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묘공원에 가면 아주 특별한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100여 마리나 되는 참새들이 노인 주변에 몰려들어 모이를 먹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 참새들은 그냥 노인의 주변에서 던져주는 모이를 쪼아 먹는 것이 아닙니다.
참새들은 노인의 손바닥과 무릎, 발등에까지 날아들어 모이를 먹는 것입니다. 한꺼번에 수십 마리의 참새들이 노인의 손바닥에 날아들어 모이를 먹는 모습은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닙니다. 노인이 마치 참새들의 할아버지라도 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본래 참새는 사람을 가까이 하는 새가 아닙니다. 의심도 많고 겁도 많아서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가면 잽싸게 달아나는 녀석들이거든요. 그런데 종묘공원의 참새들은 어떻게 이 노인을 친 할아버지처럼 좋아하고 따르게 되었을까요?
초겨울 날씨가 싸늘한 11월 21일 오후에 찾은 종묘공원에는 참새와 노인이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노인이 쌀 한 줌을 뿌려주자 100여 마리나 되어 보이는 참새들이 뒤엉켜 모이를 먹는데 노인의 발등이며 무릎 위에도 날아들어 모이를 먹고 있었습니다.
노인이 이번에는 건빵을 꺼내 부스러뜨려 손바닥에 펴들자 20~30여 마리나 되는 참새들이 노인의 손바닥에 날아올라 북새통을 이루었습니다. 부근에서 구경하던 다른 노인이 신기해 하다가 쌀 한 줌을 손바닥에 펴들었지만 참새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참새들은 오직 한 노인에게만 날아들어 그 앞에서 재롱을 떨기도 하고 노인이 모이를 주지 않으면 노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기다리곤 하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신기하여 노인에게 언제부터 참새들에게 모이를 주기 시작했느냐고 물으니 작년 봄부터랍니다.
"그냥 심심해서 모이를 던져주다 보니까 참새들이 따르더라고요."
한번 두 번 참새들에게 모이를 주다보니 참새들이 노인을 신뢰하게 되었는지, 언제부턴가 손바닥에도 날아들고 노인이 나타나면 참새들이 모여들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안보면 섭섭하고, 또 참새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날마다 나와요."
노인은 종로구 숭인동에 사는 분으로 올해 66세인 전종철씨였습니다. 노인은 거의 매일 이 종묘공원에 나와 참새들에게 모이를 주는데 나올 때마다 쌀 한 종지와 건빵 한 봉지, 그리고 땅콩을 가지고 나온다고 합니다. 자신을 믿고 할아버지처럼 따르는 참새들이 정말 친손자 손녀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워 그냥 올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벌써 2년 째 종묘공원에서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참새할아버지 전종철씨와 100여 마리나 되는 참새들의 모습은 종묘공원의 명물로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초겨울의 싸늘한 날씨 속에서도 참새와 노인의 특이한 풍경이 종묘공원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아주 푸근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