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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속에서 곰팡이난 고구마, 상품가치 '제로'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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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논에서 소먹일 짚도 거둬들이고 김장도 할겸 겸사겸사해서 갔지요. 올라올 때는 이것 저것 챙겨오게 마련인데요, 가을에 캐 굴속에 저장해 놓은 고구마가 생각나서 굴속에 들어가봤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나! 그 수백자루나 되는 고구마에 심한 곰팡이가 나 있었습니다. 급한김에 아버지께서 선풍기 두 대를 이용해 바람을 쏘이고 있었는데 이미 심할 정도로 곰팡이가 진행돼 상품 가치가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가을에 고구마 캐면서 비가 올듯 말듯 해서 급하게 굴에 저장해 뒀는데, 날씨가 너무 따듯해 습기가 생겨 곰팡이 균이 잘 자라나게 된 것입니다. 주 원인은 역시 따뜻한 날씨 탓입니다.

 

그나저나 큰일입니다. 이 상태라면 굴 속에서 질펀하게 썩을게 분명한데 그 전에 이것들을 꺼내 소나 염소에게 먹이든지 밭에 내다 버려야합니다. 곰팡이를 다 제거하면 먹을만한 부분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상품가치는 '제로'입니다.

 

고구마를 꺼내려면 굴 속에서 누군가 고리로 묶어주고 위에서 잡아 당겨야하는데 수백자루나 되는 고구마를 언제 꺼냅니까. 힘이라곤 유치원생 만도 못한 어머니는 단 한 자루도 못 끌어올리십니다.

 

봄부터 고구마 심어 가을에 도회지 사는 식구들 죄 다 불러서 캐고, 나머지는 어머니 아버지가 열흘 걸려 쭈그려 앉아 캐어 어렵게 넣은 고구마인데 이렇게 썪어버리다니…. 차라리 땅 위에서 썪었더라면 그나마 꺼내 버리는 수고는 안 할 텐데….

 

굴에 잘 저장했다가 한겨울에 비쌀 때 조금씩 꺼내 판매하려고 했는데, 다 망쳐버렸군요. 고구마가 풍년 들었다고 좋아하면 전국 다 풍년이라 가격 폭락해 슬퍼지고 고구마를 심지 않은 해는 비싸고… 그래서 대량으로 심으면 '똥값'되고….

 

농사짓기 참 힘드네요.

 

고구마를 굴에 넣기까지 들인 시간적, 금전적 비용과 인건비는 한푼도 못 건지고 마음까지 썩어 문드러지게 됐네요. 안탑깝습니다.

 

 굴속 고구마, 사진상으로는 곰팡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굴속 고구마, 사진상으로는 곰팡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 윤태

 꺼내 밖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이정도면 짐승 먹이거나 폐기해야 합니다. 굴속에 있는 저 많은 걸 언제 꺼내야하나? 한숨만 나옵니다.
꺼내 밖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이정도면 짐승 먹이거나 폐기해야 합니다. 굴속에 있는 저 많은 걸 언제 꺼내야하나? 한숨만 나옵니다. ⓒ 윤태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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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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