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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불황이니 자전거가 대세라 한다. 최근 두 배나 뛴 삼천리자전거 주가는 좋은 본보기다. 11월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린 '2009 서울 바이크쇼'는 '자전거 대세론'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 마지막 날 전시장이 있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를 찾았다.

화려해진 자전거, 고급화되는 자전거

 자전거전시회에 가면 평소에 보기 힘든 고가 자전거를 많이 볼 수 있다. 사진은 1740만원짜리 사이클.
 자전거전시회에 가면 평소에 보기 힘든 고가 자전거를 많이 볼 수 있다. 사진은 1740만원짜리 사이클.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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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자전거를 세울 곳이 없네."

전시장은 붐볐다. 마지막날 비교적 한산하던 예년과 달랐다. 주최측에선 지난해보다 두 배 정도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유료관람객 수는 1만3820명. 올해는 2만7000명 정도를 예상한다. 업체 수도 늘었다. 2006년 60여개, 2007년 70여개를 뛰어넘어 올해는 80여업체다. 3천여개 모델도 지난해 2천여개를 뛰어넘는다. 한마디로 볼거리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매장을 한 군데씩 살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디자인이다. 화려한 색깔 자전거와 부품들이 눈을 붙든다. 여기 나온 제품들이 대부분 2009년을 노리고 나왔으니 내년엔 '자전거 디자인 바람'이 거세게 불 조짐이다.

(주)산바다자전거는 색깔이 훨씬 풍부해진 2009년 스트라이다를 내놨다. 바퀴 림, 페달, 손잡이 등 구석구석 색깔을 칠했다. 이전까지 몸통에만 색깔이 들어간 것에 비해 훨씬 화려하다. 업체측에선 "디자인에 중점을 둔 게 맞다"며 소비자 반응이 좋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바이크올데이가 내놓은 '미니'는 클래식풍 미니벨로다. 역시 고급 디자인 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상에서 만든 제품이다. 플러시바이시클이 2009년 처음 선보이는 독일자전거 '픽시(Fixie)' 또한 단순하면서 고급스런 외관이 특징이다. 바이크올데이 문성광 대표는 "품질은 크게 차이가 없다면서 디자인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람들 눈길을 붙들기 위한 노력이 자전거 자체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다. 액세서리 쪽도 그에 못지 않다. 헬멧, 벨, 전조등, 바퀴, 페달, 핸들바 등 부품조차 화려하다. 이걸 보고 누군가 이런 말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불황엔 치마 길이도 짧아지지만, 자전거도 화려해진다.'

 자전거 전조등도 예쁠 수 있다.
 자전거 전조등도 예쁠 수 있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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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 자전거타이어.
 패션 자전거타이어.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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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벨로(바퀴 20인치 이하 자전거) 대세론은 내년에도 여전할 것이라는 게 공통 의견이었다. 미니벨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다혼(Dahon) 매장을 찾아갔다. 사람들로 붐볐다. 관계자는 "미니벨로 인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면서 단, "새로 뛰어드는 업체들이 많아 경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가 어렵다 하지만, 고가 시장에 대한 낙관도 엿볼 수 있었다. 각 회사들은 대부분 고가 모델을 내놓았다. 자전거 사용자들이 자전거를 타면서 점점 높은 단계 자전거를 찾는 습관을 믿기 때문이다.

1000만원대 미니벨로를 만드는 알렉스몰튼 매장 앞에도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홍보 관계자는 2년 전에 비해 지금 분위기가 무척 좋아졌다고 말했다. 2년 전엔 100만원대 미니벨로도 비싸다면서 눈길도 두지 않았지만, 지금은 100-200만 원대 미니벨로도 적지 않은 수요층이 생겼다는 것.

지난해 알렉스몰튼 수입사인 르벨로는 알렉스몰튼 중에서도 최고가인 더블 파일론을 다섯 대 수입했다. 한 해 23대만 만들어지는 한정 모델이었다. 이 모델은 2007년 바이크쇼가 끝난 뒤 모두 팔렸다.

자전거도 놀이, 말 타는 느낌에 초고속 자전거까지

 한 어린이가 시승용 세발자전거를 타고 있다.
 한 어린이가 시승용 세발자전거를 타고 있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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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쇼는 기존 회사들이 내놓은 신상품을 보는 자리기도 하지만, 신상품 경연장이기도 하다. '밟을수록 안 나가는 자전거'는 제목 자체가 재밌다. 시스시스템이 만든 이 자전거는 헬스장 렉프레스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빌렸다. 사람들은 헬스장에서 자기 몸무게 3-5배 렉프레스를 들어올린다.

