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황우석인가? 노벨의학상 1순위인가?
국내 심장이식 수술의 권위자가 내놓은 수술법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놓고 의료계의 논쟁이 뜨겁다.
1992년 11월 국내 최초로 심장이식 수술에 성공했고 160건의 심장이식(성공률 99.3%, 2005년 7월18일 <서울신문>)을 자랑하는 송명근 교수(건국대 흉부외과)가 논란의 주인공이다.
심장이식 수술이 ▲ 이식된 심장의 면역거부 반응 ▲ 환자들의 낮은 생존율 ▲ 방대한 액수의 수술 개발비 등의 문제점 때문에 외과의사들에게 가장 어려운 수술로 꼽히고 있는 현실에서 송 교수는 국내 최고의 권위자로 꼽혀왔다.
송 교수는 2003년 10월 CARVAR(Comprehensive Aortic Root and Valve Repair, 종합적 대동맥근부 및 판막 성형)라는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했는데, 이는 환자의 손상된 판막을 금속 또는 소·돼지의 조직으로 교체하지 않고 판막 주위를 특수제작된 링으로 고정하는 방법이다.
10~15년마다 재수술을 하거나 혈액 항응고제를 주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기존의 판막이식 수술에 비해 훨씬 안전하고 획기적인 수술이라는 게 송 교수의 주장이다.
건보 적용에 부정적 의견서 낸 대한흉부외과학회 송 교수는 CARVAR의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신의료 기술 결정 신청을 해놓은 상태인데, 대한흉부외과학회는 지난 7월 전문의 7명의 자문을 얻어 CARVAR의 건보 적용에 부정적인 의견서를 심평원에 전달했다.
의학전문 인터넷신문 <코메디닷컴>은 11일 학회가 CARVAR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정리했다고 보도했다.
▲ 대동맥 판막 질환과 대동맥 근위부위의 질환은 병과가 서서히 진행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수술에 대한 임상적인 안전성과 유효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수술 시행 후 3~5년 이상의 장기적인 추적 관찰을 통한 자료로 판단해야 한다.
▲ CARVAR 수술은 기존에 이미 널리 사용된 대동맥판첨 재건술 또는 연장술, 대동맥판륜 성형술, 상행대동맥 이행부 성형술을 조합한 수술법으로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수술법은 아니다.
▲ 기존의 재료를 사용해 유사한 수술을 진행하는 경우 이에 해당하는 수술 및 재료에 대해 요양급여를 받고 있다. 신청자들이 제시한 1세트 당 440만원 내외의 가격은 환자에 따라 1~4개까지 사용한다면 기존의 조직판막수가에 비해 더 비싼 것이므로 비용 면에서는 장점이 없다.
▲ 환자의 생명과 수술 예후와 관계되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므로 수술 방법을 신청한 의료진 이외에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동일한 수술 방법을 이용해 좋은 임상 결과를 보여야 한다.
<코메디닷컴>은 송 교수가 작년 10월 서울아산병원에서 건국대병원으로 옮긴 이유에 대해 "이 수술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돼 심장내과가 공동조사를 시행하기로 하고 자료를 수집하던 중에 송 교수가 사표를 내고 나가서 더 이상 조사가 행되지 않았다"는 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익명)의 전언도 소개했다.
"CARVAR와 관련된 사망사고가 없었다"는 송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익명의 흉부외과 의사는 "CARVAR 수술과 관련해 2명이 숨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송 교수 "개발 중인 자료 공개하면 국익에 손해" 송 교수는 CARVAR의 안전성 논란이 일자 11일 <데일리메디> 인터뷰에서 "CARVAR 수술에 대해 떳떳한데 자꾸 효과를 의심하면 기존 수술과 함께 공개 조사할 수 있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 교수는 동물실험 결과가 발표된 적이 없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동물실험은 물론 내구성과 독성 검사 등을 거쳐 2004년 12월 임상을 해도 좋다는 식약청의 통과 절차를 거쳤다"며 "이 과정에서 이미 동물실험을 마쳤고 5년 데이터가 고스란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현재 개발 중인 자료에 대해 공개하면 국익에 손해를 본다"며 "캐나다의 한 회사가 우리 것을 복제해 프랑스에 지금 팔고 있어서 공개를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수술법을 수정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모든 수술법은 조금 더 나은 방법을 쓸 수 있도록 개선된다"며 "심평원에서 이러저러한 요구사항 때문에 그에 맞게 개선한 것일 뿐이지 문제가 있어 과거의 방법을 고친 것은 아니다"고 역설했다.
대동맥 수술중에 환자 3명이 사망했지만 CARVAR에 의한 것이 아니라 '대동맥 박리증'에 의해 사망한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일부에서 CARVAR 수술로 사망자가 있다는 주장을 익명으로 제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누가 그런 말을 하는지 정말 알고 싶다"며 "익명으로 하지말고 공개적으로 떳떳이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송 교수는 더 나아가 "CARVAR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이 우위를 점하는 분야로 5년 후에는 노벨상에 들어간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판막회사의 스폰서를 받는 흉부외과 학회 의사들이 나를 계획적으로 죽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흉부외과학회 총무이사인 심성보 교수(성모병원 흉부외과)는 "누구든 새로운 시술법을 가지고 나와 많이 알려지고 유명해지면 학회 차원에서는 좋기 때문에 송 교수의 CARVAR에 대해 학회가 특별히 방해하거나 어렵게 만들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