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올해 안에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파견허용업종을 전면 확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비정규직법 개정을 추진해 노동계가 반발하는 등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경기지역 노동·시민단체가 법 개정 저지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등 경기지역 노동·시민단체는 24일 수원노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정은 비정규직을 고착화하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키려는 음모적인 개악"이라며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등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경기 평택의 동우화인캠과 쌍용자동차 비정규직노조 소속 조합원들을 비롯해 경기지역 노동·시민단체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노동부 법 개정안 방향은 기간제 고용 제한 기간과 파견허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각각 4년으로 연장하며, 파견허용 대상 업무를 확대하는 내용"이라며 "하지만 이는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의도인 '시기제한'을 없애고 자본이 원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해고토록 하는 중간 장치"라고 비판했다.
현행 비정규직법이 존재하는 이상 기간이 6개월이 되든, 10년이 되든 노동자들을 자르는 시기만 규정될 뿐, 비정규직법 폐기 없이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어 "우리는 비정규직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줄곧 '악법'임을 주장하며 '전면재개정' 등을 요구해왔으나 비정규직법이 시행되고 그로 인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면서 "이제는 비정규악법 폐기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따라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와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 전국의 노동자 민중들과 촛불시민들은 노동자들을 기계로, 노예로 전락시키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며 자본의 배불리기에 급급한 이명박 신자유주의 정권에 저항하는 전면적인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히고 ▲비정규악법 폐기 및 비정규직 철폐 ▲이영희 노동부장관과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퇴진 ▲이명박 정권 퇴진 등을 요구했다.
배성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은 "어려운 시기에 비정규직법 개정을 추진하는 정부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비정규직법 제정에 반대해온 민주노총은 사용기한 2년 이후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 사태를 우려했는데, 현실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최저 임금을 낮추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금융위기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신자유주의 폐해를 감추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법 개정 저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한 경기공동행동 상임대표(민주노동당 경기도당 위원장)는 현 정부를 거칠게 성토했다. 그는 규탄발언에서 "지금 이 정권은 대통령과 모든 각료들이 자본가의 편을 들고 있다"면서 "장·차관들이 빈말이라도 좋으니, 제발 노동자들을 살리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우리의 투쟁은 노동자들만 살판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자손손 빈부의 대물림으로 계급사회가 되는 것을 막고 모든 국민들이 평등하게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민진영 경기민언련 사무국장은 "비정규직 악법은 사회를 비인간화, 비인격화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고용불안 상황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노동자들의 인권문제로까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경기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민주노총 중앙본부와 연대해 오는 12월 6일 서울에서 열리는 비정규직 악법 폐기 및 비정규 철폐를 위한 노동자대회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오는 26일 저녁엔 수원역 광장에서 거리선전전을 펼친다.
한편 <한겨레>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노동부는 최근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 연장' 방침을 정하고 비정규직법 개정안 제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의 핵심은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내용. 또 파견법을 손질해 파견허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대상 업종도 전면 확대할 방침이다.
노동부의 이런 방침은 비정규직법 시행 2년을 맞는 내년 7월이면 고용기간 2년을 채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가 예상되기 때문에 고용기간을 연장해 사용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2년 이상 고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노동계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개악'이라고 규정, 정부 방침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들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법안처리를 둘러싸고 큰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