이 자전거는 회전력이 아닌 프레스구동 방식이다. 한 번 밟기는 힘들지만, 페달이 돌기 시작하면 속도가 떨어지지 않고 가속도가 붙는다. 시스시스템 배상혁 팀장이 "오늘 최고 기록이 70km"라면서 사람들에게 타 볼 것을 권했다. 도전심 강한 사람들이 한 번씩 타본다. 40-50km가 쉽게 나온다.

구경꾼 역할만 하다 호기심에 자전거에 올라탔다. 서서히 속도가 올라간다. 힘이 든다. 무척. 속도가 올라가는게 신기하다.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까. 50km를 넘기더니 61km까지 올라간다. 더 이상은 무리다. 이제 내려가야겠다 생각했는데, 이 사람 자전거를 조작하며 사람들에게 원리를 설명한다. 자리에서 내려가기 힘든 상황. 그 상태로 다시 1분여를 더 저은 뒤 내려왔다. 그 뒤 약 30여분간 구역질 증세를 느껴야 했다.

 보통 사람이 60-70km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하는 프레스방식 자전거.
 보통 사람이 60-70km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하는 프레스방식 자전거.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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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니바이크(Whinny Bike, Horse riding bike)는 말 타는 느낌을 주는 자전거다. 앞 뒤 스프링을 키워, 출렁거리면서 달리게 만들었다. 운동량이 보통 자전거 두 배란다. 재미와 건강을 노렸다는 얘기. 주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싫어할 것 같은데…. 내 눈치를 읽었는지 스프링을 잠글 수 있어 일반 주행도 가능하다고 덧붙인다.

안장대 속에 후미등을 단 라이트스킨(Light Skin)도 독특한 제품이다. 비와 충돌에 영향을 받지 않고, 디자인이 좋다. 자전거를 접을 때도 거추장스럽지 않다. 제조사측은 세계최초제품이라며 국내외 특허를 냈다고 밝혔다.

불황에 강한 자전거? '환율' 해결이 관건

 현장에서 자전거를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가격을 정하지 못해 팔지 못했다. 환율 때문이었다.
 현장에서 자전거를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가격을 정하지 못해 팔지 못했다. 환율 때문이었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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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소스 멀티유즈. 자전거 이름을 갖고 여러가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고급자전거 브롬톤 이름을 붙인 컵.
 원소스 멀티유즈. 자전거 이름을 갖고 여러가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고급자전거 브롬톤 이름을 붙인 컵.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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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호황이라고 말했지만,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디바이크는 해마다 하던 산악자전거 대회를 올해 하지 못했다. 협조하는 지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산에서 등산객과 마찰을 빚는 것도 한 이유. 오디바이크 조건수 상무는 "사람이 다니는 길과 자전거 다니는 길이 나눠지지 않아서 문제"라고 말했다.

강변 자전거도로 뿐만 아니라 산악자전거길 등 모든 길에 구분이 없다는 것. 이로 인해 사람도 불편하고 자전거도 불편한 상황이 돼버렸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대로 가면 산악자전거인들이 설 곳이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환율 문제를 걱정하는 업체도 많았다. 행사장에서는 자전거 가격을 붙이지 않은 곳이 많았다. 환율 때문이란다. 내년 출시 때 환율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미리 가격을 정하지 않았다는 것. KHS 수입사인 아조키코리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가격을 물어보는데 대답할 수 없어 고민"이라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자전거협회 김진수 회장은 환율 문제가 자전거 시장 발목도 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직까지 자전거는 레저용이지 필수품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

"이런 말이 있습니다. 골프 치다가 어려워지면 테니스 치고, 더 어려워지면 등산한다구요. 요즘엔 조깅하는 사람들이 늘었더라구요. 등산 다음이 조깅인가봐요. 경제가 어려워지면 자전거도 안 탈 거에요. 운동하고 싶으면 뛰면 되니까요. 환율 영향을 자전거도 안 받을 수 없어요."

이번 전시회는 관객 동원 면에선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고급수입자전거 전시장이라는 한계는 여전하다. 전시장에 오지 않는 생활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친환경 자전거'를 홍보하지만, 그에 대한 내용이 부족했다. 어린이옷에 환경그림을 그린 '러브써클 캠페인'이 유일했다. 주차문제도 흠이었다. 정이식(29), 이하나(27)씨는 "자전거를 둘 곳이 없어 제대로 매장 구경을 못했다"면서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서울바이크쇼'는 자전거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전시회다. 하지만 국내에 단 하나뿐인 대형 자전거전시회로서 그 위상이 남다르다. 단순히 판매장을 벗어나 자전거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쇼가 되면 어떨까. 관람객 홍병희씨는 "교통, 환경, 에너지, 나눔 등 자전거를 담을 수 있는 주제가 무척 많다"면서 "세미나, 책 전시회, 사진전 등을 통해 범위를 좀더 넓히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바이크쇼#자전거#자전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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