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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아끼는 물건이 있다. 나에겐 1998년에 구입한 휴대전화가 있다. 단말기를 쉽게 쉽게 바꾸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10년 동안 애지중지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몇 번 바꾸고 싶었고, 기회도 있었지만 완전히 망가지기 전까지는 바꿀 마음이 없다.

 나와 십년을 함께 한 휴대전화. '짠순이' 대회에 나가 일등을 선물했다.
나와 십년을 함께 한 휴대전화. '짠순이' 대회에 나가 일등을 선물했다. ⓒ 김동수

10년 동안 쓰다보니 여기저기 망가졌다. 액정도 2004년도에 지리산 등산 갔다가 비를 맞아 절반이 깨져 문자 메시지가 오면 절반 밖에 읽지 못한다. 물론 4년 동안 습관이 되어 감으로 읽는데 해독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

 액정이 나가 문자 메시지를 읽을 때 글자를 반만 읽을 수 있다.
액정이 나가 문자 메시지를 읽을 때 글자를 반만 읽을 수 있다. ⓒ 김동수

통화에는 별 문제가 없어 앞으로도 몇 년은 더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이 녀석이 나에 엄청난 기쁨을 안겨주었다. 경남 진주 YWCA에 주최한 '제4회 우리시대 짠순이 페스티발'에 이 녀석과 함께 참여하여 일등상인 하늘상을 먹었기 때문이다. 부상으로 15만원 상품권과 함께.

 경상남도 진주 YWCA가 주최한 '짠순이 페스티발'
경상남도 진주 YWCA가 주최한 '짠순이 페스티발' ⓒ 김동수

정말 대단한 짠순이들이 모였다. 21명이 참가했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아껴쓰고 있었다.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100년 된 물건을 애지중지하게 쓰고 있었다.

진주에는 다문화 가정이 많다. 한 외국인 주부가 가져나온 선풍기는 35년된 제품이었다. 지금도 사용이 가능했다. 요즘 선풍기는 리모콘으로 조작하는 최신 제품도 많지만 튼튼하지는 않다. 35년 된 선풍기는 생긴 모습은 투박했지만 튼튼했고, 시원한 바람은 요즘 선풍기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선풍기 주인은 자랑했다.

24년된 선풍기를 가지고 나온 젊은 여성도 있었다. 얼마나 애지중지 하는지 시내버스를 타면 부서질까 염려되어 택시를 타고 왔다고 했다. 택시비가 9000원 들었다고 했다. 경남 진주에서 택시비 9000원이면 서쪽 끝에서 동쪽 끝이다.

 35년 된 선풍기
35년 된 선풍기 ⓒ 김동수

할머니 한 분은 55년 된 옷을 가지고 나왔다. 고름으로 옷을 매지 않고, 브로치로 옷을 맨 저고리를 가지고 나왔다. 바늘로 꿰맨 바늘땀은 촘촘했고, 흐트러진 모습이 전혀 없었다. 할머니가 시집올 때 친정 어머니가 해주셨다고 했다. 사람 손이 이토록 섬세한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옷 색깔도 정말 예뻤다.

 55년 된 옷, 고름이 아니라 브로치로 옷을 여맸다.
55년 된 옷, 고름이 아니라 브로치로 옷을 여맸다. ⓒ 김동수

삼베와 옛날 다리미를 가지고 나오신 분이 계셨는데 이 분도 외국인 주부였다. 다리미로 삼베를 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옛날 어머니께서 옷을 다리미로 다렸던 모습이 떠올랐다. 이 다리미는 숯을 사용한다. 전기 다리미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이 생각하면 저것으로 다림질이 잘 될까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생각보다 다림질이 잘 된다.

 옛날 다리미. 50년 된 삼베와 함께 가져왔다.
옛날 다리미. 50년 된 삼베와 함께 가져왔다. ⓒ 김동수

휴대전화 10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오래된 물건을 보면서 뽑히기는 틀렸다는 생각을 했다. 100년 된 제기, 50년 된 가위도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가 기준이 오래되었고,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라는 평가 기준을 듣고 3등쯤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3등, 2등에도 내 이름은 없었다. 드디어 하늘상 하면서 내 이름 석자를 불렀다. 아내와 아이들까지 환호했다. 정말 생각지도 않은 일등이었다. 무조건 오래된 물건이 아니라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면서 오래 되었다면 정말 아껴쓰는 것이라는 심사평을 듣고 10년된 휴대전화가 주인에게 큰 선물을 준 것이다.

사람들에게 약속을 했다. 앞으로 버리지 않고 함께 하기로.


#아나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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