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다. 역시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정리될 모양새가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전쟁 수준으로 발전하는 듯 하다. 이번 주에도 근·현대사 역사교과서를 수정해야 한다는 쪽과 국가의 과도한 역사 개입을 반대한다는 쪽의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포문은 보수우익 진영에서 열었다. 뉴라이트전국연합·뉴라이트학부모연합 등은 1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성출판사 역사교과서의 검정 취소와 교육과학기술부 내 '좌파 공무원 적출'을 주장하고 나섰다.
보수우익단체 "교과부 장차관은 모두 좌파... 적출하라"이들은 "역사교과서 집필자들이 교육부의 역사 교과서 수정 권고를 거부했는데, 도대체 교과부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 앉아있는 공무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당장 교과부 내 좌익 관리를 퇴출하고 이적출판물을 출판한 금성출판사의 교과서 검정을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과부 장관의 교과서 수정 명령을 위반하면 관련법에 따라 검정 합격을 취소하거나 발행을 정지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이 법령을 적용하지 않는 건 교과부 장관·차관·국장·과장이 모두 노무현 직계 좌파들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루 빨리 교과부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의 인적 쇄신을 단행하라"며 '노무현 직계 좌파'들의 적출을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금성출판사가 제작한 근·현대사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는 서울시내 124개 고등학교 명단과 연락처, 그리고 해당 학교별 전교조 소속 교원수를 공개했다.
이어 이들은 18일과 20일에는 각각 금성출판사가 제작한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서울지역 학교 명단과 전국의 모든 학교 명단을 일간지 <조선일보><동아일보><문화일보>에 5단 통광고를 통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는 19일 오전에는 서울 마포구 금성출판사 본사 앞에서 '왜곡교과서 출판중단 촉구 및 규탄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금성교과서 소각 퍼포먼스도 펼칠 예정이다.
대학원생들 "권력 입맛에 따라 교과서 수정하면 안 돼"역사교과서 수정 반대를 주장하는 쪽도 이번 주에 활발하게 움직일 계획이다. 포문은 젊은 대학원생들이 연다.
서울대, 고려대, 경북대 등 24개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들로 구성된 '역사교과서 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 역사 전공 대학원생'은 18일 오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역사교과서 수정 요구를 규탄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번 교과서 문제는 과거사실에 대한 학문적인 해석 여부와는 상관없이 특정 당파나 집단의 이익과 관련된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함께 권력을 얻은 단체들이 자신들과 의견이 다른 역사학자들을 좌파로 몰아세우고, 합법적인절차에 의해 채택된 역사 교과서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강제적으로 수정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더 이상 정부는 역사학과 역사교육을 정치적 이익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이들에 이어 전국역사교사모임은 토론회와 한국근현대사 특강을 통해 정부의 역사교과서 수정 요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할 방침이다.
우선 20일 열리는 '역사교과서 토론회'에는 금성출판사 역사교과서의 대표 저자인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와 박태균 서울대 교수 등이 나와 교과서 수정 논란에 대한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이어 12월 2일부터는 매주 두 차례(화·목) 총 6회에 걸쳐 '역사교사를 위한 한국근현대사 특강'이 진행될 예정이다.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관에서 열리는 이 특강에는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그리고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가 직접 나선다.
특강 주제는 ▲독립운동사의 이해 ▲경제발전의 재조명 ▲뉴라이트와 교과서 문제 ▲해방과 대한민국 정부수립 ▲북한현대사,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과거청산과 한국현대사이다.
한편 일선 고등학교는 11월 말까지 내년 1학기 교재로 사용될 한국 근·현대사 역사교과서를 선택해야 한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0일, 관내 200여 고등학교 교장을 모아놓고 노골적으로 금성출판사의 교과서를 선택하지 말 것을 요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