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초가을 다녀왔던 담양의 아름다웠던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충동이 자꾸만 스멀거려 올라옵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짬을 내어 찾아갔습니다. 푸름이 가득했던 그때 그곳을 스케치 하면서 벌써 노랗게 물든 메타세쿼이아를 상상하고 있었으니까요.
꼭 한번 곱게 물든 풍경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사진을 취미생활로 하다보면 아쉬운 것들이 참 많지요. 다녀왔지만 다시 한 번 찾아가 부족했던 부분들을 담고 싶은 것이 사실이기에 벼르고 별러 그곳을 다시가게 됐지요.
자연이란 찾아갈 때마다 언제나 다른 색깔의 아름다움을 선물합니다. 때문에 언제나 조금은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구요. 그래서 시간과 열정을 불태우며 다시 그곳을 찾아갑니다.
지난 주말을 이용하여 그곳을 다시 찾아 갔을 때는 월동준비를 위해서 짚으로 만든 허리띠를 두른 메타세쿼이아가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허리띠를 만들어 놓은 까닭은 해충을 잡기 위해 짚이나 새끼줄로 감싸 놓은 것이랍니다.
겨울철이 되면 해충들은 겨울을 날수 있는 따뜻한 곳을 찾게 되고 나무에 감싸진 짚은 해충들에게 좋은 겨울을 나는 곳이 되지요. 그해 봄 해충이 활동하기 전 그 짚을 나무에서 분리해서 태워 해충과 알을 제거해 버리는 것이랍니다. 미관상 보기에는 그다지 예쁘지는 않지만 늘씬한 허리를 강조한다 생각하면 봐줄만 합니다.
화려하게 황금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메타세쿼이아가 푸름을 간직했던 지난 늦여름의 정취보다는 한결 부드럽게 다가옵니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하늘을 가렸던 푸른색의 메타세쿼이아가 높은 곳을 향하여 도약하는 느낌이라면 황금색으로 단장한 메타세쿼이아는 편안하고 안정된 정착을 느끼게 하는 아늑함이 엿보입니다.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 또한 여유가 보입니다. 자전거를 타는 연인들의 볼이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갈 때 마다 다르지만 자연은 그 자리에서 계절마다 다른 색깔의 옷으로 갈아입고 묵묵히 기다리고 받아들이며 맞아줍니다.
연인처럼 보이는 젊은이들이 다정하게 자전거를 타고 있습니다. 보기가 좋아 카메라셔터를 누릅니다. 참 보기 좋네요라며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사이인지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전남 여수에 집과 직장이 있는 박용욱(28)이라고 합니다. 함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아내인 전혜진(30)이구요. 제가 쉬는 날이 보통사람들과 조금 달라서 저 쉬는 날에 맞추어 아내와 가을 구경하러 왔답니다. 죽녹원, 관방제림을 돌아보고 오늘의 마지막 여행 코스인 메타세쿼이아 길에 온 겁니다."- 이곳은 어떻게 찾아왔으며 와서 본 느낌은 어떤가요? "느낀 점이라면……. 일단 눈이 즐거워서 좋았습니다. 역시 예쁜 게 좋긴 좋더군요. 10년 전보다 더한 국내외 경제상황에 놀러 다닐 때가 아니라고는 생각하지만 신혼임에도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못한 아내에게 선물하는 셈 치고 찾아왔죠. 그리고 이곳은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왔답니다. 자가 차량 없이 다니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여행을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바람이 있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여행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웹에 올려놓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
- 두 분이서 손을 잡고 자전거를 탈수는 없나요? 작품이 나올 것 같은데. "아직은 이 사람이 자전거에 익숙지가 않아서 위험해서 그렇게는 할 수 없답니다. 좀 더 연습이 필요 하거든요. 다음에 좀 더 연습을 한 뒤에 자전거를 잘 탈수 있으면 한번 시도해 보지요."
남편은 빙그레 미소를 지웁니다. 아내를 배려하는 마음이 말속에 묻어 있습니다. 밝은 생각과 아내를 위해서 정성을 아끼지 않은 젊은 부부가 참 보기 좋았습니다.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버스에서 내립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노랗게 물든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어갑니다. 그 곁으로 오래전에 보았던 청소도우미 아저씨가 깔끔하게 청소를 하며 지나갑니다. 사진작가들은 빛이 좋은날 멋진 모습을 추억 속에 영상으로 간직하고 아름다운 풍광은 작품으로 남기기 위해 카메라셔터를 꾹 누릅니다.
가족용 자전거를 탄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 깔깔거리며 신나게 페달을 밟아 과속을 합니다. 아무리 부지런히 밟아도 가족용 자전거는 시속 10Km도 안되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