, <시사투나잇>은 <시사투나잇>일때만 의미를 가진다. PD들은 <시사터치 오늘>을 거부한다. 권력과 자본에 눈치보고 굴복하며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성공한 역사는 없다. <시사투나잇> 폐지 결정을 철회하라.
하나, 이병순 사장은 더 이상 임원들 뒤에 숨어 '본부장에게 일임했으니 모른다'로 일관하는 무책임함을 집어치우라. 위와 같은 결정이 본부장들만의 결정이 아님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병순 사장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하고 KBS를 정권의 방송으로 만들려는 어떠한 시도도 중단하라.
우리는 사실을 바탕으로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와 PD들이다. 그런 우리에게 사실도 진실도 아닌 비상식의 강요가 제작현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비상식을 인내할 수 없으며 정치적인 졸속개편을 거부한다. KBS를 관영방송으로 되돌리는 사장과 간부들은 반드시 기록해 역사의 책임을 물을 것이다.
2008년 11월 11일
KBS기자협회, KBS PD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