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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홍준 의원 사무소 앞 펼침막.
안홍준 의원 사무소 앞 펼침막. ⓒ 윤성효

 

 "활동보조예산삭감철회."
"활동보조예산삭감철회." ⓒ 윤성효

"활동보조예산은 장애인의 손발이고 생명이다. 삭감 예산 원상회복하라."

 

경남 마산 소재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마산을) 사무실 앞에 내걸려 있는 펼침막 내용이다. 그 아래에는 (사)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대표 송정문)가 19일로, 64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올해 겨울 들어 처음으로 온도가 영하권으로 내려간 19일,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아침 장기 농성을 벌이던 뇌병변장애 박상호씨가 심한 경직을 일으켜 병원에 후송되는 일이 벌어진 것. 치료를 받고 이날 오후 다시 농성장으로 온 그는 밀양 집으로 가지 않고 다시 천막농성장을 지켰다.

 

장애인 20여명은 이날 저녁 안 의원 사무실에서 1km가량 떨어진 마산역 입구 횡단보도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활동보조예산 삭감 철회"라고 쓴 피켓을 앞에 놓고, 이날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자리를 지켰다.

 

간혹 지나가는 시민들이 이들을 보며 "힘내세요"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고 "아이쿠 추운데…"라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송정문 대표 등 10여명은 휠체어를 타고 피켓을 들고 마산역에서 2km 가량 떨어져 있는 마산시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까지 행진하기도 했다.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거리 행진을 벌였다.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거리 행진을 벌였다. ⓒ 윤성효

 

장애인활동보조예산 편성 놓고 갈등 시작

 

안홍준 의원은 한나라당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간사에다 한나라당 제5정책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다. 장애인들은 "한나라당과 안홍준 의원은 활동보조 예산안을 삭감없이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새해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장애인활동보조예산을 삭감했다는 것. 장애인활동보조사업은 2007년 신규사업으로 진행되었으며, 올해는 총 738억원이 배정되어 이미 집행되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장애인단체는 2009년에는 활동보조예산을 1246억원 책정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런데 당-정 협의 과정에서 163억원 삭감되어 1083억원으로 배정된 것이다. 장애인 단체는 아직 새해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기에 당초 합의했던 1246억원으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안 의원이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의 한나라당 간사이기에 예산 배정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예산 163억원을 깎아서는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9월 안 의원 사무실 점거농성을 벌이고, 천막·노숙농성도 벌였다.

 

또 이들은 마산 삼각지공원 등지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또 이들은 휠체어로 차도로 거리 행진하는 바람에 한때 교통체증을 일으키기도 했다. 안 의원 사무실 입구와 주변에는 경찰이 배치되어 24시간 경계근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이버 모욕 논란도 빚어졌다. 안 의원 측은 인터넷 블로그에서 욕설을 한 김아무개(35)씨를 고발했으며, 마산동부경찰서는 고발인과 피고발인 조사를 벌였다.

 

이처럼 안 의원과 장애인단체간의 갈등이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장애인단체가 안 의원과 직접 대화한 적은 없었다.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자 지역에서는 중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화센터협의회는 19일 저녁 마산역 앞 횡단보도에서 시위를 벌였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화센터협의회는 19일 저녁 마산역 앞 횡단보도에서 시위를 벌였다. ⓒ 윤성효

 

안홍준 의원 측 "최선 다하고 있지만... 불법행위 사과부터"

 

19일 저녁 안홍준 의원 마산사무소 사무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사무실 점거 농성을 벌이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사무실에 들어와서 사흘 동안 무단 점거했다. 그 시간 동안 업무를 보지 못했다. 나중에는 안돼서 경찰이 와서 해산시켰지만, 사무실 무단 점거는 엄연한 불법이다."

 

- 장애인들이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고 하는데?

"정부와 장애인활동보조예산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738억원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안 의원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해서 1083억원으로 되었던 것이다. 안 의원이 나서서 증액했던 것이다."

 

- 인터넷 블로그에 글을 쓴 사람을 왜 고발했는지?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홈페이지며 인터넷에 온갖 욕설이 올라오고 있다. 참다못해 욕설을 심하게 한 블로그의 글에 대해 고발했던 것이다."

 

- 장애인들은 안 의원이 만나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 사전에 장애인단체가 사무실 점거 등 불법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하고,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부터 해야 한다. 사무실에 들어와서는 난장판을 만들다시피 했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떼를 쓴다고 해서 다 들어주면 어떻게 되겠나."

 

 장애인들이 휠체어에 타서 횡단보도 앞에서 줄을 지어 피켓을 들고 있다.
장애인들이 휠체어에 타서 횡단보도 앞에서 줄을 지어 피켓을 들고 있다. ⓒ 윤성효

 

장애인자립새활센터협의회 "장애인은 분노한다"

 

마산역 앞에서 휠체어를 탄 채 피켓을 들고 있는 송정문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송 대표는 장애인활동보조예산은 앞으로도 해마다 증액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장애인활동보조예산은 왜 필요한가?

"2007년 처음으로 시작된 사업이었다. 당시는 처음 도입되다 보니 최소 비용으로 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실태조사를 벌였는데, 첫 해에만 신청자가 1만명 이상 몰리면서 예산이 부족했다. 올해 예산은 738억원이었는데, 지원자가 늘어나면서 벌써 두세 달 전에 예산은 바닥났다. 정부가 새해 예산에서 1246억원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당정 협의 과정에서 삭감된 것이다. 그 예산도 물가상승 등을 고려하면 늘어났다고 볼 수 없는데 말이다."

 

- 안 의원 측에서는 사이버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하던데?

"인터넷 블로그에 글을 올린 사람은 농민이며, 장애인단체 회원이 아니다. 우리가 투쟁하는 속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그런 차원에서 한 농민이 우리 소식을 듣고 글을 쓴 것으로 안다."

 

- 안 의원 측은 사무실 점거 농성 등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던데?

"사무실에 갔는데, 그날 안 의원이 다른 일정으로 올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기다리겠다고 하면서 밤을 샜는데, 사무실에서는 이불을 갖다 주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해놓고서 지금 와서 사과를 요구하는 게 맞지 않다. 업무방해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예산은 장애인의 생존과 관련한 것이다. 장애인들은 자신들의 목숨이나 같은 예산이 삭감된 것에 분노했는데,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단 말이냐."

 

- 안홍준 의원 측은 장애인들이 요구를 들어 달라고 떼를 쓴다고 하는데?

"70년대, 80년대 민주화운동 했던 인사들한테 떼를 썼다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국민이면 누구나 교육받고 이동할 권리가 있다. 장애인들에게 그런 것을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라고 본다."

 

 안홍준 의원 마산 사무소 앞에 장애인단체의 천막농성장이 설치되어 있다.
안홍준 의원 마산 사무소 앞에 장애인단체의 천막농성장이 설치되어 있다. ⓒ 윤성효

 천막농성 64일째.
천막농성 64일째. ⓒ 윤성효
 

#장애인 이동권#안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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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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