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1] 아버지는 성적이 잘 나온 만큼 자전거를 많이 타게 해주겠다고 나와 약속을 했다. 다행히 나는 성적이 1-2등으로 좋았다. 동생에게 구슬과 딱지를 받고 몇 바퀴 타도록 허락한 기억도 있다. 자전거를 배운 것은 사촌형이 타던 큰 자전거를 통해서였다. 그 때 소와 정면 충돌해 아수라장이 되고, 사죄를 하느라 부모님이 쩔쩔 매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사연#2] 아버지가 걸어서 회사에 가는 게 무척 가슴 아팠다. 아버지를 위해 자전거를 훔쳤다. 버려진 자전거라고 얼버무리면서. 어느 날 아버지는 자전거 주인을 만나 도둑으로 몰렸다. 평생 정직하게 살아오신 아버지는 얼마나 곤혹스러웠을까. 자초지종을 듣고 자전거 주인과 친구가 된 아버지. 첫 직장을 얻고 아버지에게 새 자전거를 선물했다. 그런데 이미 나이가 든 아버지에게 새 자전거는 힘겨워 보인다.자전거에 얽힌 애틋한 사연이 이리 많은 줄 몰랐다.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올해 7번째 마련한 '1070 자전거이야기 공모 경진대회'에는 유례없이 많은 글이 쏟아졌다. 사례 586편, 사진 354점이 들어왔다.
'1070'은 10대부터 70대까지 누구나 쓸 수 있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이번 입상자 중엔 9세 어린이부터 83세 어르신까지 다양하다. 이전까지 있었던 지자체 부문은 없앴다. 이미 어느 정도 수상자 윤곽이 드러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지자체들이 응모를 꺼렸기 때문이다.
전체 대상은 서울시 마포구 보건소가 받았다. 자전거 활성화를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만들고 2005년부터 4년 동안 자전거 안전 캠페인을 꾸준히 벌인 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자전거 안전모 착용 리플렛과 포스터를 만들과 착용 가두캠페인을 하며 자녀안전을 위한 부모의 역할 교육 등 홍보 방식도 다양했다.
단체 우수상은 미미식품, 서울 마포구 상암동 주민센터, 오정동 자전거사랑회, 광산구 신가동 주민센터 등 네 곳이 받았다. 이중 충북 괴산에 있는 이 미미식품은 35명 전 직원이 자전거 출퇴근을 해 눈길을 끌었다. 2006년 이한배 대표가 자전거 출퇴근을 제안한 게 계기.
당시 7명이 자전거를 탈 줄 몰랐지만, 10여일 동안 자전거 강습을 해 모두 타게 만들었다. 초창기엔 괴산읍에 사는 직원 31명이 매일 오전 8시 15분에 괴산읍 군민회관 앞에 모여 약 5km 정도 되는 회사까지 함께 출근을 했다. 이후 문광면 거주 직원 4명이 동참했다.
분기별 1회 자전거 하이킹을 하고, 자전거 이용 우수사원 해외 연수 제도를 둬 자전거 타는 분위기를 돋웠다. 이에 따라 직원 10명이 미국과 중국에 다녀왔다.
자전거 타는 회사를 표방했지만 1년 365일 무조건 자전거만 타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비와 눈이 올 때, 8월 여름 혹서기, 1, 2월 혹한기엔 회사 통근버스를 운행한다. 앞으로 회사 뿐만 아니라 괴산농공단지 내 모든 회사가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자전거 타고 환경 감시 운동, 자전거 동경해 공무원 지원
개인 최우수상은 이길식씨가 받았다. 수상자는 면사무소에서 출장 나온 면서기의 자전거를 몰래 훔쳐 탄 뒤, 자전거와 면서기에 대한 동경 때문에 공무원을 지원했다고 젊은 시절을 회상했다.
자전거 출퇴근만 30여년 한 그는 자동차 면허증이 없다. 무릎관절이 아파 걸을 때 통증이 있었으나 자전거를 계속 타면서 완치에 이르렀다고. 2007년부터 금강유역환경청 '금강환경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으며, 올해 환경부 주최 '세계 강의 날' 행사 관련 5대강 환경지킴이 활동사례 보고에서 유일하게 자전거로 순찰하고 홍보한 내용을 발표해 박수를 받았다.
이길식씨는 자전거에 대한 우리 사회 편견을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했다.
"자동차를 운전 못하고 자전거로 다니다 보면 주변인으로부터 때로는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으나 이에 아랑곳 하지 않았습니다.""유럽 선진국에 연수기회가 있어 관찰한 바로는… 체면을 생각하지 않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사회 전반에 보편화.…국회의원과 장관, 시장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우수상을 받은 김주씨는 자전거 출퇴근을 한 아버지 영향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주변 환경이 중요함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공직생활 23년 중 절반 이상을 자전거로 출퇴근했다는 김주씨 글 속에서도 자전거를 천시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남들보다 비싸고 멋있는 자전거를 가져본 적은 없다.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자전거를 탈 때면 가끔은 친구나 직장에서 '돈 아끼지 말고 자동차 타고 다녀라' 말을 들을 때에도 '환경을 공부했다는 내가 실천할 수 없다면 어떻게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겠는가'라는 생각으로 자전거 타기를 실천하고 있다."김주씨와 함께 우수상을 받은 한재찬씨는 1930년대 시골 군청에서 각 읍사무소로 통신서류를 보내던 자전거부대 이야기를 꺼내 눈길을 끌었다.
그 외 1970년 고물상 할아버지로부터 몇 천원짜리 자전거를 산 이야기를 꺼낸 최현욱(78)씨, 자전거 타는 재미에 푹 빠진 즐거움을 이야기한 박소영(11)양, 자전거 타는 시의원 강근식씨, 김정미, 송규식씨 등이 장려상을 받았다.
입선작 외에도 대학교에 입학해서 자전거로 등교하며 실력을 뽐내고 싶다고 밝힌 '소년의 집' 출신 학생, 돌잔치 때 손님들에게 자전거를 타자는 홍보물을 나눠준 주부, 호주에서 겪었던 어린이 자전거문화를 꺼낸 주부, 아버지를 위해 자전거를 훔친 이야기를 꺼낸 직장인, 초등 5학년 때부터 44년간 자전거를 애용한다는 중년, 아파트에 자전거 동호회를 만들어 에너지 절약 기회를 넓히겠다는 의지를 밝힌 아파트 거주자 등 다양한 사례가 많았다.
사진 부문은 박주형(행복을 주는 자전거)씨가 최우수상, 서병태(양재천 달리기)씨가 우수상을 받았다.
한편 이번 공모와 관련 시상식이 11월 21일 새마을운동중앙회 지하 1층 강당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