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부는 계절이다. 찬 바람이 몸 속 깊숙이 스밀 때면, 누군가의 품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울 정도로 슬픈 것은 아니더라도 괜히 울적해지기 마련. 어쩌면 누군가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싶은 심정인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곳은 포항 S병원에 숍 인 숍(Shop in Shop) 형태로 있는 테이크아웃커피전문점.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이 찾는 '병원점'이라, 커피의 질뿐만 아니라 스피드 또한 생명이다.
처음 커피제조업에 종사하게 되었을 때, 필자 앞에는 수많은 환자들과 주치의들이 있었다.
"커피 종류가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힘들어요, 아저씨가 좀 추천해주세요."
손님 말 대로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직종이 존재한다. 커피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커피를 심는 사람, 커피를 수확하는 커피키즈와 가족들, 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출입업자, 커피빈을 가공하는 커피공장의 로스터, 커피의 맛을 재조명 하는 블랜더 등. 한 잔의 커피를 두고도 너무나 많은 연결고리로 이어진 세상이다.
필자는 커피를 좋아하기 이전에 음악인을 꿈꾸었다. 소위 말하는, 라면 먹고 사는 딴따라의 삶을 선택했었다. 내가 선택했던 삶을 두고 주변 사람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었다.
"할 짓이 없어서 딴따라나 하고 뭐가 될래?"
가족마저도 나의 선택을 존중해 주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난, 네가 부러워."
"왜요?"
"너는,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잖아."
그럴 때마다 필자는 항상 이렇게 대답했었다.
"그럼, 당신도 하고 싶은 것 하세요."
사람들은 돈 안 되는 직업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삶'은 부러워 한다. 나는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안정'을 선택하기보다는, 두려움과 모험을 이겨낸 안정을 선택하고 싶었다.
직업에 대한 가치는 많이 바뀌었다. 가장 이상적인 건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를 함께 누릴 때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을 생각할 때 결코 쉽지 않은 일. 최소한의 경제생활도 누리지 못한 채 노래를 하는 광대들도 많이 있다. 그들이 그 환경에 지쳐서 쉽게 포기한다면, 우리는 멋진 예술과 문화를 즐길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5개월차에 접어든 '신입' 바리스타에게, 새롭게 다가온 교훈이 있다. '고객과의 소통은 중요하다.' 커피는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바리스타의 존재 가치는 어쩌면 그들을 찾는 고객이 답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이든지 말이다.
직업의 선택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목표가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직업인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것은 믿음이고, 곧 목표인 것이다. 영국 속담에 사다리를 오르려는 사람은 가장 아랫부분부터 밟고 올라가라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행복한 동행 中에서 |
프랑스의 작가 루이 퍼레스트는 어느 날 한 대회의 심사위원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장소가 휴양지였기에 미인대회일 거라는 짐작을 하고 기대에 부풀어 대회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 루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미인들이 아니라 자동차였다.
‘아름다운 자동차를 뽑는 대회여’라고 써 있던 것이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근사한 자동차들이 가득했고 루이는 마땅한 심사기준이 없어서 고심했다.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이렇게 말했다.
"겉모습은 모두 훌륭하군요. 자, 이제 내부를 볼까요? 모두 자동차 보닛을 열어 주십시오."
느닷없는 요청에 자동차 주인들은 당황했다. 역시나 근사한 외관과는 달리 내부가 지저분한 차가 대부분이었다. 루이는 순위를 아주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곧 심사에 불만을 가진 자동차 주인들이 몰려왔다.
"자동차 모터까지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는 말은 듣지 못했소"
루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생각해 보십시오. 미인 대회를 열면서 참가자들에게 목욕하고 오라고 합니까? 기본적인 것은 스스로 알아서 해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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