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은 충청남도 서해안 중부에 있는 만으로, 서산을 중심으로 태안군 안면읍과 보령시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해안선 길이가 약 200km이며 간척지로 개발되어 농사를 짓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원래 간척사업이 전개되기 전에는 수초가 무성하고 영양염류가 풍부해서 고급어종의 산란장이었다고 합니다.
1980년 모 회사에서 대규모 사업의 일환으로 방조제를 막아 155.94㎢의 간석지를 매립하게 되었고 간월호와 부남호의 두개의 인공호수가 생겼다고 합니다. 담수호가 생기면서 많은 물고기들이 서식하게 되고, 먹이가 많아짐으로 인해 천수만은 철새들의 천국이자 낙원이 되었다 합니다.
대단한 넓이의 천수만 간척지는 많은 벼를 수확하는 논으로 A와 B지구로 나뉘어져 있으며 양쪽에 담수호가 있습니다. 겨울철새들에게는 더없는 장소이기에 추수가 끝나면 시베리아, 만주,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날아와 논에 있는 낙곡과 벼 뿌리, 곤충과 수서생물은 풍부한 먹이를 포식하고 겨울을 난 뒤 봄이 되면 다시 되돌아간다합니다.
세계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천수만에는 방대한 논과 호수가 있어 철새들이 양쪽을 왕래하며 먹이활동과 휴식을 취한답니다. 천수만에 날아오는 철새들의 종류는 대략 420여종에 이른다고 하니 철새도래지로서 부족함이 없는 환경임에는 틀림없는 곳입니다.
수초 뿌리나 풀씨를 먹는 고니, 큰기러기, 쇠기러기 등이 있고, 물고기나 곤충, 곡식을 먹는 청둥오리, 고방오리, 가창오리와 곡식이나 풀씨를 먹는 두루미, 사체를 먹는 검독수리도 간간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높은 하늘을 비행하는 철새들의 아름다운 군무를 보기 위해 22일 천수만을 찾았습니다. 가을걷이를 한 논에는 쇠기러기 떼들이 먹이를 먹느라 바쁩니다. 멀리서 인기척이 나자 모두들 고개를 곧추세우고 주시합니다. 여차하면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태세입니다.
살금살금 다가가자 한 마리가 소리를 내며 날아오릅니다. 한 마리의 구령에 맞춰 일제히 날아오릅니다. 그 모습이 장관입니다. 뒤늦게 눈치를 챈 한 녀석이 우왕좌왕하며 잽싸게 날아갑니다. 그중에 조금 다른 종류의 새가 있습니다. 재두루미와 백로입니다.
그들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지만 어색해 보이는 기색 없이 덩달아 함께 하늘을 날아갑니다.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날아오르는 새들을 보니 역시 새가슴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호수 곳곳에서도 한가롭게 물장구치며 먹이를 찾는 새들이 보입니다.
광활한 호수와 논을 바라보니 가슴이 탁 트입니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갑니다. 수만 마리 새들의 군무를 보니 나도 함께 따라 날아가는 듯 착각에 빠집니다. 추수를 마치고 남은 볏짚을 소 먹이로 보관하기 위해 커다란 뭉치를 만들고 있는 농부가 보입니다. 농부가 소 먹이를 차에 싣고 떠납니다. 그 뒤를 새들이 따라갑니다.
아랑곳하지 않고 거대한 무리들이 논에 앉아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조용조용 가까이 다가가려하자 모두들 푸드득거리며 날아갑니다. 그 사이 놀란 고라니가 함께 뜁니다. 그 무리들과 고라니도 함께 있었습니다.
저 역시 놀랐습니다. 볏짚과 비슷한 색깔로 위장하고 있던 고라니를 발견하지 못했던 저로서는 덩달아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란 고라니는 어느새 눈에서 멀어져 갑니다. 본의 아니게 고라니를 놀라게 한 것이 조금은 미안합니다.
호수 한쪽에는 작은 배를 띄우고 혼자 낚시를 하는 사람도 보입니다. 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사람이 타고 있는 배는 쓸쓸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한편에는 인적 없는 배가 외롭게 떠 있습니다.
겨울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듭니다. 저에게는 작품의 소재가 됩니다. 휘휘 나는 갈매기가 쓸쓸함을 덜어줍니다. 모델도 되어줍니다. 수만 마리의 아름다운 군무에 취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줄도 모릅니다.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새들의 낙원에서 하루가 저물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