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헌법재판소의 종합부동산세법 위헌소원등 사건과 관련한 기획재정부장관 발언 진상조사 소위원회에서 헌법재판소의 사전 접촉한 것에 대해 사과 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종부세 위헌 헌법소원과 관련 '헌재 접촉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앞으로는 의제와 관계되지 않는 사안은 알아도 답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의 종합부동산세법 위헌소원 등 사건과 관련한 기획재정부장관 발언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행 종부세법에 대해 헌재가 '일부 위헌' 결정을 내린 직후 열린 이날 오후 진상조사위 회의 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헌재의 이번 판결에 대한 강 장관의 발언을 유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강 장관은 이날 헌재의 결정을 의식해 몸을 사리는 눈치였다.
"제가 아는 사안이라도 답변하지 않는 방향으로 하겠다"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강만수 장관이 '헌재에서 일부 위헌 결정이 날 것을 예상한다'고 말한 것이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것이라는게 오늘 헌재의 판결로 입증이 됐다"며 "이번 판결에 대해 강 장관은 어떤 소회를 갖고 계시냐"고 질문했다.
강 장관은 즉시 답변을 하지 않고 잠시 머뭇거렸다. 이 때 마침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이 회의장 안으로 들어오면서 "그거 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데"라고 다소 큰 목소리로 말했다. 헌재 판결과 관련한 질문인 만큼 강 장관이 답변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오 의원의 질문에 대해 강 장관은 "그것에 대해 어떤 표현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헌재 판결 결과를 언급하는 것을 피했다.
그 뒤에도 '헌재 관련 발언 유도성 신문'은 또 있었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위헌 결정이 난 세대 합산 부분과 불합치 결정이 난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 과세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도 종부세 개편을 해야한다는 것이 기획재정부 장관의 견해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강 장관은 "그동안 국회에 와서 성실히 답변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앞으로는 의제와 관계되지 않는 사안은 답변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제가 아무리 아는 사안이라 하더라도 답변하지 않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약간 격한 어조로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이 "답변하지 않겠다는게 무슨 의미냐"고 묻자 강 장관은 "성실하게 답변한다고 한 것이 문제가 됐으니까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이 의원의 질의는) 오늘의 의제와 관련 없는 사안이고 제가 그 질문에 대한 준비를 안했기 때문에 답변을 드릴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예상치 못한 강 장관의 답변에 이 의원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답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핀잔하면서 신문을 마쳤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윤영선 세제실장(왼쪽), 백운찬 재산소비세재국장(오른쪽)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헌법재판소의 종합부동산세법 위헌소원등 사건과 관련한 기획재정부장관 발언 진상조사 소위원회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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